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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쿠오바디스 조선 그리고 나

도덕으로 회귀하는 리(理)의 사회

  • 김영중 한화도시개발 개발1팀 차장·Book치고 2기

쿠오바디스 조선 그리고 나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쿠오바디스 조선 그리고 나
시작은 창대했다. 어떤 멋들어진 말로 글의 단초를 잡아볼까. 일본인이 쓴 책이니 시의적절하게 한일관계를 논해볼까. 아는 것이 많아 보이게 손빈(孫)을 끌어들일까. ‘지피지기자 백전불태(知彼知己者, 百戰不殆)요. 부지피부지기면 매전필태(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라. 일본은 우리를 이기기 위해 이렇게 공부하는데,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아는가. 그저 ‘일본은 없다’류의 책과 일본 여행으로 ‘잘 안다’ 자처하며 허송세월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2% 부족하다. TV에선 작금의 한일 사태로 일본을 비난하는 보도가 독경소리처럼 들려온다. 역사는 반복된다던가. 광해군 탄핵(?)은 명나라‘님’을 멀리하고 청나라‘놈’을 모셨다는 이유로 시작, 결국 인조의 ‘삼전도 굴욕’으로 귀결됐다.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역사의 여러 장면이 어른거린다. 나라가 오랑캐‘놈’에 짓밟히니 백성들이 살기 어려워진다. 명나라‘님’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겠다며 양반들이 ‘소중화’를 외치고, 그 뒤로 노예로 끌려간 60만의 백성과 환향녀, 호로자식이 보인다. 오랑캐‘놈’을 정벌하자 외치면서도 호포제는 반대하는 ‘정도전의 후예’들이 200년 넘게 버티다 결국 일본‘놈’들에게 나라를 바치는 모습도 보인다. 아니, 조광조가 ‘바로 세운’ 역사에 따라 문묘에 종사된 것은 정도전이 아닌 정몽주이니 ‘정몽주의 후예’로 보아야 하나. 

조선은 여전히 한반도의 품안에 사는 모양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도덕적’이 아니라 ‘도덕지향적’이다. 한국 사회는 ‘우리가 정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도덕지향적 성향은 주자학의 ‘리(理)’와 ‘기(氣)’가 사회 근간에 깔린 결과다. 고로 한국인은 아직 ‘조선 사람’이었음을, 대한민국 건국 70년이 넘었건만 ‘우리’ 한국인에게 여태 주자와 송시열의 혼백이 머무르고 있음을 알아챈 저자는 ‘유레카’를 외친다. 아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헬조선’이 싫어 ‘탈조선’을 꿈꾸는 건가.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우물 위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한 조선 개구리인가, 달궈지는 냄비 속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것도 모른 채 유유히 온천을 즐기고 있는 한국 개구리인가. 



결론이 무엇이건 개구리는 용두사미도 못 되는 뱀의 먹이일 뿐이다. 그나마 저자 덕에 ‘우리’가 개구리였음을 깨달아 다행이다. 글을 읽는 당신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니 당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볼품없고 추악해도 모르는 것보다야 아는 게 낫지 않겠는가. 저자는 주장한다.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신동아 2019년 9월호

김영중 한화도시개발 개발1팀 차장·Book치고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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