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전기·수소차 가장 싸게 사는 법

보조금, 세제 혜택, 충전 편의 꼼꼼 비교

  • 김상윤 이데일리 기자

    jeune81@gmail.com

    입력2019-11-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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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수소차(FCEV)는 친환경차라고 불린다.가솔린과 디젤 등을 이용하는 기존 내연기관 차에 비해 환경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LNG발전기를 돌려야 하므로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 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내연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차인 것은 틀림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고자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준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차량 구입 전 따져볼 내용을 꼼꼼히 정리했다.

    전기차 테슬라 모델S, 하이브리드차 기아 올뉴 K7, 수소차 현대 넥쏘(위부터). [테슬라 제공,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 제공]

    전기차 테슬라 모델S, 하이브리드차 기아 올뉴 K7, 수소차 현대 넥쏘(위부터). [테슬라 제공,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 제공]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는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전기를 활용해 모터를 돌린다. 모두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기차는 전기를 에너지로 활용해 전기모터를 돌려 운행하는 차량을 말한다. 리튬이온전지(2차전지)에 전기를 충전한 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는다. 미래 자동차 패권을 누가 쥘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양산하는 차량이 전기차다.

    친환경, 고효율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만드는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 경유, LPG 등 연료와 전기에너지를 조합해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다.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전기에너지를 생성 또는 사용하는 전기모터를 모두 갖고 있다. 전기모터 가동 비율에 따라 마일드(Mild), 풀(Full),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분류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외부 전기공급원으로부터 직접 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에 가깝다. 시내에선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모터만 구동해 운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는 수소차도 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모터를 구동한다는 점에서 큰 틀에선 전기차다. 다만 전기차가 리튬이온전지를 통해 전기를 이용한다면,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사용해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 고압 수소탱크에 충전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연료전지에서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 뒤 모터를 돌린다.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대표주자는 단연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를 혹평한다. 수소차의 연료전지 효율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점을 꼬집으며 “바보 연료 전지(Fool Cells)”라고도 했다. 수소를 분해하고 운반하고 탱크에 넣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절반을 넘어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반면 수소차 옹호 진영에서는 “수소차야말로 전기차 중 가장 진화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다. 지금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미래 차 시장의 패권을 가르는 건 효율이 될 전망이다. 쉽게 충전해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충전소 인프라를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유리하다. 



    정부가 차량 구입에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친환경차를 늘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친환경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에 적정한 인센티브를 줘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보조금은 크게 국가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전기차 보조금 최대 1900만 원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은 승용차 17종, 상용차 20종이다. 대당 국가 보조금은 최대 900만 원이다. 지자체 차원의 별도 보조금은 450만~1000만 원으로 각기 다르다. 서울이 450만 원으로 가장 적게 지급하고, 충남과 경북이 최대 1000만 원을 지급한다.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합치면 최대 19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 전기차 코나의 경우 차량 가격이 4850만 원이다. 보조금 지급을 감안하면 3000만 원 초반에도 구입할 수 있다. 

    아쉽게도 보조금은 매년 줄고 있다. 전체 예산이 늘었지만, 정부가 더 많은 구매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자 개인별 지급 금액을 줄이는 추세다. 여기엔 제조업체들이 좀 더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를 만들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친환경차 가격 자체가 내려갈 수 있다. 

    보조금이 모든 친환경차에 똑같이 지급되는 건 아니다. 정부는 효율이 높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많이 준다. 보조금은 기본금액(350만 원)+[배터리 용량 x (단위 보조금 x 가중전비 / 최저 가중전비)] 공식을 적용해 산출한다. 가중전비는 온도가 낮은 겨울철 성능을 반영한 전기차 연비(여름 75%, 겨울 25%)다. 쉽게 말해 배터리 효율이 높은 차량을 이용할수록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볼트EV 등 비교적 최근에 나온 전기차일수록 보조금 규모가 크다(표 참고).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보조금 규모가 훨씬 크다. 수소차 보조금은 최고 3600만 원으로, 전기차 보조금보다 1700만 원이 많다. 국가 보조금 2250만 원에 지자체 보조금 1000만~135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수소차 원가가 워낙 높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해 소비자가 쉽게 구매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현대 넥쏘차 가격은 7220만 원인데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 중후반에 구입이 가능하다. 


