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단독

北 경제학자들에게 직접 들은 ‘평양자본주의’

시진핑, 8大 교류 지침 하달… 北·中 비무역 분야 교류 폭증

  • 박종철 경상대 교수·국제정치학

    nimbin21@daum.net

    입력2019-10-2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제재 해결 없이 상호 신뢰 어떻게 회복하느냐”

    • 무역제재에도 시멘트 철골 페인트 화학섬유 생산량 증가

    • 시진핑, 北·美 교착 국면에서 ‘조용한 관여정책’ 구사

    • 中에 北은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 中기업인들 새로운 ‘비즈니스 땅’ 北 산업시찰 봇물

    평양 대동강변 주거단지. [GettyImage]

    평양 대동강변 주거단지. [GettyImage]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중 국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직후 조정기와 비교해 무역량이 대폭 증가했다. 북한의 점진적 개방에 따라 인적 교류도 늘어났다. 기업과 농업 개혁에 따라 북측 공산품의 수준 또한 어느 정도 제고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 에너지 문제로 석탄, 금속, 제철, 화학 등 국가기간 산업이 무너졌다. 그로 말미암아 경제 건설을 위한 기초적인 소재도 생산하지 못했다. 철광을 저렴하게 수출하고 철골을 비싸게 수입하는 구조로 경제가 변화됐다. 원자재를 수출하고 완성품을 수입하는 형태로 산업이 개편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시멘트, 철골, 페인트, 화학섬유 등 기초소재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무역제재로 인해 2016년 대비 북·중무역이 80% 넘게 축소됐는데도 2019년 9월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건물, 옷 화려한 색으로 바뀌어

    압록강, 두만강 국경에서 관찰되는 북측의 모습도 바뀌었다. 건물과 사람들이 입은 옷이 화려한 색깔로 변모했다. 소, 말, 양, 염소 등 풀을 먹는 가축 사육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택시, 트럭, 버스 등을 통한 물류도 증가세다. 옥수수를 재배하던 소토지에 입산을 금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산림녹화사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필자가 중국에서 만난 북한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한 교수는 최근 2년 사이 제재 국면에서 평양 등 각 지역에 택시, 버스 등이 증가하고 유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자신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경공업 분야 산업활동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국영 기업인 대동강맥주나 민영 분야의 금컵체육인식료공장이 기업 개혁 선두에 서 있다고 한다. 농업 분야에서도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국경에서 관찰한 광산 분야와 임농복합경영 상황을 보면 내수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신문은 ‘조선속도’의 본보기로 자강도 중강군 ‘3월 5일 청년광산’의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2014년 5월 28일자). 필자가 국경에서 관찰한 이 광산은 낮에는 중장비가 상당 수준 움직였으며 밤에는 야간조명, 특히 네온사인이 화려했다. 이 도시 맞은편 중국 쪽은 마을도 없고 관광객도 없다. 몰리브덴, 동과 같은 희토류는 제재 품목이어서 채굴량이 대폭 줄었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북한 내부 산업 수요에 따라 활발하게 채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국경 관찰과 북측 학자와 나눈 대화를 통해 필자는 제재 국면에서 북측 경제가 전형적인 이행기(시장 및 사유재산제 도입 등으로 인한 구조 전환) 경제구조로 변모하고 있고, 경제 발전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지역, 기업, 농장별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평양 자본주의’ 형태의 하나라고 분석할 수 있다.

    中, 책임대국-북·중동맹 사이에서 딜레마

    시진핑은 북핵 문제가 존재하는데도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은을 후견했으나 장성택 숙청과 2013년 제3차 핵실험으로 양국 정치관계는 급랭했고 2017년까지 대립은 극에 달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상황이 급반전해 네 차례의 김정은 방중과 한 차례의 시진핑 방북이 성사되면서 역사상 최상의 북·중 관계가 형성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지되고 있으며 북·미 사이에 상충된 비핵화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교착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특히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이 시기부터 시진핑의 ‘조용한 관여’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강조한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하면서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을 주장했다. 리용호 외상과 최선희 부상의 인터뷰에 따르면 북측은 민생 5대 분야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하면서 비핵화 협상과 제재 완화의 동시 병행, 즉 상호주의적 위협 감소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상충된 해법 사이에서 남북-북·미 관계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게 현재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미·중 무역 마찰과 홍콩 시위 등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두며 이른바 ‘책임대국’으로서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강화에 동조하는 것과 북한의 제재 완화에 동조하는 것 사이에서 ‘조용한 관여’라는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미·중 경제 마찰이 정치군사적 대립으로 서서히 전이되는 국면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가 강조되는 상황이다. 시진핑에게 북한이 냉전과 중·소 분쟁 때처럼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시진핑은 ‘책임대국’과 ‘동맹’의 딜레마에서 북·미 핵협상을 추동하고자 북한과의 비(非)무역 교류를 강화하는 ‘새로운 해법’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경제 통계의 허상 : 소설과 수치 사이

    최근 촬영한 북한 신의주 아파트 공사 현장.

