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20대 리포트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딜레마

차도로 가면 운전자 위험 인도로 가면 보행자 위협

  • 변선진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keen26@korea.ac.kr

    입력2019-11-06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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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도 작은 구멍에도 전복

    • 규정 속도 지키자 따라오는 차량 경적 울려

    • 대부분 인도로 운행…보행자 사망 사고도

    • 대학가 전동킥보드 이용자 즐비

    서울시 한 대학교 강의동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서울시 한 대학교 강의동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전동킥보드 이용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7만5000대(2017년)가 운행 중인데, 2022년엔 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2014년 2건에서 2016년 174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사고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현행 제도상 전동킥보드는 차도로 운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차도로 운행하면 킥보드 운전자가 위험해지고 인도로 운행하면 행인이 위험해진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과 충돌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을 상대로 실태를 알아봤다.

    “도로로 다니라는 것도 좀 황당”

    서울시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4) 씨는 요즘 전동킥보드를 타고 통학한다. 이씨는 “차도로 다니느냐”는 질문에 “인도로 다녀요”라고 답했다.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차도로 다녀야 한다. 또 자전거도로에서도 타면 안 된다. 50cc 미만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킥보드 타고 도로로 다니라는 것도 좀 황당하긴 합니다.” 

    이씨는 “앞으로도 쭉 인도로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천천히 운행하겠다”고 했다. 요즘 서울시 각 대학에선 전동킥보드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 필자가 접촉한 이들 대부분도 인도로 운행한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대학생 김모(22) 씨와 함께 차도로 나가서 차도 운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봤다. 서울 안암동 한 버스정류장 부근 차도에 빈 플라스틱병이 떨어져 있었다. 버스가 이 병을 그대로 깔고 지나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차도로 운행 중인 전동킥보드는 이 플라스틱병으로 인해 전복될 수 있다. 나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시속 20km로 달리다가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다. 이로 인해 수주 동안 반(半)깁스를 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차도엔 포트홀(아스팔트 포장 표면에 생기는 국부적인 작은 구멍)과 맨홀 뚜껑도 있었다. 김씨는 “포트홀과 같은 작은 구멍이 차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자동차와 달리 전동킥보드의 작은 바퀴가 안으로 들어가면 전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차도에서 포트홀 같은 작은 구멍을 발견하기도 힘들뿐더러 설사 발견한다고 해도 이를 피하려고 차선을 급하게 바꾸면 뒤따라오는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턱이나 싱크홀 주의” 막연한 대책

    김씨가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제한속도인 시속 25km 이하로 운행하자 뒤따라오는 일부 차량이 답답하다는 듯 김씨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법규대로 시내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쉽지 않은 일로 보였다. 

    경찰은 “전동킥보드의 안전을 위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침에는 바퀴 크기 10인치 이상만 주행 허용, 안전장구 착용, 이중 브레이크, 전조등 부착 등이 포함된다. 지침엔 인도 운행 금지도 포함돼 있다. 

    전동킥보드로 통학하는 대학생 권모(여·25) 씨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인도 운행 금지를 따르지 않는다.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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