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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인도… 韓 미래 ‘남방’에 있다

[신기욱의 밖에서 본 한반도]

  •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 gwshin@stanford.edu

美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인도… 韓 미래 ‘남방’에 있다

  • ● ‘닫힌 중국’ 맞수 된 ‘열린 인도’… 기회의 땅
    ● 레키 칸월에서 순다르 피차이까지
    ● 미국에서 중국계 앞선 인도계 존재감
    ● 본국과 활발히 교류하는 ‘두뇌 연결’
    ● 2030년에 기술 인력 2.5억 명 예측
    ● 소프트웨어 강한 인도+하드웨어 강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들이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2차 정상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도쿄=AP 뉴시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들이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2차 정상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도쿄=AP 뉴시스]

레키 칸월(Rekhi Kanwal). 인도공대(IIT)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후 1982년 새너제이로 이주해 엑셀렌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1987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인도계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창업에서부터 상장에까지 성공해 실리콘밸리 인도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의 선구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기업인으로 성공한 후에는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와 본국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1992년에는 TiE(The IndUS Entrepreneurs)라는 디아스포라 단체를 공동으로 설립해 창업하려는 인도계 기업인들을 지원했다. 필자와 인터뷰하면서 “그 당시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인도계 젊은이가 많았지만 노하우나 네트워크가 부족해 이를 돕기 위해 설립했다”고 전했다. 또 인도에 있는 모교에 기부금을 쾌척했고, 인도 정부에 정책 자문도 제공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대학도 지원했다.

레키 칸월 스토리

인도계로 최고위직에 오른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뉴시스, [동아DB]

인도계로 최고위직에 오른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뉴시스, [동아DB]

칸월의 스토리는 더는 낯설지 않다.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도계 첫 세대라면 지금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등 성공한 인도계 기업인이 즐비하다. 이들은 인도공과대를 나와 미국에서 공부한 후 귀국하지 않고 남아 창업에 성공했거나 대기업의 대표가 됐으며, 본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IT(정보기술) 메카인 실리콘밸리 성공의 밑거름이 됐을 뿐 아니라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식민지 종주국이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가 됐다.

인도 디아스포라의 존재감은 경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인도의대(IIMS) 출신의 의사도 수두룩하고,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스탠퍼드나 버클리 등 명문 대학에도 출중한 학자가 많다. 최근 스탠퍼드에서 새로 설립한 ‘지속가능성 대학’의 초대 학장도 인도계 아룬 마줌다(Arun Majumdar)이다. 그 역시 인도공대를 나온 후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공직과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스탠퍼드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새로운 단과대를 이끌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갖는 전반적인 존재감이나 영향력 면에선 이젠 인도계가 중국계를 앞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인도는 미국 외교·안보의 열쇠말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냉전시대에는 비동맹의 기수였지만 지금은 자유 진영과 적극 연대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아직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서구 국가와 갈등이 거의 없고 언어 소통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미국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영국 총리인 리시 수낵 등이 인도계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인구 면에서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인도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성과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에선 여전히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한국인은 인도에서 마하트마 간디나 타지마할 등 긍정적 이미지도 떠올리지만 대체로는 힌두교, 카스트제도 등 종교와 오래된 관습을 연상하고 이에 더해 무질서하고 가난한 국가라는 인상을 갖는다. 물론 역사, 종교, 문화 등 인도와 적잖은 간극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편견을 버리고 인도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고 협력을 강화할 때가 됐다.

인도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연대와 인도-태평양 중심의 대외정책에 더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미국을 기점으로 한 인도 디아스포라의 글로벌한 부상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의 ‘파이프라인’이고 큰손이 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한 동아시아의 발전모델과 달리 인도는 서구와 비슷한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디아스포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독특한 발전모델을 구축했다. 인도 디아스포라의 성공 비결에서 교훈을 얻고 이들과의 국제적 네트워크도 강화해야 할 이유다.

