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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 중국은 적인가, 친구인가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윤영관 前 외교장관의 ‘對中 외교’ 조언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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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小國이어서 길들이는 것이냐’고 따져라
  • ● 美엔 ‘中 포위에 韓 끌어들이지 말라’ 요구해야
  • ● 미-중 양자택일? 해법은 ‘중첩외교’
  • ● ‘中 보복’ 불안 부추긴 언론, 정치인 낯뜨겁다
  • ● 러시아, 동남아, 인도 등 ‘종축’ 외교 공간 넓혀야
중국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아닐지라도 지역 차원에서, 즉 자국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지역 패권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중국은 특히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금융위기 이후 베이징이 동아시아에서 벌인 공세 외교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불러왔다.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거대한 장기판에서 벌어지는 국제정치의 권력 게임이다. 그런 장기판에서 졸(卒) 노릇만 할 수는 없다. 8월 6일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을 만나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들었다.



“1차대전 前 유럽과 비슷”

▼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지정학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게 될까.

“지정학 변수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2008년을 주목해야 한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만큼 의미 있는 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중국이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특히 중요한데, 베이징은 ‘미국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결정적 징후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설 때’라고 생각한 듯하다. 2009년 말부터 중국이 공세적 대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 중국이 기존 체제의 참여자가 아닌 도전자의 길을 걷는다?

“동아시아에서만큼은 그렇게 보인다. 상승 대국(현재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하나같이 경제적으로 성취한 것에 걸맞게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확대하려 했다. 기존 대국(현재는 미국)이 상승 대국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기존 대국의 영향력이 약화하므로 권력 게임에서 기존 대국은 상승 대국을 견제하게 마련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장 욕구와 그것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맞닥뜨리는 게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대결이다.”

윤 전 장관은 “영국(기존 대국), 독일(상승 대국)을 중심으로 한 권력 정치가 거세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과 오늘날의 동아시아가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 후 8년 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사태가 터졌다. ‘트럼프 현상’도 나타났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가 상징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이념 아래 세계경제가 성장하면서 FTA(자유무역협정) 등 통합 지향적 사고가 정치적 갈등을 완화했는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민족주의적, 반(反)세계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로 좁혀 보면 중국은 최소한 이 지역에서만큼은 대표 주자로 등장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그것에 대응해 기존의 동맹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한다. 상승 대국과 기존 대국의 엇갈린 목표가 부딪치는 상황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면서 2008년 이후 강화된 지정학적 대결 추세가 증폭됐다.”



사드 배치의 손익

▼ 사드 배치가 통일을 포함한 한국의 외교 목표 달성에 어떠한 손익(損益)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단기 안보 차원에서는 이득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축적하고 있다. 핵실험도 4차례나 했다. 따라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 시스템을 중층으로 구축하는 것은 안보적으로 이득이다. 또한 한국 처지에서 한미동맹은 안보를 지켜주는 도구다. 동맹국인 미국이 주한 미군기지 보호라든지, 어떠한 필요성을 느껴 자기들 돈으로 사드를 도입하겠다니 거절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중장기 외교 목표와 관련해서는 손익을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 한국 외교의 중장기 목표는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 아닌가. 중장기 전략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을 꾸준히 추진한다고 가정할 때 사드 배치가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협력, 특히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부작용을 일으키는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그간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북한은 중국의 그러한 태도를 활용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게 하는 쪽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활용하는 게 좋았다는 생각이지만,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만큼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만 배치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붙이는 게 바람직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월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없다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 중국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조응한 것으로 해석한 듯하다. 사드 배치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 이익은 무엇인가.