    최근 촬영한 북한 신의주 아파트 공사 현장.

    2010년대 들어와 북한 무역의 90%를 중국이 차지했다. 2018년 북·중 무역은 2016년 대비 80%가량 축소됐다. 2017년 수출액과 수입액은 약 3억5000만 달러였는데, 2018년에는 각각 7000만 달러 이하로 줄었다. 

    그런데 무역통계로 북한 경제를 살피는 것은 비무역수지와 북한 내부 생산량 증가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는 서비스 분야에서 생산 유발이 일어나는 자본주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는 무역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김정은 집권 이후 100여 기의 소형 수력·화력발전소 증설과 전기요금 납부제도로 인해 에너지 분야가 일신됐는데, 이러한 변화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보기관이 위성 추적을 통해 북한 공장 가동률을 수치화하는 과정에도 한계가 있다. 굴뚝의 매연 감소가 가동률이 하락해서인지, 환경설비 증설에 의한 것인지는 위성 판독만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중국 세관의 공식적인 무역통계 수치보다 비공식 무역이 훨씬 많다는 것은 전문가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농업 및 기업 개혁으로 곡물과 단백질 등의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9월 한 학술회의에서 미국 농무부의 위성 추적 결과를 청취했는데, 미국 농무부의 위성 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타(Dath K. Mita) 박사는 위성 추적으로 북한의 농업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학술회의에서 제기된 쟁점 중 하나는 북한 식량 생산량을 추정하는 각 기관의 편차가 심한데 어느 곳의 추정치가 정밀한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관마다 편차가 심한 통계 추정치가 나오는데, 언론과 사람들은 믿고 싶은 통계 추정치를 인용하고 있다. 북한 통계를 두고 정파적 이해에 따라 확증편향의 오류라는 자기 마취에 빠져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화 촉진과 비핵화 상응조치로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두 나라의 논리는 무역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의 농업, 기업소 개혁에 따른 곡물 생산량 증가와 비무역 경제교류를 통해 북한이 버티면서 우라늄 농축과 단거리미사일 실험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의 경제 지표를 두고 기관과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소설과 수치 사이에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필자는 부유한 평양이 존재하는 동시에 긴급구호가 필요한 영유아나 임산부가 많은 것 모두가 ‘평양 자본주의’의 진실이며, 이런 현상은 경제개혁에 따른 편차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북측 학자와 이를 두고 논쟁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상당 부분 동감을 표시했다.

    北 방문하는 中관광객 대폭 증가

    6월 30일 김정은-트럼프 판문점 회동 이후 중국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북측 학자들과 북·중, 북·러 협력에 대해 토론했다. 북한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경제학자들은 “근본 경제 문제는 국제 제재다. 제재 해결 없이 어떻게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사들은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남·북·미 3방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도록 중국, 러시아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무역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비무역 분야 교류를 통해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가졌다는 뜻이다. 

    북·중 국경에서 만난 현지 전문가들도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광협력을 북·미 사이에서의 절충적 해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무역 중심’이라는 점에 착안해 중국과 러시아가 비무역 교류라는 새로운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수지에서 대표적인 비무역 분야는 노동자의 송금과 관광이다.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한 북측 인사는 “현재 북한 관광은 자연 풍광 중심인데, 남측의 인문여행,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평창올림픽과 김정은의 베이징(北京) 방문을 계기로 중국인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다. 중국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이미지는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과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뚱보 3부자’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패악에 대항하고자 약소국의 젊은 지도자가 어쩔 수 없이 핵을 개발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높이 산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 전제 조건은 비핵화 의지였는데 김정은이 그 같은 의지를 보였다”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북 무역제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담당한다. 2017년 이후 중국이 인적교류 제한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인적 제재는 중국의 단독 제재나 다름없는 효과를 가져왔다.

    비즈니스의 땅 ‘조선’에 주목하라

    북한이 최근 중국에서 개최한 경제개발구 설명회 자료.

    북한이 최근 중국에서 개최한 경제개발구 설명회 자료.

    그런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시진핑 주석은 관광, 농업, 교육, 보건, 체육, 언론, 지방, 청년 8대 분야 교류 지침을 하달했다. 관광협력은 수도꼭지처럼 언제든 잠글 수 있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국은 언제든 수도꼭지를 잠그는 방식으로 관광을 제한해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다. 더불어 관광은 현금 거래이므로 무역과 달리 즉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일종의 ‘전략 무기’ 성격을 지닌 것이다. 