일본, 중국, 인도의 부상

1980년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가 일본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엔 중국이 그 위상을 차지했다. 최근 들어 중국이 미국과 갈등하면서 자국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사이에 인도가 지역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중국, 인도가 도약한 경로를 따라가 보면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글의 초점인 디아스포라 커뮤니티가 이들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 일본을 보자. 일본은 탄탄한 자국민 교육과 기업 훈련을 토대로 미국 등 서구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점진적 이노베이션(incremental innovation)에 성공했다. 소니가 한때 전자제품에서 세계를 제패한 동력은 원천기술의 개발에 있다기보다는 섬세하고 세련된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에 있다. 중국·인도와 달리 일본은 단기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요긴하게 활용했고, 이를 통해 선진 기술을 자국 경제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두뇌유출’ 없이 한때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력을 키웠지만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 등과 지식재산권 등을 둘러싼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 발전 과정에서 일본 디아스포라는 뚜렷한 역할이나 공헌이 없었다. 대부분이 거주국에 동화되거나 비숙련 노동력에 그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 디아스포라는 미일 간 태평양전쟁 시 강제 억류(internment)를 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면서 대부분 미국 사회에 동화됐고 본국과의 교류도 제한적이었다. 남미 등에 있는 일본 디아스포라의 경우 한때 일본으로 귀환했으나 대부분이 비숙련노동자였고, 일본에서 차별을 겪으면서 오히려 모국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인식과 경험을 안은 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주국으로 되돌아갔다.

중국은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중국 디아스포라 즉 화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자본이 중국의 개혁 개방에 도움을 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중국은 ‘오픈도어’ 정책을 펴면서 수많은 인재를 해외에 보냈고 적극적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본국으로 끌어들이는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 정책을 폈다. 세계적으로 중국 출신 유학생이 가장 많고, 200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약 80%의 해외 인재가 귀국했다. 중국에선 이들을 ‘하이구이(海龜)’ 즉 ‘돌아온 거북이’라고 칭한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는 하이구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즐비하고 이들이 중국의 이노베이션을 리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제 이외에도 과학기술, 고등교육 등 다방면에서 하이구이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중국의 ‘두뇌 순환’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등과 분쟁을 낳았다. 중국 인재들이 미국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후 중국에 돌아가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하며 중국의 부상을 이끌었지만, 중국의 인재 유치 정책이 첨단기술 유출의 주범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대표적 해외 인재 프로그램인 ‘천인 프로그램(千人計劃)’을 “해외 기술을 얻기 위한 도구(tool-kit)”라고 비판했고, 미 정보 당국도 “미국 기술, 지식재산권, 노하우를 합법적·비합법적으로 중국에 이전”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인도는 중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었다. 중국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두뇌유출(brain drain)’을 경험했다. 세계적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해외로 보내고 있고 기술 이민자 숫자 면에선 오히려 제일 많다. 하지만 중국 인재와 달리 인도 인재들은 해외에서 학위를 받거나 경험을 쌓은 후 귀국하기보다는 거주국에 정착하면서 커리어 관리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1980년대에 대표적 인도공과대학인 IIT 봄베이의 졸업생 중 3분의 1 이상이(37.5%) 해외로 떠났고 그중 대부분(82%)이 해외에 남았다. 미국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후 취직을 위해 받는 임시 비자인 ‘Optional Practical Training’의 대상자 30%가 인도 학생들이다. 본국에서 우수한 공대·의대에서 교육받았고, 영어에 능숙해 언어 장벽이 낮았으며 다양한 종교·인종·관습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자란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해외 인재들은 귀국 하지는 않더라도 본국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소위 ‘두뇌 연결(brain linkage)’을 하고 있다. 인도의 젊은 인재를 해외의 대학이나 기업에 데려오거나, 인도 내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본인들이 재직하는 글로벌 기업과 인도의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을 연결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전문 비자라고 할 수 있는 H1B 비자 대상자 중 3분의 2가량이 인도인이다. 인도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Bengaluru)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도 디아스포라의 지원을 통해 유니콘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벵갈루루에 투자된 금액이 2010년 5억5000만 달러에서 2017년 20억 달러로 급증했고(6000개 스타트업에 투자) 2025년에는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아직 미국 등과 기술 분쟁이나 해외 인재 유치와 관련해 갈등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연설한 인도 총리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인도계 기업인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구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인도계 기업인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구글]