“미국의 세계 전략은 냉전 때나 냉전 이후나 유라시아 대륙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냉전 시기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를 통해 소련이라는 대륙 세력의 지정학적 확장을 억제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통해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았다. 워싱턴은 냉전 이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해왔고, 현재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도요토미의 征明假道

▼ 일본은 미국의 그런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아니 25년이 다 돼간다. 그 기간,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 혹은 일종의 두려움이 증폭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안보를 확보할지와 관련해 미국과의 밀착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년간 워싱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이 회자됐다. 대통령이 중국 전승기념일에 톈안먼 망루에도 올랐다. 현재의 상황은 당시와 정반대다. 한국의 대외 정책이 즉흥적이면서 중장기 전략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질문이다. 외교 전략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장기적 외교 목표는 있는지 묻는 것 아닌가. 외교 전략에 따라 현안에 대응하는지, 아니면 아무런 전략도 없이 그때그때 대응하고 그치는지를 물은 것인데, 외교 목표 달성에 어떠한 손익이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다. 바깥에서 보기에 ‘아, 뭔가 일관성이 있구나’ ‘장기 목표를 갖고 한 반향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는구나’ 싶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우리 나름대로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장기적 외교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장기 목표의 핵심은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 아닌가. 그런데 톈안먼 망루에 오른 것도 그렇고, 핵 개발에 대응하는 방식도 그렇고 전략 없이 움직이는 듯하다. 야당이 이 같은 전략 부재나 미흡한 정책 결정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데,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첫 질문이 지정학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외교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깊이 인식한 바탕 위에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가 반도(半島)인 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장소가 되거나 해양세력이 대륙을 침범할 때 쓰는 길이 되는 측면이 있다.”

▼ 임진왜란 발발 한 해 전인 159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요구할 때가 떠오른다.   

“바로 그 얘기를 하는 거다. 왜가 조선에 정명가도를 요구한 것은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도 똑같다. 1945년 분단되는 상황, 1950년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은 결정적 사건이 모두 지정학과 관련됐다. 마오쩌둥이 6·25 때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명분으로 개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고래처럼 명민하게

중국은 6·25전쟁을 ‘조선전쟁’이라고 칭하는데, 때로는 2단계로 나눠 1950년 10월 중국군이 참전하기 전까지를 ‘조선전쟁’, 그 이후를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6·25전쟁은 중국 처지에서 해양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일종의 ‘예방 전쟁’이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반도가 통일돼 미군이 압록강, 두만강까지 올라와 자국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절대로 피해야겠다는 게 마오의 생각이었고, 현재 중국의 핵심 지도자들 생각도 그와 같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말했듯 동아시아에서 특정 국가가 지배적 패권을 갖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최소한 동아시아에서만큼은 영향력을 갖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충돌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분명하게 각인하고 양쪽을 다뤄야만 우리의 자율적 외교 공간이 생겨난다.

북한 문제를 풀고 통일을 이뤄내려면 첫째, 대국 간의 세력 게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문제를 세력 경쟁으로부터 분리해내야 한다. 둘째, 양쪽 모두에 선을 딱 긋고 얘기해야 한다. 중국에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려 하지 말라, 북한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에는 ‘중국 포위 전략의 연합 전선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중국 국가주석이나 미국 대통령 등 핵심 지도자에게 우리의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한 테두리 안에서 우리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

▼ 고래 싸움터에서 ‘새우 의식’을 버리고 ‘돌고래처럼 명민하게’ 움직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한반도와 일본,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의 레이더가 한반도 상공을 손금 보듯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 강도는 지나친 것 같다.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렇게 생각할 리 없다. 베이징은 한국이 자연스럽게 미국, 일본이 함께 하는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또한 중간지대에 남아 있길 바라던 한국이 해양세력 쪽에 동참하면서 전략적 균형이 중국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반도가 해양세력의 다리가 되는 것은 물론 연합 세력이 중국을 포위하는 고리가 되는 것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 현재의 미국-중국 관계가 120~140년 전 영국-독일의 전례와 비슷하다는 견해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19세기 말 빌헬름 2세의 독일처럼 기존 체제의 참여자가 아니라 기존 체제를 깨뜨리려는 도전자가 되려는 듯 보인다. 미국 또한 중국을 기존 체제의 파트너가 아닌,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향후 미중 관계를 어떻게 내다보나. 중국과 미국은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미-중 고위급 채널 90개

