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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오버’하는 이유

‘진보 꼰대’ 유시민의 ‘세자 책봉’ 분투기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유시민이 ‘오버’하는 이유

  • ●‘공직 불출마’ 로키 전략, 조국 사건 터지자 급선회
    ●안희정 ‘아웃’, 이재명 ‘위태’…‘차기 기회’ 빨리 찾아와
    ●책봉 위한 친문계 환심 사기…유시민式 ‘거친’ 조국 지키기
    ●“조국 수호 열심히 하다 보니 조국스러워지고 있다”(하태경)
    ●“기득권 지키는 ‘진보 꼰대’, ‘책봉’ 받더라도 시대가 거부”
    ●‘조국 사퇴’ ‘검찰개혁’ 외쳤더라면 어땠을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월 12일 제주웰컴센터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월 12일 제주웰컴센터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과연 대한민국을 둘로 갈라놓은 ‘조국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간 그의 사퇴 이슈는 광화문 대 서초동 집회로 대표되는 세(勢)대결 양상으로 확전(擴戰)되면서 모든 정치 담론을 빨아들였다. 조국 장관에 대한 일부 정치인의 적극적 개입과 변호는 확전을 부채질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8월 29일부터 ‘조국 구하기’에 나섰다.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조 전 장관을 적극 변호했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왜 ‘조국 구하기 대작전’의 첨병이 됐을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지금 간절한 것은 책봉(冊封)이다. 일단 세자 책봉을 받아야 임금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다. 그럼 누구로부터 책봉을 받고자 하는 것일까. 첫째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계(친문재인계)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미 유 이사장 편이다. 이 대표의 초선의원 시절 일 잘하던 보좌관 유시민, 이미 두 사람은 정치적 운명 공동체다. 문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고 친문계로부터 합격점을 받으면, 일단 세자 책봉 절차는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다. 친노 적자(嫡子)임을 자임하며 열린우리당 출신의 친노 세력 일부를 규합해, 2010년 1월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친노 세력 모두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친노 세력 대부분은 민주당을 떠나지도, 참여당에 합류하지도 않았다. 결국 2011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참여당은 급속하게 존재감을 잃어갔다. 그 국면에서도 유 이사장은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통합진보당 합류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오히려 친노 세력 내부에서 비판적 기류를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친노 적자에서 자연스럽게 탈락한 순간이다.


2018년 탈당 후 재단 이사장行

9월 4일 서울 원서동에서 열린 노무현시민센터 기공식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9월 4일 서울 원서동에서 열린 노무현시민센터 기공식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선 출마였다. 2012년 대선 본선에 끝내 나가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참여당 창당 무렵, 유 이사장은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1위였다. 희망을 걸만 했다. 물론 2012년 대선에서 최종적인 범야권 경쟁 구도는 문재인 대 안철수로 짜였다. 여기에 문 대통령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고, 결국 범야권 진영은 패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후보를 민주당이 내세운 상황에서, 끝내 돕기보다는 여타 진보 정당들과 판을 새롭게 짜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했던 점도 민주당 내 친노 세력, 특히 친문계를 분노케 할만한 사건이었다. 

결국 그는 2013년 2월 정계를 은퇴했다. 이후에도 정의당 당적은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돌연 탈당하더니, 10월에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나선 것이다. 그사이 유 이사장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작가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인 유시민과 확연히 달랐다. 더 유연해졌고 유식해졌다. 강성 진보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중도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아졌다. 대선주자로서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미지 쇄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하차한 뒤,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을 것이다. 



그는 아직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 절반 정도 몸을 걸친 상태로 봐야 한다. 모두 ‘정치 선배’ 이해찬 대표 덕분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유 이사장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당 내에 남아 있는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고 조직 기반을 탄탄하게 닦는 일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어떻게 친노 세력, 그중에서도 친문계의 마음을 살 것인가. 그가 처음 택한 전략은 ‘로키(Low Key)’, 철저하게 몸을 낮추는 전략이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식 때 그는 대선 불출마를 강하게 암시했다.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 출마는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민주당 내에는 이미 대선주자가 넘쳐난다. 여기에 섣불리 끼어들려고 했다가는 조기 탈락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이 점을 간파하는 그는 일단은 조용하게 지내다 기회를 잡아나가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악재로 하나둘 탈락하기 시작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Me too) 운동’으로 유죄 선고(9월 9일 대법원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를 받았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가능성이 높아졌다(10월 6일 이재명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 선고). 그래서 2019년 1월 시작한 것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다. 존재감도 알리고 지지 세력도 규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매체는 없다.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그즈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이사장은 전체 2위, 범여권 1위를 달렸다.