2015년 인도의 모디 총리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수만 명의 인도 디아스포라가 운집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모디는 “여러분을 인도의 두뇌유출이라고 하는데 난 오히려 두뇌 디포짓(brain deposit)이라고 한다”며 역설했다. 그리고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디아스포라인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등을 만났고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인디아 디지털 이니셔티브(India Digital Initiative)’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모디 총리의 실리콘밸리 방문을 주도한 사람도 인도 디아스포라인 넥서스 벤처 파트너스의 나렌 굽타였다. 인도 디아스포라의 힘, 특히 본국과의 두뇌 연결이 가진 중요성을 잘 보여준 장면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 디아스포라의 존재감은 특히 두드러진다. 2006년에서 2012년 사이 실리콘밸리에서 이민자들이 창업한 회사의 32%가 인도계다. 이는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한국계가 창업한 수를 다 합친 숫자보다 많다.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자리에도 인도계 출신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인도계는 전체 미국인의 1%, 실리콘밸리 기술 인력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창업자와 CEO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으로 온 인도인들은 고학력자로 약 70% 이상이 학사 학위 이상 소유자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한 학사 학위 비율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높은 기술 수준과 전문성,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췄고 영어와 서구 문화에 익숙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점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더구나 인도인들은 거주국의 시민권을 획득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미국 시민권 획득률을 보면 인도인이 중국인의 2배가량 된다. 인도인들은 국적을 포기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2015년 모디 총리의 연설이야말로 인도가 갖고 있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인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국적이나 거주에 관계없이 ‘한번 인도인은 영원한 인도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인도 역사의 손꼽히는 지도자인 간디와 네루 또한 디아스포라 출신이다 보니 이러한 인식이 익숙하다. 더구나 밀어주고 당겨주는 인도계 특유의 끈끈한 문화는 인도계 네트워킹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인도계의 미국 내 입지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중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인재 유치 정책을 펴진 않는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가 본국에 와서 큰 어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와 제도를 갖고 있다. 해외에서 183일 이상을 거주한 인도인에게는 비거주 인도인(Non-resident Indians)이라는 지위를 부여해 이들이 단기간 인도에 와서 생활할 때 법적·경제적 면에서 인도 거주자와 유사한 지위를 부여한다.

2003년에는 인도 디아스포라를 위한 기념일(Pravasi Bharatiya Divas)을 제정했는데 특히 이날(1월 9일)은 간디가 19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뭄바이로 귀국한 날이다. 기념일에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낸 디아스포라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인도계로 첫 우주비행을 한 칼파나 차울라(Kalpana Chawla) 등이 수상자다. 이러한 법적·문화적 제도를 통해 비록 같은 나라·지역에 거주하진 않더라도 문화적·민족적 연대 의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2월 2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2월 2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 아르고호의 선원(new argonauts)’

이에 부응하듯 인도 디아스포라는 본국과 매우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인도 디아스포라가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remittance)액은 2020년에 831억 달러로 중국의 595억 달러를 넘어 전 세계 1위다. 미국뿐 아니라 중동 국가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이 본국에 보내는 돈이다. 인도계 기업인들은 인도 내 스타트업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경제적 투자는 물론 정부에 대한 자문 그리고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크게 본 모국을 돕기 위한 자선 모금 등 활발한 활동을 한다. 필자가 미국 내에 설립된 97개의 대표적 인도 디아스포라 단체를 분석한 결과 42%가 본국과 긴밀하게 교류 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디아스포라 단체와 비교해 봐도 본국과의 교류가 더 활발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TiE(The IndUS Entrepreneurs)가 대표적 경우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 출신 기업인들 간의 네트워킹, 차세대 멘토링, 스타트업 인큐베이션과 투자 등을 목적으로 1992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2020년 현재 14개국에 61개의 지부를 두고 (미국 20개, 인도 23개 등) 1만5000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약 1만 개의 인도계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이들 스타트업의 가치는 총 2000억 달러에 달한다. 뭄바이, 삥갈루루, 첸나이 등에 지부가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인도계 기업인들이 TiE를 통해 본국과 활발히 교류했다.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을 때 젊은 인도인들에게 창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멘토링과 투자를 했으며 롤 모델 역할도 했다. 덕분에 실리콘밸리와 인도의 연결고리가 됐다.

1982년 설립된 인도계 의사들의 조직인 AAPI(American Association of Physicians of Indian Origin)도 본국과 적극적인 ‘두뇌 연결’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8만 명의 의사, 4만 명의 학생, 레지던트, 펠로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회원 간의 유대 강화뿐 아니라 인도에 있는 의대와도 활발히 협력한다. 2007년부터는 인도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서밋을 개최했다. 인도에 19개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자선 재단을 세워 구호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모국이 어려울 때 병원 물품을 지원하고 웨비나 등을 통해 인도가 팬데믹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도의 디아스포라 커뮤니티 내에서는 본국에 대한 이러한 지원이 단순한 자선 행위가 아닌 책임이라는 의식이 크다고 한다.

