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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발병 농장 참담한 내부 최초 공개

돼지가 죽은 자리…갇혀 있는 사람들 “할 수 있는 게 없다, 감옥 생활이다”

  •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gmail.com

돼지열병 발병 농장 참담한 내부 최초 공개

  • ● 조명 꺼진 사육장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만
    ● 동시에 죽은 돼지 3마리, 이상하게 커진 비장
    ● 돼지 축사에는 석회가루 먼지만 날려
    ● 농장주 “북한에서 바이러스 온 것 같다”
    ● “돼지는 죽었으나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의 한 농장.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의 한 농장.

“전혀 못 나간다. 3주 동안 감옥 생활이다.” 

“갇혀 있는 상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양돈 종사자들은 경제적 회생과 정신적 상처 회복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농장에 머물고 있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병이 확진된 지역인 경기 파주시 피해 농가를 잇따라 찾아갔다. 돼지 농장 안으로의 진입은 방역상의 이유로 불가능했으며 농장주들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돼지를 살처분한 이후 저를 포함한 직원들이 농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3주 동안 농장 밖으로 나가지 말랍니다.” 

농장주 K씨는 직원 4명과 함께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생활필수품은 농장 입구에서 소독을 거쳐 내부로 전달된다.




“설마 이게 그것(아프리카돼지열병)이겠느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은 시간이 멈춰 선 듯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은 시간이 멈춰 선 듯했다.

불 꺼진 축사가 을씨년스럽다.

불 꺼진 축사가 을씨년스럽다.

건물 외벽엔 빨간색 엑스(X) 표시가 그려져 있다.

건물 외벽엔 빨간색 엑스(X) 표시가 그려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의 방역지역별 이동 제한 해제 및 종식 매뉴얼에 따르면 “마지막 살처분 대상가축에 대한 살처분이 끝나는 날부터 21일이 지난 후 관리지역과 보호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하며 마지막 살처분이 끝난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예찰지역 안의 감수성 가축에 대한 임상검사, 혈청검사 및 환경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예찰지역을 해제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가 종사자들은 3주간의 이동 제한으로 인해 농장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 

농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었고 주변 도로는 중소업체와 공장에서 오가는 차들로 붐볐다. 가을걷이를 시작한 논과 밭에서는 농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완벽하게 폐쇄된 농장의 적막과 대조를 이뤘다. 최소 3주간 농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양돈 종사자들의 하루가 궁금했다. 

K씨는 “농장 안에서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 통제, 방역과 관련해 가끔 공무원의 전화를 받는 것을 제외하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N씨는 “돼지가 죽어서 할 일이 없다. 이제 직장도 다시 구해야 하고, 월급 문제도 사장님이랑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신동아’ 취재팀이 피해 농장주로부터 어렵게 확보한 농장 안 모습을 담은 사진은 시간이 정지된 듯 보였다. 건물 외벽엔 위험을 경고하듯 빨간색 엑스(X) 표시가 그려져 있고, 조명이 꺼진 사육장 내부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신발이 푹 들어갈 양의 석회가루를 뿌려놓은 농장 바닥에선 연신 먼지가 일었다. 방역복을 입고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돼지 분만 기록표만 축사 입구 벽면에 덩그러니 붙어 있어 이곳이 한때 돼지로 가득했던 농장임을 알려준다.


농장주가 지목한 발병 원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 앞에 돼지 2369두를 매몰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 앞에 돼지 2369두를 매몰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서 있다.

K씨는 그날 아침을 또렷이 기억했다. 

“아침에 축사에 들어갔는데 돼지 3마리가 죽어 있기에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죽는 일은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는 분에게 조언을 구한 후 농장에서 부검을 해보니 이상했다.” 

K씨에 따르면 부검한 돼지의 비장이 비상식적으로 팽창해 있었으며 빛깔도 평소 볼 수 없던 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고열 증상을 동반했으며 죽기 전 사료를 먹지 않았다고도 한다. 

