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제약업계 불붙은 신약 개발 경쟁

  • 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입력2011-06-23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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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근당,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최근 앞 다퉈 첨단 연구소를 짓고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강도 높은 리베이트 수사로 찾아온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복제약 판매와 의사∙약사 대상 영업 등에 주력해온 제약업계가 체질 개선을 통해 신약 개발, 해외시장 진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약업체 9곳에 과징금 29억6000만원을 부과했을 때, 한 제약업체 홍보담당자가 한 말이다. 공정위는 이들 제약사가 식사 및 골프 접대, 전자제품 무상 제공, 외상매출금 잔액 할인 등의 방식으로 병·의원에 리베이트(약품 판매 대금의 일부를 사례 명목으로 되돌려주는 것)를 줘왔다며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고 추가로 해당 제약사들의 약가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도록 했다.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약값을 깎도록 한 정부 방침이 현실화된 첫 사례다. 막대한 과징금에 형사처벌, 약값 인하 폭탄까지 맞은 제약업계는 바싹 엎드렸다. 이 관계자는 “다들 겁을 먹으니 영업이 위축되고 매출도 계속 떨어진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약가 적정화 방안에 따른 보험 약가의 지속적인 인하, 리베이트에 대한 철퇴, 다국적 기업의 신약 독점…. 최근 국내 제약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다. 약을 싸게 구입한 병원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뿐 아니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도록 한 쌍벌제 도입 등으로 제약사의 마케팅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영업력을 바탕으로 복제약 판매에 주력했던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과 세계 시장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첨단 설비 연구소

    이런 변화는 제약사들이 최첨단 연구소를 증축하는 모습으로 증명된다. 1972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만드는 등 신약 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종근당은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에 사상 최대 규모의 효종연구소를 열었다. 기존에 있던 충남 천안의 종합연구소와 경기도 수원의 광교연구소를 통합한 이 연구소는 전용면적 1만4115㎡(4270평)에 대지면적 2만7933㎡(8450평) 규모다. 새 연구소 이름 효종(曉鐘)은 ‘새벽을 여는 종소리’라는 뜻. 종근당은 “신약 개발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종근당의 도전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 조직을 기술연구소(제제 연구), 신약연구소(신약 개발), 바이오연구소(바이오의약품 개발) 등으로 나눠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동아제약도 5월17일 경기도 용인에서 신축 연구소 준공식을 열었다. 동아제약은 제품개발연구소, 신약연구소, 바이오텍연구소로 구성된 이 연구단지를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신약연구소에서는 소화기·비만·비뇨기 등의 질환 연구, 바이오텍연구소에서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활용한 환자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2005년 역시 경기도 용인시에 2만3000여㎡ 규모의 첨단 연구소를 지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R&D전략실장으로 남수연 박사를 영입하면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박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를 거쳐 로슈코리아, BMS코리아, BMS싱가포르, BMS미국 본사에서 신약 개발 전략과 임상시험 등을 담당한 인물. 앞으로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을 총괄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금껏 국내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2008년 국내 256개 제약업체의 총 R&D 비용은 5388억원으로 총매출액(11조8294억원)의 4.55%에 불과하다. 반면 평균 판매촉진비용 비중은 매출액의 15~20%에 달했다. 제약업계에 리베이트 관행이 이어져온 건 의약품이 가진 독특한 소비 구조 때문. 일반 상품은 소비자에게 구매 선택권이 있지만, 의약품은 환자를 진료한 뒤 처방하는 의사가 선택권을 갖는다. 긴 연구 기간에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도 성공 여부가 미지수인 R&D 투자와 달리 리베이트는 매출 증대 효과가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껏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되는 신약을 복제해 복제약을 만들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이를 판매하는 영업 방식에 집중해왔다.