“거의 모든 국제정치학자의 관심사지만 답변이 서로 엇갈리고 정답은 없는, 열려 있는 질문이다. 변수가 여럿이라고 본다. 세계경제가 호황으로 가는지, 불황으로 가는지, 계속 침체되는지, 다시 활성화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경제가 좋아질 경우엔 세계화 현상이 심화하고 협력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반대로 경제가 지금처럼 나쁘면 내셔널리즘, 고립주의가 강화될 소지가 크다. 중국이나 미국의 국내 정치 변수, 예를 들어 미국에서 어떤 인물이 리더로 등장하는지도 중요하다. 중국과 미국 내 정치 세력의 역학구도는 또 다른 변수다. 역외 변수로는 테러리즘, 난민 문제 등이 있다.

미·중이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긍정적 시나리오다. 미·중 관계는 협력과 경쟁의 측면을 함께 가졌다. 지속적 협력은 협력·경쟁의 측면 중 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 미·중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이 9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보 영역에서는 경쟁하지만 다른 이슈로는 협력해왔고, 그러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양국 모두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낙관론자들은 상호 의존도 심화에 따라 미중 관계에서 협력이 강화되리라고 보는데,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질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 독일이라는 상승 대국과 기존의 제국인 영국, 두 세력을 중심으로 유럽 질서가 양 진영으로 나뉘고, 갈등과 대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세계대전으로 폭발한 것처럼 미·중이 충돌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해 성장이 과거처럼 이뤄지지 않고 정치적 자유마저 지금처럼 제한받는 상황이라면 중국 국민의 불만을 돌리는 수단으로 공세적 대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19세기 패권국 영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쇠퇴한 반면 독일은 1871년 통일 이후 국력이 확대됐다. 패권 전반기에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의 신기술 등을 바탕으로 산업의 우위를 활용한 국제무역을 통해 국부를 창출했으나, 패권 후반기에 이르러 자본을 해외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경제로 변모했다. 산업 경제에서 투자 경제로 이행하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패권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모습이다.



3차례 영토 분할된 폴란드

▼ 사드 배치와 그에 대한 중국의 거센 반발은 향후 동아시아에서 협력보다는 갈등, 다시 말해 미·중의 양극화가 촉진될 기미로 읽힌다.   

“2008년 이후로는 뭐라고 할까, 미·중 관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추세가 나타나는 듯하다. 미·중 관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인사로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려고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군사적으로 충돌할 것이라고 본다.

학자로서 중국에 가서 얘기할 때,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빌헬름 2세가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해 역설적으로 독일을 포위하는 연합 전선을 만들게 한 경험을 중국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이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또는 절대 안보의 차원에서만 현안에 접근하면 주변국이 두려워할 것이며 종국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는 얘기를 해준 것이다.”

‘미·중 충돌 불가피론자’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는 두 나라로 한국과 폴란드를 꼽는다. 폴란드는 3차례 영토가 분할돼 떨어져 나갔으며 123년 동안 주권을 잃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안보의 미국’과 ‘경제의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설지 결정할 시기가 다가온다고 본다.  

▼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고립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껏 얘기한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릴 것 같다.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길 것 같다. 미국 학자들의 얘기대로라면 그는 국제정치나 외교 분야에 안목이 없는 사람이다. 단기적 계산, 다시 말해 이득이 얼마고, 손해가 얼마인지 따져 계산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다. 고립주의를 내걸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빠져나가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이 약화하면 한국과 일본은 핵 옵션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동아시아 국제정치는 한층 불확실하고 불안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다뤄야 하는 한국 처지에선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방위비 분담을 어떻게 할지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큰 맥락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너희도 들여다보지 않나”

▼ 중국 일각에서 “한국은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둥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다. 중국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 등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도 아니다. 종국엔 한미동맹의 강화, 심화 외엔 해법이 없는 것 아닌가.



“정부, 정치 엘리트, 언론, 지식인이 중국에 당당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졌어도 결정이 내려진 다음에는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지 않나. 그간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지 않았다. 그동안 뭘 했느냐고 중국에 따져야 한다.

