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지금이 ‘역대급 경제위기’인 11가지 증거

숫자는 이미 ‘퍼펙트 스톰’ 예고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seshin@sookmyung.ac.kr

    입력2019-10-28 14: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세계경제 회복할 때 한국 경제는 되레 침체

    • 기록에 남을 만한 장기 수출 부진

    • 생산 떨어지며 공장 가동률 역대 최저치

    • IT버블, 금융위기 때보다 설비투자 부진

    • 30~40대 근로자 수 확연히 줄어

    • 제조업 등 전 산업 영업이익률도 급락

    • 자영업자 등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 감소

    • 민간소비 증가율 하락하며 경제 활력 잃어가

    • 여권, 유리한 자료만 갖고 ‘위기 아니다’ 강변

    서울 명동의 한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명동의 한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뉴스1]

    국내외 모든 경제 예측기관이 예외 없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그것도 한 해 내내 내렸다. 한국의 어두운 경제 상황을 두고 염려와 걱정이 많다. 일본식 불황,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여러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발생하는 초대형 경제위기)이라고도 하고, ‘사면초가’ 혹은 ‘오면초가’라고도 한다. 깜깜해서 한 치 앞이 안 보인다는 뜻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경제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29.3%), ‘나빠진 편이다’(28.3%)라고 답한 비율은 도합 57.6%에 달했다.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13.3%에 불과했고 28.3%가 ‘이전과 비슷하다’고 답했다.(*해당 여론조사는 9월 17~20일 ‘국민 생활경제’, 같은 달 20~22일 ‘국가 경제정책’에 대해 각각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은 ±3.7%포인트다.)

    올바른 방향과 ‘변화의 몸살’

    놀랍게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집권여당 인사들은 경제 상황이 위기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되레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변화의 몸살’ 정도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그럴수록 국민은 당혹스럽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키 혼란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집권했다. 이 시기를 즈음해 세계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3.28%와 3.12%에서 2017년 3.68%로 뛰었다. 미국 경제성장률도 2016년 1.6%에서 이듬해 2.4%로 상승했다. 

    세계 교역 증가율은 2016년 -3.7%에서 2017년 10.7%로 급등했다. 중국 수출 증가율도 -6.4%에서 6.8%로 뛰었다. 많은 사람이 2017년 이후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놀랍게도 세계경제는 2017년과 2018년 내내 호황을 이어갔다. 한국 사정은 판이하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2017년 3분기를 정점으로 가라앉거나 침체하고 있다. 여기 그 수치적 증거가 11가지 있다. 




    ① 수출과 수입의 연속 감소: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1990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긴 감소세다.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 2001년 3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 2008년 11월 금융위기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에 이어 기록에 남을 만한 장기 수출부진이다.(표 1 참조) 미·중 무역 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경제 둔화 조짐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한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수출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또한 3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 또한 역대 5~6위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의 수입 구조는 2018년 기준으로 중간재 48.2%, 자본재 14.4%, 1차 산품 24.3%, 소비재 12.7%로 이뤄져 있다. 즉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나 설비, 원자재 비중이 87%라는 뜻이다. 생산이 위축되고 투자가 부진하며 경제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입도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② 생산 위축과 가동률 저하: 전 산업 생산지수는 2018년 4분기 111.4에서 2019년 2분기 108.4로 3.0포인트 하락했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2018년 4분기 109.9에서 2019년 2분기 106.2로 3.7포인트 떨어졌다. 서비스업 생산지수 역시 같은 기간 110.3에서 108.4로 1.9포인트 하강했다. 건설업 생산지수는 같은 기간 125.6에서 119.2로 무려 6.4포인트 추락했다. 공공행정 부문 생산지수도 115.3에서 110.5로 4.8포인트 침강했다. 

    생산이 떨어지면서 공장의 가동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1분기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71.8, 2분기는 72.3이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최악이고 2분기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가동률이다.(그림 1 참조)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향하는 기업들

    ③ 2017년 2분기부터 꺾인 역대급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 부진: 설비투자는 생산 활동에 꼭 필요한 요소다. 설비투자 감소는 미래의 생산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비는 매년 감가상각돼 없어진다. 이 때문에 감가상각만큼 새로 설비에 투자해야 전년의 설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즉 그래야 생산이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설비투자가 ‘0’ 이라면 감가상각률만큼 생산설비는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셈이 된다. 설비투자가 ‘0’ 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면 이는 심각한 생산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2019년 3분기 또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6분기 연속 감소하게 된다. 설비투자가 5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1995년 지표 작성 이후 역대 2위 수준에 해당한다. 1분기만 더 떨어지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시기와 역대 최장 분기(6분기) 하락 동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2001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설비투자가 4분기 연속 감소한 것보다 현재의 설비투자 부진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건설투자 5분기 연속 감소도 역대 2위에 해당한다.

