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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일진’급 갑질 대학교수들

  • 남훈희 | 자유기고가 brentnam11@gmail.com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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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은 특히 문과계열 전공 수업에서 차고 넘치게 이뤄진다. 반면 방대한 의학 지식을 가르치고 익혀야 하는 의과대 같은 곳에서 팀플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드물다. 팀플의 범람, 그리고 여기에 스며든 일부 문과 교수들의 ‘대충대충 수업 때우기’ 문화는 문과 전공 출신자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일 수 있다.

10대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문과 전공 수업에서 팀플을 많이 한다지만, 이를 통해 얼마나 뛰어난 결과물을 배출하는지 의문이다. 팀플을 통해 출중한 말하기·글쓰기·설득 능력을 갖추는 것 같지도 않고, 전공 지식을 탄탄하게 습득하는 것 같지도 않고…”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대졸자 취업난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이·공 계열보다 문과계열의 취업난이 더 심각한 편인데,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문과계열 전공 수업의 질적 문제가 꼽힌다. 일부 문과계열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전문적이고 실질적이며 실용적인 지식을 전수하는 데 성의와 함량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학들의 일부 성의 없는 팀플 수업은 학생들에게 세상의 부조리와 비효율을 미리 체험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웹툰 실제 주인공





“너 이 XX, 조교 주제에 교수를 떼놓고 버스를 출발시켜?”

“죄송합니다, 교수님.”

“죄송해? 말로만 죄송하면 다야? 죄송하면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어느 교수가 늦게 온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세미나 장소로 먼저 출발했다며 두 시간 동안  조교를 벌세운다. 대학원생들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되는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만화일 뿐이라고? 2010년 서울시내 모 대학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대학원에선 폭행이나 성폭행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주 터진다. 교수가 ‘먹잇감’인 대학원생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유모 씨, 행정학 박사과정 정모 씨와 가깝게 지내는데, 이들은 교수들의 횡포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신세 한탄을 자주 했다.  



논문 저자 가로채기 논란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동아일보]

최근 유씨와 그의 박사과정 동료 강모 씨를 만났다. 유씨는 얼마 전 박사과정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인기 있는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라는 웹툰 봤지? 거기 세 번째 ‘이해하는 학생’이라는 에피소드의 실제 주인공이 나야. 나 말고도 비슷한 일을 당한 대학원생이 많겠지만….”

‘이해하는 학생’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기’다. 국어국문학은 요즘 학생들에게 큰 인기가 없다. 책정되는 연구비도 적다. 유씨는 “그래도 문학을 좋아했고 순수 학문을 계승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어 박사과정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유씨는 지도교수의 횡포에 계속 시달렸다고 한다. 유씨는 “내가 좋은 논문 주제를 잡아 자료를 정리해놓으면 지도교수는 그 자료를 같은 연구실의 박사과정 선배에게 주라고 했다. 그렇게 뺏기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씨가 온전히 스스로 집필한 논문에 그 선배가 공저자로 기재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씨는 “이것도 지도교수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지도교수는 ‘짬밥’이 찬 그 선배에게 먼저 학위를 주려고 그런 부당한 교통정리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선배는 자괴감에 빠진 유씨에게 이렇게 ‘피니시 블로’를 날렸다고 한다.

“우리가 학생인 줄 알아? 우리는 노예야. 연구비도 얼마 못 받는 노예, 노예 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노예.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빈둥거린 건 아니야. 나도 너와 똑같은 일을 겪은 뒤 지금처럼 됐지. 여기서는 지도교수한테 잘 비비면서 정치만 잘하면 돼. 학문적 소양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학계의 추한 민낯에 실망한 유씨는 마음을 정리한 뒤 박사과정을 그만뒀다고 한다.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의 논문에 별 기여도가 없는 사람을 공저자로 올리는 일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4·13 총선 때 박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04년 11월 ‘한국수학교육학회지’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는데, 이 논문은 이 대학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모 씨의 ‘한국·중국·일본의 학교수학 용어 비교·분석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과 내용이 거의 같았다. 유씨의 박사과정 동료 강씨는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에 오르면 비로소 제자 논문을 베낀 게 드러나는 거다. 많은 교수가 물밑에서 그렇게 한다. 어지간해선 파악할 길이 없다. 처음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기도 한다.”  



“이 바닥에서 잘 견뎠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행정학 박사과정 학생 정씨는 최근 무사히 학위를 받아 모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유씨는 필자에게 “정씨는 이 바닥에서 잘 견뎠다. 너도 1등 공신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1등 공신’이란 필자가 정씨의 요청으로 그가 제출할 논문의 영문 부분을 대신 써준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그로부터 대필 부탁을 받았을 때 기분이 심란했지만, 친하게 지내는 처지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 바닥에서 잘 견뎠다’는 것은 술과 관련된 얘기다. 필자의 기억으로, 정씨는 당시 술에 대취해 귀가하는 경우가 잦았다. 울분에 못 이겨 필자와 유씨 앞에서 심하게 주정을 부리기도 했다. 다음 날 맨 정신으로 돌아오면 “내가 어젯밤 실수한 것 같은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주정을 부린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유씨는 당시 정씨가 왜 그렇게 자주 만취해 분통을 터뜨렸는지 귀띔해줬다.  

“정씨의 지도교수가 자기 술자리에 정씨를 집사처럼 데리고 다녔다. 정씨는 같이 취하면서도 교수의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술자리에서 그 교수는 정씨에게 온갖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교수가 정씨를 대동하지 않고 술을 마실 땐 자리가 파할 무렵 정씨를 불러 자택까지 대리운전을 시켰다. 심지어 정씨는 교수의 고교생 딸 학교 숙제까지 대신 해줬다. 정씨는 ‘미칠 노릇’이라고 여러 번 토로했다.”

젊은 검사가 상관의 폭언과 학대에 못 이겨 자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 중 상당수도 ‘상관’ 격인 지도교수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45.5%는 언어폭력, 신체 폭력, 성적 폭력,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와 같은 일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한다.

서울시내 모 대학 문과계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I씨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교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대학원생이 정당한 대가 없이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나 사적인 일에 동원된다”고 했다. 경기도 K대학 장모 교수는 업무에서 실수 한다는 이유로 2년여간 제자 B씨에게 인분을 먹게 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자 대학원생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추문도 대학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다. 박사과정 학생 강씨는 “자신이 지도하는 여자 대학원생에게 대놓고 잠자리를 요구하는 교수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 학생을 쉽게 보는 교수의 심리를 역이용해 여자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먼저 들이대는 경우도 봤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고 했다. 서울시내 모 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J씨는 이렇게 말한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대학 학과 사무실에서 4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대학원에 진학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는 문자 메시지나 e메일을 보낸다. 장학금까지 넉넉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진학 여부는 심사숙고하는 게 좋다. 석·박사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고 이틀 뒤 필자의 학과 사무실에서 문자가 왔다.

‘◦◦◦학과도 ◦◦◦학 진흥 차원의 혜택을 수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확정한 3, 4학년 재학생 중 ◦명을 선발해 학부 등록금과 대학원 등록금에 준하는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동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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