“고열이 발생하거나 음식을 먹지 않아 죽은 것은 그렇다 쳐도 비장이 이상하게 팽창해 있어 신고를 결심했는데, 처음에 나온 수의사가 설마 이게 그것(아프리카돼지열병)이겠느냐고 했다. 그때는 양성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증상은 △심급성 △급성 △아급성 △만성으로 분류된다. 심급성은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다. 폐사 돼지가 발견되고 나서야 이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돼지가 옆으로 누워 죽는다. 급성은 지속적인 고열과 식욕 부진이 나타나며 거동 불안과 옆구리를 차는 이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급성은 습성 기침을 동반한 만성 호흡기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간질성 폐렴을 일으킨다. 만성은 폐렴 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며 절뚝거림과 피부 궤양이 발견된다. 

유럽과 카리브해에서는 아급성, 만성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많았던 반면, 아프리카의 경우는 급성이 많았다. 이렇듯 증상이 다양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초기 확인이 어렵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수(한강) 이북에서 전염병이 터진 것과 임진강 유역 발병 정황으로 봐서는 북한에서 온 것 같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파주에서 돼지를 사육해온 23년 경력의 농장주 D씨의 말은 무겁게 다가왔다. 

“추석 전에 북한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오염된 동물 사체 등이 임진강 하류 쪽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와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다.” 

멧돼지가 남북을 오가는 것은 확인됐다. 김현권 의원(민주당)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월 17일 오전 6시 북한에서 멧돼지 3마리가 한강을 건너 강화군 교동도에 위치한 교동부대 철책 안까지 왔다가 오후 8시 40분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최초 발생한 파주 농가는 임진강에서 6.6㎞, 한강에서 2.2㎞ 떨어져 있다.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환경부가 10월 3일 밝혔다. 군 당국은 DMZ 철책을 넘어오는 야생 멧돼지를 발견 즉시 사살하기로 결정했다.


“재해보험 가입했으나 ASF 해당 안 돼”

D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일대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곳이다. 바다에서 밀물이 들어오면 임진강 물이 상류 쪽으로 역류한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상류로 더 많이 밀고 올라간다. 물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강물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하고 있는데 썰물 때는 물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니 그때 시료를 채취하면 검사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안 나온다.” 

환경부는 9월 28일 “물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발생 농가 주변 하천 시료를 분석했으며 임진강과 한탄강, 한강하구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20개의 지점을 선정해 하천수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축산농가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해마다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피해 농장주에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전 재해보험에 가입했는지 등을 물어봤다. E씨는 화재보험과 재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E씨는 “우리 농장은 가축재해보험과 화재보험에 가입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보상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나 가축 질병으로 피해를 봤을 때 보상해주는 정책보험이다. 정부가 보험료의 50%, 지방자치단체가 25~40%를 지원한다. 다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축재해보험은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염성위장염(PED), 로타(Rota)바이러스 감염증 등 일부 질병만 보상 항목에 포함돼 있다. 

양돈 농가들은 방역도 직접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철저히 실시해왔다. 농가 입구에 방역복이 마련돼 있으며 돼지 출하 시 행동 요령 매뉴얼도 이행하고 있었다. 

“우리 농장은 매일 소독을 실시했다. 돼지 출하 차량이 오면 직원들이 방역복을 입고 작업했으며 출하 작업이 끝나면 방역복을 벗고 샤워실에 들어가 온몸을 닦고 다시 농장 일을 시작했다.”(E씨) 

정부가 마련한 기본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농장 소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했음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피해 농가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생계비마저 걱정”

