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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땐 中에 부메랑

사드 유탄에 한국경제 격추?

  • 오정근 |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ojunggun@korea.ac.kr

경제보복 땐 中에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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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숙원인 ‘시장경제지위’ 못 얻을 수도
  • ● 중국 경제력 과대평가 경향
  • ● 한·중 경제, 중장기적으로 윈-윈 할 것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할 것이라는, 아니 이미 보복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 언론이 중국의 국격을 실추시키는 것 같다. 일부 한국 언론도 호들갑을 떨면서 중국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한다. 큰 사안일수록 진중함을 잃어 안타깝다. 심지어 몇몇 매체는 중국 관련 여행사의 주가 하락을 두고도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시작됐다는 둥, 중국의 보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둥 침소봉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드 배치에 따른 논란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한국이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해야 할 정도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수출의 26%가 중국으로 가고 한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51%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13%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371억 달러나 됐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크고 중요한 해외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70~80%는 자본재나 부품이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 품목은 전기기기, 전기부품, 광학기기, 정밀기기, 의료기기, 유기화학품, 원자로, 철도 부품, 철강, 선박 구조물 등이다. 이들 품목의 대중국 수출액이 전체 대중국 수출액의 대부분인 1300억 달러에 달한다. 모두 한국이 기술우위에 있는 품목이다.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많이 따라왔지만, 아직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화학, 선박, 기계, 의류, 화장품, 금융에서는 한국이 앞서 있다. 중국은 이들 분야 관련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한국에서 물품을 사와야 한다.





놓칠 수 없는 한국 시장

이런 중간재나 부품은 그 속성상 수입 루트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최근 중국의 스마트폰 신흥 강자인 오포는 연 판매량을 5000만 대에서 9000만~1억 대로 늘리려 한다. 그런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한국에도 유리하지만, 한국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중국에도 유리하다.  

중국 또한 한국에 상당한 액수를 수출한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에 1014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이는 중국 전체 수출액의 4.4%에 해당한다. 중국에 한국은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더욱이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중국의 값싼 범용제품이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오히려 한국 기업의 피해가 늘어 한국이 긴급 세이프가드 발동 같은 대응을 해야 할 정도다. 예를 들어 요즘 중국의 값싼 철강제품이 물밀 듯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 철강산업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이제 중국도 한국 시장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중국이 사드 배치라는 정치적 이유로 한국에 무역보복을 가하면 중국도 한국으로부터 다시 보복을 당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역이란 이처럼 상호 호혜적이다. 보복 공방이 벌어지면 어느 일방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유보돼온 시장경제지위(MES)를 받아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시장경제지위는 한 국가의 원자재 가격, 임금, 환율 등이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체제가 갖춰질 때 부여된다. 중국은 비(非)시장경제지위를 15년간(2001~2016년) 적용받는 조건으로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손봐주고 싶어도…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받지 못하면 덤핑 수출 규제에 걸려 불리해진다. 중국은 수년간의 노력으로 70여 국가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중국의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직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중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 가입 당시 체결한 협정이 곧 만료된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몽골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회의)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에 게 인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산 미사일 배치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한국에 무역보복을 가한다면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를 받아내기가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정작 중국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중국도 잘 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한중 FTA가 엉망으로 헝클어진다. 그런데 현재의 한중 FTA는 누가 봐도 중국에 유리하다.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범용 제품은 대거 포함됐다. 중국의 값싼 제품들이 한국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FTA가 체결된 나라에 무역보복을 한다? 자기 밥상 걷어차기, 제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2.9% 줄어든 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나 감소했다. 중국이 한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하는 건 이처럼 시기적으로 너무 좋지 않다. 제아무리 경제대국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무모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 측이 요즘 들고 나오는 수단들은 복수상용비자 발급 중단, 선상비자 요건 강화, 한류(韓流) 관련 공연 및 행사 중단, 신규 한중협력사업 중단, 방한행사 취소 등 교역과는 거리가 먼 조치들이다.

이 조치들은 중국 기업들이 벌였고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비록 정부의 지시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중국 정부는 한중교역의 큰 틀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비(非)교역 조치들을 통해 자신의 불편한 의중을 드러내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자위적 방어대책이다. 한국은 중국에 이런 점을 이해시켜 한중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으로선 9월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 타령?

아울러 이 참에 한국도 중국에 쏠린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은 대중국 의존도가 오만,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다. 또한 고부가가치산업을 더 육성해야 하고 내수 시장을 살려야 한다. 언제까지 중국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기업은 중국의 낮은 인건비에 매료돼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급상승했다. 삼성전자 등은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1980년대 초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했을 때 ‘중국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 기업들을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한국 기술도 배우고 일본 기술도 배운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운 기술로 무장한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보다 우위에 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가진 첨단기술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시안에 들어선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에 5번째 공장을 지으려 한다. 중국이 자동차 엔진이나 반도체 기술마저 배우면 한국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국도 중국에 대해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윈-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설비와 중간재를 수출해 중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가공한 뒤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파는 가공수출 전략을 추진했다. 말이 수출이지 한국의 설비를 중국으로 옮기는 양상이었다. 그럴수록 구미공단 같은 곳은 비어갔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임금도 급상승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한국에 이익을 주는지에 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생존해나가려면 ‘기술’ ‘친환경’ ‘신뢰도’에서 대중국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의 혈관인 금융과 통화로 가면 한중 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해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개발은행(WB) 체제에 도전장을 냈다. 자기들 중심의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지 않았다. 반면 영국,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은 가입했다. 한국은 많은 고민 끝에 가입했다.  



뜻대로 안 되는 경제

정치·외교·군사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이렇게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한국은 어느 쪽에 서야 할까.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승절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러자 ‘한국이 중국에 기운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미국 조야에선 냉랭한 기운이 돌았다.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창립 회원이므로 한국 기업들은 원칙적으로 이 은행이 발주하는 방대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드 논란의 와중에 한국은 이 은행의 부총재직을 잃었다.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 지원을 위한 동북아개발은행을 제안한 바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설립되면서 동북아개발은행 창설이 더 어렵게 된 측면도 있다.

중국은 수년 내에 위안화를 국제결제 통화로 키울 작정이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일 요량으로 위안화를 절상하자 수출이 둔화하고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위안화를 다시 떨어뜨렸다. 사실 위안화의 국제화는 한국엔 외환위험 증가, 대외 가격경쟁력 약화 같은 새로운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유능하게 경제를 운용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서 사드도 뜯어내고 세계경제도 주름잡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국력을 과시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한국도 중국의 경제력과 국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해 스스로 자주권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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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ojungg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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