일본에도 X-밴드 레이더 2기가 있고 인공위성, 함정 등을 통해 중국 내부는 이미 샅샅이 모니터링이 돼왔다. 한국에 하나 더 배치한다고 중국의 안보가 과연 그처럼 치명적 타격을 입는지 물어야 한다. 덧붙여 ‘너희들도 레이더로 한반도를 들여다보지 않느냐’고 따져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압박한다면 우리를 소국이라 여기고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다, 다른 대국과는 다르다고 해놓고 왜 똑같은 행태를 보이느냐’고 따져야 한다.”

▼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베팅할 것이냐’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앞서 한미동맹밖에 답이 없는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 표현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라면 아직은 양자택일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미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기반 위에서 중국까지 품에 안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강조하는 ‘중첩 외교’다. 그래야만 통일이 가능하다. 양자택일? 아직은 그럴 필요 없다.”  

▼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이 충돌하고 미국이 미일동맹에 따라 개입해 미·중 간 충돌이 벌어지면 양자택일을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우발적 사건이 벌어진 후 소통이 안 돼 통제 불능이 벌어지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소통을 강화하고 의심을 해소할 다자 안보 틀이 필요한 까닭이다.”  

‘핀란드화(finlandization)’는 1960년대 서독에서 생겨난 말로 냉전 시기 소련과 핀란드의 관계를 빗댄 표현이다. 특정 국가가 자주 독립을 유지하면서 대외 정책에서 이웃한 대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옛 소련은 핀란드의 내정에도 일부 개입했다. 냉전 시기 미국의 대외 정책 전문가들은 일본과 서유럽 일부 국가가 핀란드화해 반(反)소련 정책을 취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 중국은 한반도와 영토를 맞대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제1도련선 내에 서해와 남해는 물론 동해도 위치한다. 한국의 바다가 중국의 내해 격이 되는 것이다. 일부에선 한반도의 핀란드화를 우려한다.



“반대도 안에서 해야지…”

“동맹을 기반으로 한 중첩 외교가 핀란드화를 방지할 외교 노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강조했듯 중국에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려 하지 말라, 미국에는 한국을 중국 포위를 위한 축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말라고 분명히 밝히고 그때그때 외교 현안에 당당하게 대응하면 핀란드화를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미국과 중국에 선을 그어주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니 핀란드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가 제언한 ‘동맹에 기초한 중첩 외교 전략’은 한미동맹의 유지와 발전, 그것을 통한 일본과의 협력 확보를 기본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해나가는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대미·대중외교 방안으로서 그가 설명한 내용이 ‘동맹에 기초한 중첩 외교 전략’의 각론이다.

▼ 한국의 일부 정치인, 언론 등이 ‘중국이 보복할 것이다’ ‘보복하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불안을 부추긴다.

“낯뜨거운 측면이 있다. 의연해야 한다. 어떤 기사를 보면 중국이 이러이러한 보복을 할 것이라면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보도하던데, 중국에 ‘당신네들이 선택할 옵션이 이런저런 게 있으니 알아서 하시오’라고 일러주는 느낌이 든다. 신중하지 못하다고나 할까. 실제로는 보복할 생각이 없다가도 한국의 반응을 보고 한번 해볼까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중국은 우리를 다 들여다보고 분석한다.”

▼ 한국의 국내 정치 이슈로 전도된 듯한 느낌도 든다.    

“이렇듯 지리멸렬한 모습을 외국 사람들이 보는 게 싫더라. 정치 지도자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잘 좀 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주변의 모든 나라가 우리를 손바닥 위에 놓고 들여다본다는 점을 의식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는데, 아닌 것 같다.”

▼ 한국 인사들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사드 배치 반대 기고를 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더라.

“많이 아쉽다. 반대하더라도 내부에서 해야지. 중국은 심리전에 아주 능한데, 순진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 중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으로 이뤄진 한·미·일 3각 동맹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 노력해왔다. 시진핑 주석이 2014년 7월 서울대 강연에서 정유재란 때 이순신-진린 연합군이 왜군을 무찌른 일화를 소개했는데,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 문제를 해결해가자는 차원을 넘어서는 얘기로 들렸다.


