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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복학왕의 사회학’을 읽고

그들만의 리그 속 이방인 되기

지방 청년, ‘적당주의’와 ‘열패감’ 사이에서

  • 구단비 자유기고가·Book치고 2기

그들만의 리그 속 이방인 되기

‘살어리 살어리랏다, 서울에 살어리랏다.’ 금수저, 은수저보다 강력한 수저는 단연 ‘서울수저’다. 경기도 사는 것이 흠은 아니지만 입사 면접 때 꼭 한 번 “출퇴근은 어떻게 하죠? 얼마나 걸리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며 능청 떨곤 하지만 때로는 거주 지역을 속여야 하나 고민도 한다. 

우연히 인턴을 시작한 회사에서 선배들이 하는 말을 주워들었다. “어떤 사람이 지원했는데, 딱 원하는 스펙이거든? 근데 집이 지방이더라. 면접 보러 올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스러워 서류 탈락시켰어”. 그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서울 바깥에 사는 것이 어떤 회사에는 아예 부담으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후 이력서에 주소를 적는 일이 더욱 망설여지곤 한다. 내가 아는 지방 청년 중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의 자취집 주소를 빌려 이력서에 입력하는 이도 있다. 

내 학교 또한 발목을 잡았다. 운 좋게 ‘인(in) 서울’은 했지만 그리 유명한 학교는 아니었다. 애교심은 있지만 학벌에 당당하지 못했다. ‘서울수저’들의 리그,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리그는 너무 견고해 내가 깰 수 없는 것처럼 비쳤다. 

그러니 책이 그리듯 지방대생들이 연어처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당연해 보였다. 가장 안전한 곳이 ‘가족들 품’이라는 것 또한 맞는 얘기다. 지방 산다는 이유만으로 면접 진행조차 부담스러워하는 회사와 당연히 ‘인 서울’ 대학을 나왔으리라 지레짐작하는 세상이 얼마나 냉랭할 것인가. ‘가족주의’가 도피처로 작동하고 학습된 패배주의가 팽배한 것은 당연할 테다. 

지방대생들이 채용 절차가 가장 공정해 보이는 ‘공무원 및 공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공무원 시험 도전’을 발 벗고 응원하는 까닭도 물론 예상 그대로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학벌과 지역을 공히 가리고, 때로는 해당 지역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일 테다. 



이 와중에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고향은 지방이지만 서울로 대학을 온 친구다. 그는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지만 지역 인재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사례를 위해 지역 인재 혜택 제도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일까.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지방 청년들을 공무원으로 품어줄 여력을 갖고 있을까. 차라리 견고한 그들만의 리그, 즉 ‘서울 중심주의’를 깨는 에너지가 더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구단비 자유기고가·Book치고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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