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은 그래도 비치던 희미한 빛
깡그리 사라진 암흑
복사꽃 피는 언덕에서 맞던 부드러운 바람
황토에 뿌리박고 오른 소나무 향기
계곡 웅덩이 피라미들의 완전한 자유로움
아쉬운 모든 것 뒤에 두고 들어온 동굴
필연은 결코 저항을 허용치 않는다
펄떡거리는 생명 이지러지면
들어서는 동굴의 길
거역할 수 없는 지시가 무섭다
동굴은 과연 끝나고 저편 세상이 달리 존재할까
초조한 의문이 동굴 벽 기어오른다
어색하기만 한 이곳
나는 어디에 어떻게 서 있어야 하나
신평
● 1956년 대구 출생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등 역임
● 시집 ‘산방에서’ ‘들판에 누워’ 출간
● 2012년 일송정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