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북한 급변사태시 난민 규모 & 탈출경로 시뮬레이션

“총 70만 중 20만 휴전선 월경, 경의선에만 15만 집중”

  • 한관수│조선대 교수·군사학 hks@chosun.ac.kr│

    입력2010-04-02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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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에 큰 변혁임은 물론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6·25전쟁 이후 최대의 비상사태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급변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밀하게 계량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북한의 급변이 대량난민 발생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한반도를 벗어나 국제정치 이슈로 비화할 폭발성을 안고 있음은 분명하다. 난민이 중국, 러시아, 일본 국경을 넘는다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제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난민이 휴전선을 넘을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6·25전쟁 당시의 경험을 반추해보면 통제가 불가능한 수백만의 난민이 야기할 극심한 무질서의 심각성은 사뭇 자명하다.

    대량난민 발생 시나리오로는 여러 가지를 상정해볼 수 있다. 우선 체제불안 요인이 있다.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둘러싼 평양 내부의 권력투쟁이 사회적 혼란으로 증폭되어 체제나 국가 위기로 발전한 무정부 상태의 경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후계체제 문제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집중하는 배경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경제난에 따른 식량부족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1990년대 중·후반의 식량위기 당시 많은 사람이 북·중 국경을 넘어야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일련의 소식은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끝으로 대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거주 밀집지역 일대가 황폐해지거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사고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국경을 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는 주변국과 협조해 난민을 처리하고 지상과 해상을 통해 쏟아지는 난민에 대해 비상구호대책을 가동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난민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려고 시도할 경우 이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량난민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정밀한 예측과 주도면밀한 대비책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대량난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은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난민이 발생하고 이들이 과연 어느 경로를 통해 북한을 탈출할 것인지 따져보는 작업일 것이다. 북한 난민을 전방에서 최초로 접촉할 군부대의 대비계획 수립을 위해서도 난민의 규모나 탈출 예상지역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급변사태의 유형이나 북한 체제가 처하게 될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편차를 보여왔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과거의 유사한 경험사례와 현재 북한의 현실에 기초해 예상되는 난민의 총규모를 판단하고, 이를 다시 거주 지역별로 검토한 후,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유입되는 난민 규모를 경로별로 산출해보고자 한다.

    북한 총인구의 3.5%

    난민의 전체 규모를 판단할 근거 사례로 과거 독일 통일 직전 서독으로 망명한 동독인의 수와 6·25전쟁 당시 북한 피난민 규모를 살펴볼 만하다. 독일의 경우는 1990년 10월 통일이 공식화될 때까지 동독 총인구 1661만명의 2.6%인 43만명이 서독으로 망명했다. 주의할 것은 동독의 경우 이전에도 서독으로의 이주를 합법적으로 인정해왔고,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만큼 서독과의 경제적 격차가 크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 급변사태시 난민의 발생비율은 서독으로 망명한 동독 주민의 비율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6·25전쟁 중에 발생한 피난민은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벌어진 1차 피난은 주로 서울을 비롯한 남한 주민들의 피난이 주를 이루었으므로 준용할 가치가 낮다. 그러나 1951년 이른바 1·4후퇴 전후의 2차 피난 당시에는 북한 주민들의 피난이 압도적이었다. 이 시기 북한 주민 총 950만명 중 약 9%에 해당하는 89만명이 월남했다는 통계가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황해도 14만8511명, 평안북도 5만1210명, 평안남도 8만948명, 함경북도 4만2671명, 함경남도 16만5658명, 북경기도와 북강원도 40만132명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군의 공중폭격이나 북한군과 한미연합군의 직접적인 교전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월남을 선택한 것이었으므로,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이 상대적으로 적은 급변사태시에 발생할 난민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난민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살펴볼 다음 요소는 북한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현재 북한 주민 가운데 탈출 여건이 마련될 경우 탈출을 시도할 만큼 경제적·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체제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주민들을 원천적으로 격리하기 위해 이른바 성분조사 작업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분류된 3계층 51개 부류에 대해 진학과 직장 선택, 의식주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별정책을 실시했다. 이 3개 계층 가운데 핵심계층(지배계층)이 594만명(28%), 동요계층(기본계층)이 954만명(45%), 적대계층(복잡계층)이 573만명(27%)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그간 체제 차원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적대계층은 우선적으로 탈출의지를 갖게 될 이들이라고 가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적대계층 총인원 573만명 중 노약자나 신체장애자, 그 가족 일부를 제외한 약 350만명을 이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탈출경로의 통제 가능성이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 이들 전부가 난민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탈북자 설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탈출의지를 가진 350만명의 20%인 약 70만명이 탈북을 실제로 결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한 북한 총인구 약 2300만명 가운데 급변사태시에도 탈북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의 특권층 약 300만명을 제외한 이들의 3.5%에 해당하는 숫자다.