    단체관광객 사이에는 상당수의 보따리 상인이 뒤섞이게 마련이다. 소량 물품을 다수가 거래하는 인해전술 방식의 무역이 가능하다. 2017년 핵실험 이후 중국 지방세관들은 유엔 결의안과 중국 국내법이 규정한 것보다 더 강력하게 현금, 소지품 검사를 했다. 이는 중국의 단독 제재나 다름없었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반북 정서가 강했다.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때마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면서 친북 정서가 높아졌다. 지방세관들은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또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과 6월 시진핑 방북 전후로 비료와 곡물 등 민생 분야에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중국 기업인의 북한 산업시찰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공식 정책과 무관하면서도, 정부의 심중(외교정책)을 알아서 읽는 묘한 움직임이다. 기업인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땅 ‘조선’에 주목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북·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떠오른 북한 시장을 선점하고자 당국의 공식 지침이나 문건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을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거래량이 많은 기업 인사들은 북한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제재 국면에서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북한의 각 지역에서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고도 한다. 

    국경지역에서 일하는 중국 공무원들은 필자에게 “국가급 동북진흥계획이 향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계될 것”이라며 지역의 기대감에 대해 설명해줬다. 덧붙여 “단둥-신의주-평양, 투먼-청진의 고속철도도 중국 표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중 인적교류도 증가하고 있다. 주요 대학, 연구기관 사이의 학술교류가 늘었다. 평양의 주요 대학과 베이징대, 푸단대, 옌볜대 등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과 연구기관이 학술회의, 교수 상호 파견을 늘리고 있으며 교환 학생도 늘어났다. 민간연구소에서도 북측 인사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중조국제영화제, 장애인영화제, 노동신문 기자들의 해외연수 등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가 이뤄진다. 필자는 옌볜대 개교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교환교수로 방문한 피바다가극단, 김원균음악대학 등의 인사들이 하는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고려항공 승무원들도 고품격 서비스를 배우고자 중국에 와 있다. 

    북·중 정상회담 컨벤션 효과로 단둥, 훈춘 등 국경지역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합의 불발에도 3월 만포-지안 통상구 개통, 8월 투먼-남양-청진 관광열차 운행 재개가 이뤄졌다. 북측 학자는 투먼대교, 신압록강대교와 관련해 내년 중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6월 20일 시진핑 주석의 평양 답방 다음 날 평양-다롄 직항노선이 개설됐다. 웨이하이, 선전, 옌지 등도 평양 노선 재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북·중 국경 전체에 걸쳐 교량, 세관, 부대설비, 무역창고 등이 대대적으로 신·개축되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단둥, 훈춘 부동산 가격도 상승

    북한 자강도 중강군 ‘3월 5일 청년광산’.

    북한 자강도 중강군 ‘3월 5일 청년광산’.

    요약하면 잇따른 북·중 정상회담 이후 국경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 관광객 증가, 중국 내 북한 인력 증가, 비공식 무역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평창올림픽 이후부터는 북한에 들어가는 기차표, 항공표 등이 부족해 장기간 대기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업인들의 북한 산업시찰도 증가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 쪽 국경지역에도 관광특수가 일고 있다. 

    투먼-청진 철도 관광은 중국인 중심으로 이뤄진다. 청진의 군사지역이 점진적으로 민간에 개방되고 있으며 호텔이 부족해 외국인 민박이 허용됐다. 그럼에도 숙박 시설이 부족해 중국인 관광객이 열차에서 숙박하는 상황이다. 청진과 칠보산을 잇는 관광 코스가 인기인데, 관광 인프라가 빈약해 관광객 수에 비해 청진에서 소비하는 비용은 적은 편이라고 한다. 투먼 기업인들이 북한 나진의 일부 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나 소유권 계약 등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 위험이 있다고 한다. 투먼시 정부와 기업인들은 베이징의 중앙정부와 남·북·중 관광 협력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 

    북한도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2020년 4월 개장될 예정인 원산갈마지구 관광단지에는 4성급 이상 호텔 18개, 여관 34개 등이, 삼지연지구에는 5개 넘는 6성급호텔과 스키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원산갈마공항은 보잉의 대형 기종 이착륙이 가능한 수준으로 시설이 준비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지금껏 설명한 대규모 인적 교류가 유엔 제재 결의안의 대량현금(Bulk Cash) 제공과 노동자 신규 파견 금지 조치를 위반하고 있는지다.

    중국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는가

    필자가 인터뷰한 중국 측 인사들은 현재 중국을 방문하는 북측 인사들이 노동자가 아니며 신규 노동비자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의주(단둥), 만포(지안), 혜산(창바이), 남양(투먼), 원정리(취안허) 등 국경도시 통상구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유엔 결의안의 대량현금 관련 규정을 지키고자 지역별로 1일 300여 명 수준으로 여행자 통관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 여행사들이 1일 30명 이하의 소규모 여행단을 조직하고 있으며, 여행자 명단을 보면 출발 지역이 중국 각지로 분산돼 있다. 대량현금 제공과 관련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조치)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거래가 없는 소규모 지방 여행사가 북한 관광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앙은 미국과의 협력과 안보리 결의안 준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국경 지방은 북측과의 교류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박종철
    ● 1975년 출생
    ●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도호쿠대 석사(법학)
    ● 중국사회과학원 박사(국제정치학),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소장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