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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마을’로 진격한 청풍상회 총각들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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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下 없는 수평적 관계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다섯 청년은 “강화도를 스쳐 지나간 바람이 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박해윤 기자]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건어물 장사와 피자 만들기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장사가 돌아가는 과정을 잘 안다는 이유로 제가 대표선수로 다녀왔습니다. 다섯 명이 배우면 비용이 많이 드니 한 사람이 배워 익힌 것을 나누자는 개념이었습니다. 2박 3일간 정말로 기본적인 것만 배웠습니다. 동료들에게 익혀온 것을 가르쳐주고 다 같이 연구해 메뉴를 개발했어요. 시장 어머니들도 도와주셨고요. 메뉴 개발하는 데 3개월가량 걸렸습니다.”(조성현)

창업 초기는 강화풍물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버텼다.

“시장에서 저희가 가장 어립니다. 강화도에 들어와 어른들만 있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성숙해진 것도 같습니다. 버티는 게 중요했어요. 공생이라고나 할까요. 상인들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피자를 사주셨어요. 가게에 손님도 보내주고요. 젊은이들이 재래시장에 들어와 고생하는 게 안쓰러우셨나 봅니다. 2013년 12월 가게를 열고 1년 반 동안 이웃들이 도와주던 때의 매출을 넘기지 못했습니다.”(이충현)

월 매출이 30만 원을 넘지 못한 적도 있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사람들과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청풍상회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매출이 1000만 원을 넘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터라 생활비는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각자가 챙겨가는 돈은 100만 원 남짓에 그친다. 청년들은 7월 중순 개업한 ‘커뮤니티 펍’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사업 방향을 두고 다투는 일이 잦을 것 같은데요.



“매일 싸워요(웃음). 1주일에 한 번은 다투죠.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의견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다투다 보면 새로운 게 보입니다.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서 싸우는 거예요.”(신희승)

“문제가 생기면 협업으로 해결하다 보니 어떤 난제도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커뮤니티 펍’ 개장 준비로 ‘유마담’과 ‘블랙’(김토일)이 고생했는데, 다섯 명 중 두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것 같아 맡은 겁니다. 이렇듯 각자가 잘하는 일을 하는 식으로 청풍상회가 돌아갑니다.”(이충현)  



“지역에 뿌리내릴 것”

다섯 청년은 강화도를 스쳐 지나간 바람이 될 생각이 없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버티고 있다” “버티겠다” “버텨야 한다”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이 이들의 단기 목표다. 뿌리가 튼실해야 잎이 무성하고 열매가 알차지 않겠는가.

관광산업과 연계해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커뮤니티 펍’을 강화도의 명소로 키우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 펍’ 앞마당에선 강화도 청년들과 함께 공연, 문화 행사 등을 꾸려낼 작정이다.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대형 마트에서 먹을 것, 마실 것을 사와 놀다 가는 터라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강화도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알려주려고 합니다.”(김토일)

200여 개 점포가 입주한 강화풍물시장이 다섯 청년을 받은 것은 대형마트로 인한 상권 위축이라는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 중 하나다. 강화풍물시장은 시장 옥상에서 캠핑하는 ‘옥상 달빛 캠핑’, 시장 상인이 DJ가 돼 시장 소식 및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짝짝 풍물라디오’ 등 색다른 시도를 해왔다. 청풍상회를 포함해 네 팀의 청년이 들어왔는데 공예품 장사 등을 하려던 세 팀은 버티지 못했다. 쓰레기더미가 방치돼 있던 곳을 치워 가게를 만들고 집기를 주워와 꾸린 ‘화덕식당’은 청년들의 구슬땀, 소금땀, 비지땀 덕분에 살아남았다. ‘커뮤니티 펍’의 건물주는 청년들이 가진 생각에 공감해 몸과 마음으로 젊은 감각의 선술집이 꾸려지는 과정을 도왔다.

▼ 피자를 첫 아이템으로 고른 이유는.

“풍물시장과 어울리지 않아 보여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김토일)

“풍물시장에 들어온 네 곳 중 우리만 아이템이 음식이었습니다. 풍물시장의 성격과는 결이 다른 장사를 한 덕에 다른 팀이 그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것과 달리 살아남은 것 같아요.”(조성현)



“생존이 먼저다”

▼ 다섯 명이 어떻게 만났습니까.

“알음알음으로 만나게 됐어요. 인천을 기반으로 한 문화활동을 비롯해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강화도에서 앞으로 살아갈 토대를 마련해보자는 데 뜻을 함께했습니다.”(유명상)

▼ ‘커뮤니티 펍’ 앞마당에서 공연도 한다고….

“일단 작게 시작하려고요. 저희가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오신 분들이 주인공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 함께 신나게 노는 공간으로 꾸려보려고 합니다.”(신희승)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강화도에 들어온 것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협동조합이니, 공유경제니 하는 식으로 진중하게 접근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럼에도 질의와 응답이 그쪽으로 흘렀다. 세상을 보는 이들의 시각에 깊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 또래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 큰 도시로 향하는데 토일 씨는 고향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고향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하나같이 애향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고 자란 곳에서 살고 싶어 하고요. 그런데 왜 떠날까요. 일자리가 없어서 고향을 등지는 겁니다. 먹고살 방도가 없으니 떠나는 거죠.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게 아니라 지역이 청년을 쫓아낸다는 표현이 옳다고 생각해요.”(김토일)

▼ 유럽, 북미를 보면 지역마다 독특한 색깔을 갖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 일자리, 문화를 빚어냅니다.

“강화도는 역사 유산이 많은 데다 자연환경도 뛰어납니다. 밖에서 보면 역사 유산, 자연환경과 경제를 연계해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뭔가 창의적인 일, 새로운 일을 도모하려면 먹고사는 게 먼저 해결돼야 합니다.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이 안 됐는데 다른 욕구를 어떻게 실현합니까.”(김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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