    난민은 체제의 통제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는 시점에서 증가하기 시작해 정권이 붕괴되는 급변사태 상황에서 급증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체제 통제력이 약화되는 시점과 통제력이 완전히 상실되는 시점을 구분해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역시 독일의 사례를 준용해보면 북한의 경우 체제 통제력이 약화되는 시기에 전체 난민의 15%인 10만명이, 정권이 붕괴되고 통제력을 상실할 때 나머지 85%에 해당하는 60만명 규모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가지 경로

    물론 이들 난민이 모두 국경이나 휴전선을 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이 어느 경로를 거쳐 어느 지역으로 탈출할 지를 예상하려면 우선 북한의 지형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전면적의 70%가 산악이며 평균고도가 440m에 달하는 험준한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큰 바가지 여러 개를 엎어놓은 듯한 산지구획형(山地區劃形) 지형으로, 산과 산 사이에 도로와 철도가 개설돼 있고 이 도로와 철도를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중국과의 국경 또는 휴전선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주로 남북으로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이용해야만 하는 구조다.

    북한 지역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철도는 서부, 중부, 동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서부에는 서울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1번 도로, 휴전 후 북한이 개설한 평양-개성간 고속도로(평개고속도로)가 있고, 철도는 서울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경의선이 부설돼 있다. 중부지역 도로는 의정부에서 곡산에 이르는 3번 도로와 의정부에서 구읍리에 이르는 43번 도로가 있고, 철도는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경원선이 있지만 현재는 비무장지대에서 단절돼 있다. 동부지역 도로는 강릉에서 원산에 이르는 7번 도로와 인제에서 신고산에 이르는 31번 도로가 있고, 철도는 동해선이 있다.

    이들 가운데 서부의 1번 도로와 경의선 철도, 동부의 7번 도로는 남북 합의에 따라 이미 연결돼 있는 상태다. 북한 급변사태시 한국 정부가 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들 도로와 철도는 곧바로 혹은 소규모 공사를 거쳐 탈출 유도경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로로 어느 정도의 난민이 이동할 지 추산하려면 거주지와의 인접성을 고려해야 한다. 휴전선 인근의 황해북도에 거주하는 주민이 휴전선으로 바로 남하하는 경로 대신 평양을 거쳐 자강도와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재 압록강을 건너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의 대부분이 중국 국경과 인접한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북한의 지형을 고려할 때 탈출경로는 크게 중국과 러시아로의 국경탈출, 휴전선을 통한 남한으로의 지상탈출, 일본 및 한국으로의 해상탈출로 나누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상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는 북송 재일교포와 그 가족, 친척 등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고, 역시 선박으로 남한으로 향하는 경우도 북한 동해안이나 서해안 축선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제한될 공산이 커 보인다.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로 탈출할 것인지 남한으로 탈출할 것인지를 가르는 지역별 기준은 북한 지형을 남북으로 분리하는 횡적 도로인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평원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광복 이후 북한 체제가 군사 대비태세와 긴장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주민들은 평원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이남을 전연(전방)지역으로, 이북을 후방지역으로 인식하게 됐다. 실제로 평원고속도로 남쪽에는 많은 군부대가 밀집 배치되어 있고 북쪽에는 주요 산업시설이 건설돼 있다. 다시 말해 평원고속도로 이북의 주민들은 주로 중국을 통한 국경탈출을, 이남의 주민들은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기준은 평양-원산 고속도로