인도 디아스포라는 모교에 대한 지원이나 본국에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1951년 처음 문을 연 IIT 카라그푸르(Kharagpur)의 경우를 보자. 이곳 졸업생으로 미국에 건너와서 성공한 비노드 굽타(Vinod Gupta)는 1993년 모교에 the Vinod Gupta School of Management를 세웠다. 아르준 말호트라(Arjun Malhotra)는 G. S. Sanyal School of Telecommunications와 M. N. Faruqui Innovation Centre를 만들었다. 공립대학이 주를 이루는 인도에서 2014년 미국식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선구자격인 아쇼카대(Ashoka University)가 설립됐다. 공동 설립자 중 하나인 아쇽 트리베디(Ashok Trivedi)는 델리대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와 오하이오대에서 MBA를 한후 IGATE를 창업한 인도 디아스포라다. 이처럼 인도 디아스포라는 모교를 지원하거나 아예 새로운 대학을 세우기도 하고, 인도의 대학과 미국의 유수 대학 간 학술·학생 교류를 적극 지원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인 안나리 색세니안(AnnaLee Saxenian)은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고 인도와 자주 왕래하는 성공한 기업인들을 ‘새로운 아르고호의 선원(new argonauts)’이라 칭했다.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모피를 찾으려 지중해 등지로 모험을 떠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선원들처럼, 이제는 이들 디아스포라가 21세기의 새로운 아르고호의 선원들이라는 것이다. 레키 칸월은 필자에게 “과거에 디아스포라가 인도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인도 경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중국을 넘어설까

2022년 11월호 칼럼에서 중국이 우리 세대에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신기욱의 밖에서 본 한반도’ 신동아 2022년 11월호 참조) 그럼 인도는 중국을 넘어설 것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추세로 가면 중국의 맞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전체적인 국력에서 아직 중국에 현저히 뒤처져 있으나, 향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보다 더 높을 것이고 무엇보다 인구 구성이 젊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인도는 기술 인력 면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유일한 나라다. IIT, IIMS 외에도 주별로 우수한 공대, 의대가 산재해 글로벌 기술 인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점점 문을 닫고 있다. 경제·무역 면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에 직면했다.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는 반중 정서와 외교적 고립이라는 도전도 헤쳐나가야 한다. 인도는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다. 미국·일본·호주와 인도·태평양지역의 한 축으로, 경제·외교·안보에서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인도 디아스포라의 힘과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블룸버그는 “수낵이 영국의 총리가 되면서 이제 인도계의 도약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인도계들은 10년 또는 15년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서구 세계에 혁명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인도가 안고 있는 국내외적 문제도 여전히 크다. 고질적인 빈곤과 불평등, 인종, 종교 갈등이 있다. 점차 권위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디 정부와 힌두 민족주의를 비롯해 정부나 기업의 부패 등 거버넌스 문제도 많다. 하버드대 인류학자인 아잔사 수브라마니안(Ajantha Subramanian)이 지적하듯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도 디아스포라는 대부분이 상류 계급 출신이다. 이들은 강력한 네트워킹을 통해 인도에서는 약화된 카스트 제도를 오히려 해외에서 강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인도 디아스포라의 힘과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편견이 만든 어처구니없는 일

몇 해 전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 있는 대학에서 한국의 발전과 관련된 강연을 하면서 인도 학생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인도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 스토리에 더해,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인도 유학생이 이태원 식당에서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한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지하철에서 인도 남자가 한국 여자를 사귄다는 이유로 폭언,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아마도 인도에 대해 편견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을 초래했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인도계 엔지니어와 대화해 보면, 삼성·SK 등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좋은데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 탓에 생활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필자의 저서 ‘Global Talent’ 참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퍼시픽 전략의 이행을 위해서는 인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에서도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상호 이해를 높여야 한다. 국제교류재단,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원 등 정부기관뿐 아니라 인도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인도는 한국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력 수급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 인도는 젊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배출하고 있어 한국에 좋은 공급처가 될 수 있다. 2030년에 이르면 인도의 기술 인력은 무려 2억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강한 인도와 하드웨어가 강점인 한국 간 조합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기회의 땅이었다면 인도는 기술 인력의 공급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의 원천이라면서 “오늘날 미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인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며 한국에도 해당하는 지적이다.

‘아시아의 작은 거인’

인도와 협력하는 것 못지않게 인도 디아스포라와 네트워크도 강화해야 한다. 국가 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 등 동아시아와 달리 인도의 발전 과정에서 인도 디아스포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호주, 독일 등에서도 인도계 기술 인력과 디아스포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인도 기술 인력을 국내에 유치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데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인도 디아스포라와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동방(미국, 일본)과 북방(중국, 러시아)이 중요했다. 이제는 남방(인도와 동남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그 핵심은 인도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헤쳐나가는 혜안을 가질 때야말로 한국이 진정한 ‘아시아의 작은 거인’이 될 수 있다.


신기욱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 사회학 석·박사
● 미국 아이오와대, UCLA 교수
● 現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및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
● 저서 : ‘슈퍼피셜 코리아: 화려한 한국의 빈곤한 풍경’‘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등’ 등

신동아 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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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3년 1월호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 gwshin@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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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인도… 韓 미래 ‘남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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