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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미·중의 ‘동상이몽’ 틈새 노려라

美 ‘恐中심리’ 이용해 강경노선 수정 유도해야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peace@peacekorea.org

북핵 해결, 미·중의 ‘동상이몽’ 틈새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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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시 행정부는 목하 고민중이다. 과연 1기의 대북 강경정책과 6자회담 전략을 유지해야 옳은가. 그간의 접근방식이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과 위상만 강화해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향후 북·중·러 동맹의 출현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 “할말은 하겠다”며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한국은 이 상황을 이용해 미국의 방향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북핵 해결, 미·중의 ‘동상이몽’ 틈새 노려라

2004년 6월2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3차 6자회담.

핵 문제를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제2의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맺을 수도 있다는 흉흉한 관측이 있는가 하면,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 확대와 대만문제를 풀 지렛대 확보 차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질질 끌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2004년 12월 초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방미외교단은 “미국 내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것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론을 미국이 받아들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6자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이를 자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우려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견제론’으로 요약될 이 같은 미국 내의 분위기는 이전부터 감지되었다. 대표적으로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미중경제안보재검토위원회(UCESRC)’는 2004년 6월 중순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막대한 정치적·경제적 지렛대를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역할은 미중관계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대중(對中)정책의 맥락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정책은 대중정책의 하위개념”

워싱턴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대략 두 가지 상반된 맥락이 있다.



우선 살펴볼 것은 매파적 시각. 부시 1기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對北)정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쥔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한 압박정책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어왔다. 특히 이들 그룹은, 2004년 4월 딕 체니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미국의 강경정책에 호응해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중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그 직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파격적인 예우를 해주며 우호협력 관계를 과시한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대북 포용정책의 맥락이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오히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지적한다. 즉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6자회담을 고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회담의 주최자인 중국의 역할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시각은 민주당 대통령후보이던 존 케리도 공유한 바 있다. 케리는 자신이 집권하면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정책의 맥락에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가는 것과 달리, 중국은 이미 북한에 대한 전략적 입장을 정리하고 북한과의 관계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패권주의의 칼날이 결국 미국 자신을 겨냥할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면서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북한의 핵무장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지만, 북한의 붕괴 방지를 더 상위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안보 전문가에게서 이러한 시각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4년 10월에 만난 외교관 출신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중국은 평화적 해결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는 미국의 방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특히 북한을 둘러싸고 미중 사이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북핵 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대북한 비타협주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놓인 한반도에, 이제 북핵 문제를 계기로 남북한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에 두려는 미중간 원심력이 본격적으로 작용하게 된 형국이다.

‘외교적 수혜자’와 ‘군사적 수혜자’

기실 6자회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생각은 애초부터 달랐다.

일방주의로 무장한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다자회담을 들고 나왔을 때 핵문제를 ‘북한 대(對) 미국’이 아니라 ‘북한 대 국제사회’의 대결구도로 끌어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국제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다. 부시 행정부가 줄곧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통일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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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peace@peace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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