    신약 개발의 꿈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JW중외제약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혁신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2010년 의약품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의 2009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5.6%로, 세계 주요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 3.4%의 4배가 넘는다. 세계 매출 1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경우 2009년 매출 500억달러(약 54조2900억원) 가운데 78억4500만달러(약 8조5181억원)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일본 오츠카제약도 2009년 R&D에 1조원을 투자했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할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와 글리벡처럼 기존 약물의 효능을 개선한 정도가 아닌, 환자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약을 혁신신약이라고 한다. 혁신신약은 보통 세계 시장에서 한 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약, 곧 ‘블록버스터’가 된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2009년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로 벌어들인 돈은 약 2조2000억원.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는 같은 해 약 15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의 제약컨설팅사인 URCH에 따르면 한 해 제약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이들 ‘블록버스터’가 차지한다. 지금까지 블록버스터로 기록된 약 120여 개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발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희망적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한국 제약의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한약방을 운영하던 약재상들이 ‘양약(洋藥)’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제약회사를 설립한 것. 1941년 ‘궁본약방(宮本藥房)’으로 시작한 종근당은 1968년 우리나라 제약사 중 최초로 FDA 승인을 받으며 “한국 제약사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신약 개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종근당은 1994년 면역억제제 ‘싸이클로스포린 A’를 개발해 국가신기술인정마크(KT마크)를 획득했다. 이 약품은 1999년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20세기 한국 100대 기술’에 오르기도 했다. 종근당은 또 1998년 고지혈증 치료제 원료로 쓰이는 ‘로바스타틴’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하고, 2001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위궤양 치료제 ‘오엠피 정’을 완제 의약품 형태로 유럽연합(EU)에 수출했다. 종근당의 신약개발 노력이 결실을 본 건 2001년. 종근당은 캄토테신계 항암제 ‘CKD602’를 개발해 대한민국 신약개발 대상과 특허기술상을 받았다. 이 약은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난소암과 소세포폐암의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받았고, ‘캄토벨’이라는 종근당 최초의 항암제 신약으로 출시됐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항암제 분야 강점을 바탕으로 2002년 보건복지부의 특정센터 연구지원 사업의 ‘항암제 연구개발센터’로 지정된 뒤에는 다양한 관련 개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CKD-516’은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고, ‘CKD-581’은 전 임상을 완료하고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종근당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CKD-501’은 또 한 번 세계 시장 진출의 문을 열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약품과 달리 저혈당 쇼크를 유발하지 않는 CKD-501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인도에 특허가 등록돼 있다. 현재 지식경제부의 충청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 중 의약바이오 분야 과제로 선정돼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글로벌 신약 연구에 매진하는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

    치료 패러다임 바꿀 혁신신약

    임종래 종근당 기술연구소장은 “효종연구소 설립을 통해 연구 여건을 개선하고 관련 투자를 더욱 늘려 명실상부한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매년 매출의 8~9%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종근당은 올해 R&D 투자액을 매출액의 10%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유한양행도 2005년 세계 최초로 단기 치료가 가능한 위산억제제 ‘레바넥스’를 개발해 신약 승인을 받았다. 15년의 연구기간에 5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투입한 결과다. 유한양행은 이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요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YH4808’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충청광역경제권 선도산업지원단 지원과제로 선정된 당뇨병 치료제 ‘YH10561’도 유한양행이 연구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약물이다.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제품이 나오지 않은 ‘글루코키나제 활성제(GKA)’ 계열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유한양행의 R&D 투자 규모는 △2006년 224억원 △2007년 285억원 △2008년 343억원 △2009년 354억원 △2010년 412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6.35%였다.

    올해 초 회사 이름 앞에 ‘JW’라는 이니셜을 붙인 ‘JW중외제약’도 세계 시장 진출 의지가 강하다. ‘JW’는 ‘Jump to the World!(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의 약자.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JW중외제약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프로젝트는 Wnt 표적 항암제 ‘CPW231A’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함께 공격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 증세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제약계는 암세포 증식에 관련된 특정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신호전달 단백질인 Bcr-Abl을 차단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표적항암제. JW중외제약의 ‘CWP231A’도 같은 콘셉트다. ‘CWP231A’는 또 다른 신호전달 단백질 Wnt를 차단해 암세포는 물론 암의 재발원인인 암 줄기세포까지 사멸시킨다. 글리벡처럼 백혈병 등의 치료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임상 1상 허가를 획득하고 5월부터 세계 1위 암 병원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등에서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인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 신약이 FDA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CWP231A’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2011년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중 혁신신약 부문 지원대상 과제로도 선정돼 2년간 23억원의 개발비를 지원받게 됐다. JW중외제약은 “2016년 CWP231A가 상품화되면 30조원 규모의 세계 표적항암제 시장에서 최소 3%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우리나라 최초의 블록버스터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능성을 본다”

