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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복학왕의 사회학’을 읽고

‘아무거나 돼’도 괜찮은 사회

지방 청년, ‘적당주의’와 ‘열패감’ 사이에서

  • 함민정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Book치고 2기

‘아무거나 돼’도 괜찮은 사회

“무슨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거나 돼.”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한 말이다. 촬영 중 만난 초등학생에게 ‘훌륭한 사람 되라’고 한 코미디언 이경규의 말에 대한 반박이었다. 많은 이가 공감과 환호를 보냈다. 남의 시선에 구애하지 않고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 이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아무거나’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삶이다. 부모가 원하는 길을 좇지 않고 내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다른 하나는 정말 ‘아무거나’다. 현실과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삶 말이다. 

전자의 ‘아무거나’, 즉 원하는 삶을 살기에는 한국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각자도생해야 할 마당에 ‘나는 어떤 삶을 원하나’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질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후자의 ‘아무거나’에 기울기 쉽다. 책에는 현실 순응적 삶, 즉 후자의 ‘아무거나’에 해당하는 삶을 영위하는 지방대생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적당히’ 살아간다. 차별에 대한 불만을 앞세우지 않는다.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 탓으로 돌린다. 부모들 역시 가족의 틀 안에서 ‘현실 가능한’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이를 가족주의, 적당주의, 성찰적 겸연쩍음, 알지 않으려는 의지로 표현했다. 저자도 평탄치 않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방대 청년이 ‘내가 원하는 아무거나’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지방대생들을 은근히 꼬집는다. 순응하는 삶을 넘어 본인이 원하는 ‘아무거나’의 삶을 살아보라는 권유다. 이 책이 학벌주의의 폐해나 지역 간 차별을 위주로 서술된 그간의 지방대 관련 저작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 여기에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질문을 던지고 행동으로 옮긴이들, 즉 연민의 굴레를 벗고 보수주의적 가족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용기를 내서 습속을 탈피한 당사자에게 후회를 안겨주지 않을 나라인가. 

청년들이 ‘아무거나’ 될 수 있으려면 사회가 우선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 주체성을 찾아 원하는 삶을 고민해볼 수 있는 환경 말이다. 먼저 학력이나 사회 및 문화자본에 따른 임금격차는 해소돼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사회구조적 해법 말고도 청년 스스로가 질문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원하는 삶’에 대한 질문이 넘쳐나는 한국 사회가 보고 싶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함민정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Book치고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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