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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 김용기|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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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서 숨진 김모 군의 경우

과도한 탐욕 억제하고 남의 일자리를 소중히 하라

지난해 6월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 서울 광진구 구의역.[XXX]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에 숨진 김모(19) 군 사례를 보면 그에게 지급된 돈은 월 140만 원 남짓이었지만, 서울시에서 김군이 수행했던 업무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20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안전 업무를 간접고용 방식으로 외주화해 1인당 60만 원 이상의 돈이 안전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종사자가 아니라 그를 고용한 용역업체나 그 용역업체가 원청업체로부터 계약을 수주하기 위한 목적에서 영입한 불필요한 낙하산 인사들에게 줄줄 흘러가고 있었다.

간접고용을 통해 창출된 이윤을 기반으로 원청회사 CEO와 고위 임원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면 간접고용이라는 방식이 과연 일터에서의 혁신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혁신이나 창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부풀려진 보상은 정당한 것이라 하기 어렵다.
일자리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 한국만큼 최근 들어 일자리 상황이 빠르게 나빠진 나라를 찾기도 어렵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미국보다 높다. 정당하지 않은 이윤 추구와 그것을 위한 간접고용이 이러한 상황의 악화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좋은 일자리’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청년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2015년 기준 임금근로자 1931만 명 중 월 225만 원(임금근로자 중위소득 180만 원의 125% 수준) 이상 소득을 올리는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의 34.9%인 674만 개에 불과하다. 이 중 청년(15∼29세) 일자리는 63만7000개다. 전체 청년 950만 명 중 취업자가 395만 명이다. 취업 문턱을 넘는 것도 어렵지만, 취업을 해도 6명 중 한 명만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는 게 현실이다.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25만 명이 몰리는 이유다. 



500대 기업 22.5% 신규채용 감소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7년 상반기 500대 기업 신규채용계획’(200개사 응답)에 따르면 작년보다 신규채용 계획규모를 줄인 곳이 27개사(13.5%)이고, 신규채용이 전혀 없는 곳도 18개사(9.0%)나 되었다. 이렇게 채용을 줄이거나 안 하는 기업이 22.5%에 달해 채용을 늘리는 기업(11.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채용시장이 악화된 만큼 기업의 상황이 어려우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올해 1분기(1∼3월) 상장기업의 실적을 보면 기업 수익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1분기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43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1분기의 36조5000억 원보다 19.9% 늘어난 액수다.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오히려 일부 기업의 경우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거나 일자리를 나쁘게 함으로써 이익을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 사실에 더욱 부합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국 노동부 산하 근로기준분과 첫 종신 행정관인 데이비드 와일은 국내에 번역된 자신의 저서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The Fissured Workplace, 황소자리 펴냄)에서 이렇게 말한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부터 많은 회사들이 불안정한 자본시장에 부딪혀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간주하는 경제활동 영역들을 과감히 털어버렸다. 그 결과 떨어져 나온 직종이 청소부와 경비원, 경리, IT 기술자 등이다. …직접고용 문제를 털어버린 대기업은 과거 사내에서 이루어지던 활동이나 서비스를 외부업체에 맡김으로써 경비 절감은 물론 고용주의 법적 책무도 함께 전가했다. …대기업이 고용을 외부로 돌리면서 임금 설정 문제가 대기업 울타리 밖의 계약 결정사안으로 바뀜에 따라 원래 사내에 있던 대다수 직종의 실질임금이 사실상 정체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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