돼지 분만기록 표시판이 이곳이 돼지 축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돼지 분만기록 표시판이 이곳이 돼지 축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정부의 강력한 방역 대책에도 계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초 확진 판정 이후 소강상태를 보인 파주시에서 보름 만에 다른 양돈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상 대책 관련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통상 사태가 마무리돼야 피해 농가의 요구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농가와 정부가 눈높이를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축산 농가를 비롯한 보통의 농민들은 은행 대출로 기본 시설을 꾸린 후 영농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해 대출금을 갚으면서 생활해나간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수입의 기본이 되는 돼지가 사라졌으니 정말로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D씨가 토로한 경제적 어려움이다. 양돈 사업으로 월 2억5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거두면서 대출금과 이자, 직원 급여를 충당해왔으나 당장 다음 달 생활비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축사 짓고, 농장 경영하면서 대출금 이자 내고, 원금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시작도 안 한 보상대책 관련 논의가 길어지면 양돈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그러면 빚더미만 남는다.” 

농장에 갇혀 있는 K씨도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직원들과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이동이 제한된다는 공무원들의 전화는 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다. 이곳저곳에서 발병하고 있으니 정부와 지자체가 정신없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우리들은 뒷전이다. 살처분 전에는 연락이 자주 왔는데 끝나고 나서는 뒷전으로 밀렸다.”


농장에 돼지 재입식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농장 입구의 가건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농장 입구의 가건물.

농장주들은 이주 노동자의 미래도 걱정하고 있다. 

D씨는 “결국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직원들을 다 퇴사시켜야 한다. 이 사람들은 동종 업계에 재취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누가 발병 농장에서 일한 사람을 받아주겠나. 다른 농어촌 업계 쪽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알선하거나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장주들은 하나같이 농장의 재사용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바이러스 생존 기간과 돼지 재입식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적절한 단백질 농도가 유지된 환경에서 꽤 오래 살아남는다. 혈청에서는 실온 18개월, 냉장고 6년, 혈액에서는 37℃에서 1개월간 감염성을 잃지 않는다. 배설물에서는 적어도 11일, 부패한 혈액은 15주, 부패한 골수에서는 수개월간 감염력이 유지된다. 

D씨는 “현재로서는 폐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구제역과 다르게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길어 현재 시설에 돼지를 재입식하기가 쉽지 않다. 재입식 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재발하면 양돈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포함된 살처분 농장의 가축 재입식 요령에 따르면 발병 농장은 이동 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입식시험 단계별 방역요령에 따라 실시하는 60일간의 입식시험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에 다시 돼지를 사육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입식 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재발병하면 농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 농장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은 바이러스를 계속적으로 배출하는 오염원이 될 수 있기에 농장을 폐업시켜 양돈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권유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는 10월 3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고자 김포와 파주에서 키우는 돼지를 살처분하거나 도축하는 방식으로 모두 없애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농장 재사용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돈업 종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적 고통도 겪고 있다. 살처분한 돼지는 농장의 여분 땅에 매립된다. 농장주와 직원들은 죽어가는 돼지들을 지켜봐야 했으며 여전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처분하는 것을 처음에는 안 보려고 했어요. 살처분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농장 안에 있으면서 눈길을 주지 않기도 어려웠습니다.” 

2300여 두가 살처분된 K씨의 농장은 돼지 매몰 장소와 농장 안 거주지가 불과 20~30m 거리라고 한다. 문밖으로 몇 걸음만 내디디면 기르던 돼지가 묻힌 장소라는 얘기다.


살처분 돼지와 함께 사람 마음까지 갇히나

기르던 돼지가 모두 살처분된 축사 내부.

기르던 돼지가 모두 살처분된 축사 내부.

“(살처분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근데 지금은 같은 공간에 있고 (그 곳을) 볼 때마다 그냥 마음이 아프다.” 

파주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장주, 가족, 목격자, 살처분 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나 농장주와 직원들은 이 같은 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듯했다. 

D씨는 “정부도 경황이 없겠으나 지금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농장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농림부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 없었다”고 했다. 

피해 농장주들은 정부의 구체적 지원 대책 마련이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정부·지자체의 ‘전화 한 통’으로 자신들이 외면 받고 있지 않다는 최소한의 심적 위로가 필요한 듯 보였다.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K씨는 “다른 것보다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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