    60세 이하 취업자 21.7만 명 감소

    국내 설비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국내 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급증하고 있다. 2019년 1분기 해외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5.0% 증가했다. 2010년 이후 하락세이던 해외투자는 2013년 엔저(低)를 앞세운 아베노믹스가 웅비하자 증가세로 반전했고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투자는 느는데 국내 설비투자만 줄어든다는 것은 그 원인이 국내에 있음을 증명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및 공정경제 강화 조치와 같이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들이 설비투자 감축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④ 고용 증가 현저히 둔화: 고용 상황 역시 역대 최악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2017년 6월~2019년 6월) 동안 취업자 증가폭은 34.9만 명에 그쳤다. 이는 2009년 상반기 이후 2년 단위로 볼 때 가장 적은 고용 증가폭이다.(표 2 참조) 

    2009년 상반기와 2011년 상반기 사이 2년 동안 취업자는 78.1만 명 늘었다. 2011년 상반기~2013년 상반기에는 68.8만 명 증가했으며, 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에는 96.6만 명이나 늘었다. 2015년 상반기~2017년 상반기 2년 동안에도 56.8만 명 늘었으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취업자 증가폭이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을 제외하면 지표는 더 참담해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2017년 상반기~2019년 상반기) 동안 60세 이하 취업자는 21.7만 명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2009년 상반기와 2011년 상반기 사이에는 61.4만 명이 늘었고 2011년 상반기와 2013년 상반기 중에도 32.7만 명이 증가했으며 2015년 상반기와 2017년 상반기 2년 동안에도 12.9만 명이 늘었었다. 

    특히 30대와 40대 근로자의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30대 근로자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565.4만 명에서 554만 명으로 11.4만 명 감소했다. 40대 근로자는 같은 기간 681.8만 명에서 649.2만 명으로 32.6만 명 쪼그라들었다. 물론 그 연령대의 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0대 취업자 감소는 과도하다. 

    취업자 숫자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도 현저히 짧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2017년 6월~2019년 6월) 동안 주36시간 미만 근로자는 415.1만 명에서 516.5만 명으로 101.4만 명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근로자의 주당 평균근로시간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2년 동안 43.2시간에서 40.8시간으로 2.4시간 줄었다.

    제조업·非제조업 공히 가장 나쁜 실적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최고경영자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최고경영자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⑤ 기업의 경기 실적과 경영 실적: 한국은행이 매월 실시하는 기업경기실사조사에 따르면 2019년 8월 전 산업 업황 실적지수는 69로 집계돼 문재인 정부 2년 3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극도로 치닫던 2019년 1월과 2월의 69와 동일한 수치다. 2019년 6월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흐름으로 볼 때 향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업황 실적지수는 68, 비제조업 업황지수도 70으로 각각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나쁘거나 두 번째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업황에 대한 전망지수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9년 8월의 전 산업과 제조업 업황 전망지수는 각각 72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19년 1, 2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세전이익률도 최근 2년 동안 급락했다. 전 산업 세전순이익률은 2017년 1분기 7.80%에서 2019년 1분기 5.80%로 떨어졌다. 전 산업 영업이익률은 2017년 1분기 6.98%에서 2019년 1분기 5.25%로 급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공히 지난 4년 중 가장 나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⑥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연속 하락: 경제 지표 중 경기 동행지수라는 게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해 집계한 통계),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및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의 일곱 가지 지표를 가중 평균해 계산한다. 

    경기동행지수의 계절적 등락을 기계적으로 조정한 지표가 순환변동치다. 순환변동치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13개월 연속 직전 달에 비해 하강했다. 5월에 다소 반등한 뒤 6월과 7월에 다시 하락했으니 15개월 연속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럽 파운드 위기가 있었던 1991년, 당시 12월부터 17개월 연속으로 순환변동치가 하강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최근 하락세는 28년 전 이후 가장 긴 기간 이어지는 셈이다. IMF 위기(15개월 연속 하강)나 2008년 금융위기(13개월 연속 하강)와 맞먹는 역대 2~3위급 장기 불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몇 달 더 떨어지면 역대 최장기 하락이 된다.(표 3 참조) 


    비대칭 증가 현상

    ⑦ 비소비 지출의 증가: 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당 비소비 지출(실지출 가운데 생활비 이외의 지출. 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 건강보험료, 고용,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은 2017년 상반기 164.4만 원에서 2019년 상반기 209.9만 원으로 2년 동안 45.5만 원 증가했다. 2015년 상반기에서 2017년 상반기 동안 비소비지출 증가액이 0.8만 원이었고 이전 2년 동안에 8.1만 원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규모다. 그중에서도 경상조세는 27.6만 원에서 37.6만 원으로 10.0만 원 증가했다. 이전 2년 동안 증가액 1.8만 원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의 조세 부담 증가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표 4 참조) 