    연구소 건립, R&D 투자 확충…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 찾겠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1999년 SK제약이 선플라주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Kanarb)’까지 모두 15종의 신약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의 신약 ‘슈도박신주’가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선플라주’가 매출 부진으로 생산중단되는 등 대부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신약도 조인스정(SK케미칼), 스티렌정?자이데나정(이상 동아제약), 레보비르캡슐(부광약품), 레바넥스정(유한양행), 팩티브정(LG생명과학) 등 6종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중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제품은 200여 종에 달한다.

    신약 개발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회사는 동아제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정’은 출시 5년 만에 매출 8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미국 FDA 임상 3상이 완료돼 향후 전망도 밝다. 문제는 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시장 반응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생명공학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약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430억원이다. 신약 매출액이 연구개발비의 10배 이상은 돼야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최근 제약사들이 승산 없는 게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한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제약 바이오 산업분야에 막대한 R&D 투자를 하고 있고 중국 브라질 등 신흥 국가들의 제약시장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제약사 동아제약도 신약 개발과 세계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아제약은 5월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제 천연물 신약인 ‘모티리톤(Motilitone)’이 식약청 승인을 받아 스티렌정, 자이데나에 이어 세 번째 자가개발 신약을 보유하게 됐다. 모티리톤은 나팔꽃 씨와 약초인 현호색의 덩이줄기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부작용이 없으면서 내장 과민 반응에 효과적인 약으로 평가받았다. 빠르면 연말쯤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동아제약은 이외에도 화합물과 천연물, 바이오 등 전 분야에 걸쳐 49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소화기계, 비만·당뇨, 비뇨기계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질환 분야에서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79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

    SK케미칼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2008년 유럽시장에 기술 수출을 했던 항암제 개량 신약 ‘SID-530’은 올해 4분기 유럽연합(EU) 출시를 목표로 미국 및 EU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2001년 국산 천연물 신약 1호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을 출시했던 SK케미칼은 치매·천식·위염에 대한 천연물 신약도 한창 개발 중이다. 임상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3년 치매 치료제 및 위염 치료제, 2014년에는 천식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한미약품도 신약 개발에 적극적이다. 2009년 6월 발매한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신약 ‘아모잘탄’이 최근 미국 머크사와 2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내고 있다. ‘아모잘탄’은 머크사를 통해 세계 30개국에 수출된다.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완제 의약품을 굴지의 다국적사가 도입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항암신약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도 눈에 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다중표적항암제 ‘Pan-Her Inhibitor’가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종료했으며 올해 안에 국내 또는 해외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하반기 의사 3명을 영입해 eR&D팀을 조직하는 등 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14.3%인 85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액 대비 15% 투자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미약품의 꿈은 2020년까지 신약 20개를 개발해 글로벌 순위 20위권의 제약사가 되는 것이다. LG생명과학은 R&D 투자 비중이 높은 제약사다. 제약사 대부분의 R&D 비용이 매출액 대비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확대하도록 세금 정책을 펴고 있다. 제약사가 신약이나 개량신약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R&D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3~6%에서 20%로 높인 것. 중소 제약사는 최고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신약개발과 관련된 예산도 2009년 1256억 원에서 2012년 19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 신약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2015년까지 2조원 규모의 신약 R&D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향후 30년간 글로벌 수준의 첨단 신약 16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약개발 클러스터도 조성하기로 했다.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제약 벤처기업을 정해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료를 0.3%포인트 깎아주는 등 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대규모 R&D 이후 실제 매출액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한 제약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제약기업의 코스닥시장 퇴출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중인 신약은 45개, 신약후보물질은 61개에 달한다. 김현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여러 제약사가 자체 개발 신약 및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진전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글로벌 의약 산업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추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약품 수요가 늘면서 세계의약산업시장은 2004년 5400억달러에서 2007년 7700억달러로 커졌고, 2020년에는 1조30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제약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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