“미국 쇠퇴, 필연 아니다”

“국가 간 관계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적 협력과 갈등이 오락가락한다. 정치적 갈등과 협력은 상부구조다. 상부구조 아래에는 사회, 문화, 경제 등에서의 교류가 있다. 정치, 군사 부문에서도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끔 하부구조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데, 말뿐이지 북한 문제 등을 놓고 전략적으로 협력한 게 거의 없다. 단기적으로 뭘 하기보다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단계까지 이르도록 사회, 경제, 문화 협력을 다지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순신의 노량해전을 중국에서는 진린이 왜군을 무찌른 전쟁으로 규정한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명(明)군이 출병한 것도 예방 전쟁의 성격을 띤다.

▼ 동아시아의 권력 구도를 ‘명말청초(明末淸初)’에 빗대면서 병자호란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 주장에 썩 공감하는 편은 아니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의견은 일견 일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국가의 권력은 경제력이 떠받쳐줘야 한다. 경제력의 기반에 과학, 기술, 산업, 교육 등이 있는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것인가.

아직은 미국이 대단하다고 본다. 개개인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자유로운 정치·경제 시스템이 미국의 강점이다. 미국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등의 가치는 아직도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과학기술 발전, 신(新)산업 창출의 기반인 대학 및 고등교육도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탁월하다. 경제력 차원에서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상승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 중국 경제의 상승이 무조건 보장된 게 아니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상승이 필연적 결론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편승론, 중국 편승론은 공히 합리적 외교 전략이 아니다. 한국처럼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보는 나라가 세계에 널렸다. 동남아시아가 그렇고, 유럽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나라가 미국의 맹방 영국 아닌가.

왜 한국만 미국, 중국 중 하나를 빨리 못 골라 아우성인지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자 안보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를 해나가야 한다. 한미동맹과 상호보완적으로 다자 안보 틀을 꾸려나갈 수 있다.”



“종축 외교 강화해야”

▼ 2010년 9월 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때 중국은 일본과의 각료급 교류를 중단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대일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경제 제재도 활용했다. 일본은 이 사건 이후 공장을 아세안, 인도 지역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등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시도했으며 희토류 대체 기술도 개발했다. 일각에선 한국도 동남아, 인도 등으로 리밸런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3위인데도 외교는 미국, 중국, 일본, 북한에만 매몰돼 있다. 지도를 놓고 보면 횡축만이 외교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가 지났다. 공간을 넓혀야 한다. 러시아, 동남아, 인도 등의 종축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 금융, 인권, 자원 등 글로벌 외교와 관련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횡축, 종축, 글로벌 외교의 ‘3축 외교’, 특히 종축 외교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뿐 아니라 특정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 통일은 요원한 일이….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 통일이 이뤄질 조건이 갖춰져도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어려울 것이다. 두 나라가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제가끔 의심해서다. 앞서 말했듯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에 벌어지는 세계 정치 차원의 전략 게임으로부터 분리해내는 게 필요하고 미·중 간의 갈등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어떻게 완충을 시켜요?’라는 반문이 있을 것이다. 그 얘기도 일견 일리는 있는데, 우리의 역할이 없는 게 아니다. 동아시아 국제정치가 미·중 중심으로 양극화하는 것은 결코 한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을 막는 데 활용할 한 가지 방편이 한·중·일 3국 협력 메커니즘이다. 1999년 아세안+3(한중일) 회의에서 비롯됐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사실상 중단됐다.”



“구상은 하는데 실천 안 해”

▼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이 중단된 것은 역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 탓이라고도 하겠다.

“역사 및 강제위안부 문제로 어려웠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일리는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한국 처지에는 어떻게든 중국과 일본을 테이블로 끌어내 한·중·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통일과 관련해 국제 협력을 가져올 수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갈등과 경쟁을 약화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핵심이 한·중·일 협력이라고 생각하는데, 현 정부 사람들이 구상은 하는데 실천을 안 한다. 아쉬운 일이다.”

▼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사정이 비슷하다. 물론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진 탓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남 탓으로만 돌리면 책임질 일은 없겠으나, 그렇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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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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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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