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시마당

나의 에덴

  • 이병일

    입력2016-08-05 17: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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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에덴




    아무도 닿은 적이 없어 늘 발가벗고 있는 깊은 산, 벌거벗은 아흔아홉 개의 계곡을 가진 깊은 산에 홀리고 싶어 아흔아홉 개의 빛을 가진 물소리를 붙잡고 싶어 

    산부전나비 쫓다가 무심하게 건드린 벌집, 나는 또 캄캄하게 절벽으로 밀리고 급기야 날숨 희어질 때까지 물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바위 그늘 밑 어스름을 좋아하는 모래무지가 되었다

    도깨비불과 접신하기 좋은 나의 에덴! 깊은 산으로 가자, 미친 것들 푸르러지고, 죽은 것들 되살아나는 깊은 산으로 가자, 산빛에 젖어갈수록 나는 감감해지고 그림자는 쓸데없이 또렷해진다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중에서






    이병일
    ● 1981년 전북 진안 출생
    ●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
    ●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 등단
    ●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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