‘조국 무죄, 윤석열 유죄’ 양분법

2019년 7월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을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9월 24일 ‘시즌2’로 다시 돌아왔다. 그사이 많은 일이 벌어졌다.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이후 ‘조국 정국’이 열렸다. 당시 조 장관 가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졌고, 9월 6일 어렵사리 인사청문회가 열렸으며, 문 대통령은 9월 9일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장관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질 당시, 유 이사장은 침묵했다. 그러다 처음 입을 연 것이 지난 8월 29일이었다. 그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장관을 옹호하면서 검찰과 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황을 보면 그리스 고전 비극 양상으로 치닫고 있던 조국 사태를 흔한 스릴러로 바꾸고 있다. 조국 후보자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할만한 상황이 한 개도 없다. 스릴러에서 악당이 주인공을 제압하지 못할 때 흔히 쓰는 수법으로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이다…조국을 무너뜨리려 하는 욕망이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심각한 위법행위나 직접 책임질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할 것이라고 보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드러난 게 없다.” 

조국은 무죄다. 윤석열이 유죄다. 이해하기 쉬운 양분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침묵 중에도 그가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국 구하기’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때문에 취재를 했을 뿐’이라며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당시 상황을 채널A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유시민은 자기가 시나리오를 딱 만들어왔더라고. 요랬죠? 요랬죠?” 

우리는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로서 그의 실력을 확인했다. 그는 정말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 그 자체다. 정계 은퇴 이후 6년 동안 발간한 책만 10권이다. 그에게 시나리오 하나 쓰는 일쯤은 하룻밤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 재개 이후 누구보다 ‘조국 수호’에 앞장섰다. 이런 그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월 13일 한마디 하고 나섰다. 

“조국 수호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점점 더 조국스러워지고 있다. 조국 수호 투쟁하셔도 위선 떠는 것까지 조국 닮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유시민 이사장이 조국의 수호천사로 나선 이유가 뭘까. 이 또한 세자 책봉 문제를 빨리 종결지으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너무 노골적인 구애여서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그래서 ‘우주 최강의 궤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책봉 낙점받으려는 전략”

최근 논란의 대상은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불러 함께 한 알릴레오 방송 내용이다. 유 이사장은 증거인멸 피의자 신분인 김씨가 한 말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세상에 전파했다. ‘조국 부부는 피해자다. 사기꾼인 5촌 조카에게 당한 것이다. 증거인멸 시도는 없었다. KBS 법조팀과 인터뷰했더니 그것을 검찰에 흘렸다. 검찰과 KBS가 유착관계다’ 이런 내용들이다. 처벌을 앞둔 피의자는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한다. 그런데 그것을 여과 없이 방송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본인의 주장에 맞게 편집한 흔적까지 드러났다. 

유 이사장은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다.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오히려 시나리오 기획까지 했을지 모를 일이다. 자신이 공격당하면서도 이토록 조국 지키기에 헌신하는 모습에 문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히 고맙게 여길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 내 친문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유 이사장의 조금 거친 듯한 접근법도 마음에 들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방’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조 전 장관을 위한 것일까. 문 대통령을 위한 것일까. 아마 친문계 중에도 의문을 갖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유 이사장의 그동안 정치적 행보가 이런 의문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오버’, 곧 과민반응에는 늘 복선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최근 행보에서 그런 것이 읽힌다. 진짜 동기가 뭘까. 이번 기회에 문 대통령이나 친문계로 하여금 마음을 굳히게 만들어 세자 책봉 절차를 마무리 짓게 만들고 싶은 것, 그것이 1차 목표 같긴 하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는 무성하다. 마치 이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조 전 장관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은 최근 상승세다. 친문계는 확실히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 이사장도 전략을 바꿀 법한데 ‘조국 수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그동안 불거진 악재로 말미암아 대선주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조국 지키기’를 가장 열심히 했던 사람에게 그 지지를 가져갈 기회가 생길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미 이런 계산법으로 임했던 건 아닐까.


유시민의 한계

이것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도대체 뭘까. 세간에는 각종 의혹이 넘쳐나지만, 일단 논외로 한다. 다만 그것이 본인을 포함한 진보 세력의 이익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는 이번에도 대권을 향한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기득권을 지키는 일 따위에나 몰두하는 ‘진보 꼰대’ 이미지로 용케 세자 책봉을 받더라도, 시대가 거부할 것이란 뜻이다. 

만약 유 이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조국 임명을 강행하지 말라고 말렸다면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루고자 했지만 미완에 그친 검찰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라도 조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서울 서초동 집회 현장에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이 등치되지 않고,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 구호를 함께 외치는 상황으로 끌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상상력까지는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그의 작가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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