    ⑧ 비대칭 소득 증가와 가처분소득의 정체: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동안 전체가구의 가계명목소득은 434.7만 원에서 470.4만 원으로 8.2% 증가했다. 속 내용을 따져보면 근로자 가구의 가계명목소득은 같은 기간 470.8만 원에서 529.6만 원으로 12.5% 증가한 반면 근로자외 가구의 같은 지표는 371.9만 원에서 382.5만 원으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늘었지만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거의 늘지 않는 비대칭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사업소득 증가가 거의 정체됐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 근로소득은 지난 2년 동안 10.1% 늘었지만 사업소득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근로자가 아닌 가구의 사업소득은 되레 4.4% 감소했다. 

    세금이나 연금 등 비소비 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은 지난 2년 동안 4.1% 증가했을 뿐이다. 그중 근로자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8.1% 늘어난 데 반해 자영업자 같은 근로자외 가구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⑨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 민간소비도 증가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18년 1분기 민간소비는 3.6% 증가했는데 2019년 2분기에는 2.0% 증가에 그쳤다. 1분기 1.9%와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소비증가율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는 우리나라 경제를 구성하는 최대 부문으로 전체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점차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다. 

    민간소비 둔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개인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성 지출을 뺀 지표) 증가세가 둔화한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 2019년 2분기 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2분기에 비해 약 4.2% 증가했다. 이 중 근로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8% 증가하는 동안 자영업자와 같은 비근로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1.0% 줄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이 줄면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⑩ 가계부채 폭등: 2019년 2분기 가계신용은 1556조 원으로 명목 GDP(국내총생산) 1893조 원(2018)의 82%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이 비율이 84%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1770조 원으로 GDP의 약 94%를 점유한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에서 2019년 2분기 4.3%로 점차 하락 추세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경상 GDP 증가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계속해서 올라갈 전망이다. 


    ⑪ 민생지수 역대 최악(87.28): 국가미래연구원이 민생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민생지수는 2019년 2분기 87.28(2003=100)로 집계됐다. 민생지수는 5개의 긍정지표, 즉 △고용구조 △ 고용의 질 △실질소득 △실질주택가격 △주가와 6개의 부정지표, 즉 △실질식료품비 △실질주거광열비 △실질기타소비지출 △실질교육비 △실질비소비지출 △실질전세가격의 변동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고 2003년을 100으로 잡고 있다.(그림 2 참조) 

    오래전 찰스 킨들버거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위기를 정의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식으로 경제위기를 정의하건 변명거리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지금 정부·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을 갖고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9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외 경제예측 기관이 분석한 한국 경제성장률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9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외 경제예측 기관이 분석한 한국 경제성장률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국민은 왜 경제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첫째는 위기가 국지적, 부분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1592년 왜적이 조선을 침범할 때 맨 먼저 부산포를 침략해 들어왔듯 경제위기도 한 방면에서 발생해 다른 부문으로 퍼진다. 

    글의 초입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도 경제가 좋거나 나쁘지 않다는 응답자 비율이 41.6%였다. 매우 나빠졌다는 응답(29.3%)보다 높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정도는 국민 개개인마다 다르다. 이에 경제가 파탄 나기 직전까지는 국민 대다수가 동시에 경제위기를 체감하는 일은 드물다. 

    국민이 경제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둘째 이유는 수치에서 드러나는 경제위기의 징조가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예컨대 민생지수나 동행지수 같은 지표의 추락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경제 전문가들의 눈으로 헤아려야 현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에서 살펴본 11가지 지표에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숫자는 세계경제가 한창 좋았던 2017년과 2018년부터 유독 한국 경제만 가라앉기 시작했음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가 꺾인 시점, 즉 2017년 3분기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때라는 점에 주목한다. 경제학자들은 J노믹스의 근간을 이루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복지정책, 노동정책, 최저임금 급격 인상, 재벌개혁, 공정경제 정책 등이 경제위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보고 있다. 이에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최소한 회복이라도 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더불어 정책의 우선순위 재설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정작 문재인 정부는 그저 개혁에 따르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강변하면서 고집스럽게 정책 수정 요구를 외면해왔다. 정책에는 시차가 있다. 지금 고치더라도 효과는 1년 혹은 더 지난 뒤에야 나타난다. 이를 고려하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정책 당국의 귀는 꽉 닫혀 있는 게 확실하다.

    신세돈
    ● 1953년 출생
    ● 미국 UCLA 경제학과 학·석·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금융보험실장, 국가미래연구원 이사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경상대학 학장
    ● 저서 : ‘Current Economic and Social Issues in Korea’, ‘국제경제정책론’ ‘외환정책론’,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등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