    지자체별 지원 금액을 보면 전북이 135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체 보조금 지급 규모로 따지면 1000대의 수소전기차에 각각 100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울산이 으뜸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올해부터 폐지됐다. 다만 전기모터를 메인으로 활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은 차종과 관계없이 일괄로 500만 원이 지급된다. 보조금을 받아도 PHEV 가격은 하이브리드차보다 비싼 편이다. 

    전기차를 몰면 보조금 외에 추가로 받는 세제 혜택도 쏠쏠하다. 친환경차 소유주는 최대 660만 원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수소차는 개별소비세(차량 가액의 5%) 최대 400만 원,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 최대 120만 원, 취득세(차량가격의 7%) 최대 140만 원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개별소비세 300만 원, 교육세 90만 원, 취득세 140만 원 등 총 530만 원을 감면받는다. 여기에 일반 차량은 배기량 기준으로 매년 자동차세를 납부하는데 수소·전기차에는 연 13만 원을 일괄 적용한다. 유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셈이다.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에 비해 차량 가격이 비싸도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친환경차 운전자는 △공영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2020년까지 고속도로 통행료 경감 △전기차 급속충전요금 44% 인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은 올해부터 공영주차장 주차 이용료와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 중단된다.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받으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환경부 콜센터(1661-0970)나 자동차 지점, 대리점에 연락해 구매 상담을 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에 따른 보조금 규모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적정한 차량을 선택했다면 자동차 지점, 대리점을 방문해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한다. 

    지자체는 신청서를 받은 뒤 보조금 지원 여부를 확인해 지점, 대리점에 통보한다. 바로 승인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신청자가 다수 몰려 있어 차량에 따라 구매까지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지점, 대리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구매자는 지원금 대상자 선정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자는 보조금이 적용된 금액만 납부하면 된다. 제조사가 이후 지자체에 차량 출고 서류를 제출한 뒤 보조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그림 참고).

    도심형, 장거리형… 내게 맞는 차량은?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10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알마광장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출한 투산 수소전기차 택시의 충전 시연을 지켜봤다(왼쪽).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10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알마광장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출한 투산 수소전기차 택시의 충전 시연을 지켜봤다(왼쪽).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보조금뿐 아니라 여러 혜택이 부여되고 있지만 선뜻 전기차를 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충전이 오래 걸리고 장거리 이동에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단 거주지에 전기충전소 인프라가 깔려 있는 소비자는 전기차를 이용해볼 만하다. 마트나 공공시설에 설치된 전기충전소를 이용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밤에 집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게 편하다. 최근 건설된 아파트에는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단독주택에 사는 소비자도 전기차를 이용하기 쉽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의 경우 15~30분, 완속 충전은 8~12시간 정도 걸린다.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평균 300km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나, 장거리 여행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도심·단거리 운전자에겐 전기차가 유리하다. 최근 출시된 테슬라 모델3의 경우 최장 415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재로서는 도심과 장거리 여행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특히 전기모터 기능이 강화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도심에서는 주로 전기차로 활용하고, 외곽에 나갈 땐 내연기관을 활용하면 된다. 

    장거리 운전만 고려하면 수소차가 단연 으뜸이다. 수소차 충전시간은 5분으로, 1회 충전으로 600~800km를 달릴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국내 어디든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셈이다. 단, 아직 수소충전소가 많지 않아서 당장 수소차를 구매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서울에는 수소충전소가 3곳 있다. 마포구 상암충전소, 서초구 양재충전소 외에 최근 국회충전소가 새로 생겼다. 기존 충전소가 주로 외곽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국회충전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하지만 여전히 충전하기 어렵다. 1번 충전하려면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루에 충전 가능한 용량도 50대 정도에 불과하다. 충전 시간은 5분 정도지만, 충전 시 수소 탱크 압력을 높이고 열을 식히는 시간까지 하면 10분이 넘게 걸리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전국에 30곳이 운영 중이며, 연구용 등을 제외하면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상업용 충전소는 23곳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말까지 수소충전소를 86곳으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5∼50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수요가 부족해 사업자들이 대거 충전소를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8월 28일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 기공발파식 버튼을 누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8월 28일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 기공발파식 버튼을 누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휘발유차와 경유차가 한 세기를 공존했듯, 전기차와 수소차도 앞으로 한동안 ‘라이벌’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누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깔 수 있느냐에 향후 패권이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전기차가 소비자한테 좀 더 유리하지만, 정부가 수소차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2~3년 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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