    이렇게 놓고 보면 국경을 넘어 중국 등 북쪽으로 탈출할 것으로 보이는 잠정적인 후보군은 평원고속도로 이북의 6개 도(道)와 1개 시(市)에 거주하는 적대계층 주민 48만명으로 압축된다. 함경남도(293만명 중 10만5000명), 함경북도(221만명 중 7만8000명), 양강도(69만7000명 중 2만4000명), 자강도(124만명 중 4만3000명), 평안남도(300만명 중 10만7000명), 평안북도(244만명 중 8만5000명), 남포(79만2000명 중 2만8000명)의 난민 약 47만명이 중국으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회적 신분이나 의식주 면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평양 주민 300만명은 탈북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를 급변사태의 진행 상태에 따라 분류하면 국가통제력이 약화되는 시기에 약 9만명, 통제력이 무너지는 시기에 38만명이 탈북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로의 탈출은 북·러 국경지역인 함경북도의 온성, 새별, 은덕, 선봉군에 거주하는 적대계층 주민 총 9000명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제력이 약화되는 단계에 1800명, 통제력이 무너지는 단계에 7200명이 월경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넘어오는 난민은 평원고속도로 남쪽의 3개 도, 1개 시에 거주하는 적대계층 주민 약 20만명이 잠정적인 후보군이다. 황해남도(220만명 중 7만8000명), 황해북도(166만명 중 5만9000명), 강원도(140만명 중 5만명), 개성시(36만3000명 중 1만3000명) 등이다. 북한 체제의 통제력이 약화되는 단계에서는 휴전선의 철조망 개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므로 매우 적은 숫자만이 탈북을 감행할 것이고, 북한 당국이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단계에서 난민 대부분이 휴전선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상 난민의 총규모는 주 탈출수단인 어선의 수송능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북한에는 현재 각종 어선이 약 1700척(서해 1000척, 동해 700척)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탈북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어선은 해상 감시상태 등을 고려할 때 30%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그 가동률을 최대 90%로 잡고 1척당 승선인원을 평시 30t급 어선 승선인원의 2~3배인 30명으로 계산할 경우, 동·서해를 통틀어 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어선은 460척이며 총 1만8400명의 난민이 해상경로를 선택할 것으로 산출된다.

    이들 역시 체제 통제력이 약화되는 시기에 3700명(동해 1500명, 서해 2200명)이, 통제력이 상실되는 시기에 1만4700명(동해 6100명, 서해 8600명)이 탈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서해로는 총 1만1000명의 난민이 어선 270척을 이용해 중국 또는 남한으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동해로는 난민 7600명이 어선 190척을 이용해 일본 또는 남한으로 탈출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추산을 요약하자면, 북한 급변사태시 발생할 총 난민 70만명 가운데 중국 국경 탈출이 47만명, 러시아 탈출이 9000명, 해상을 통한 일본 탈출이 3600명, 휴전선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오는 난민이 20만명, 해상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오는 난민이 1만5000명 규모로 예상할 수 있다.

    서부축선을 주목하라

    한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면밀히 대비해야 할 대목은 단연 휴전선을 통해 넘어올 난민 20만명과 해상을 통해 월남할 1만5000명이다. 이러한 대량난민에 대해 사전에 종합대비계획을 수립하려면 이들이 어느 지역 혹은 해역으로 내려올지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휴전선에는 다수의 지상군과 해군 부대가 책임지역을 관리하고 있으므로 지상난민을 서부·중부·동부축선으로, 해상난민은 서해와 동해로 구분해 규모를 판단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휴전선의 주요 축선별로 어느 규모의 난민이 이동할 것인지는 북한 행정구역의 지형적 위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서부축선은 황해남도·황해북도·개성시의 난민이 탈출경로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중부와 동부의 2개 축선은 정면에 강원도 1개 도가 걸쳐 있으므로 두 축선에 절반씩 나뉘어 이용할 것으로 추정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서부축선으로 총 15만명이, 중부와 동부축선으로 총 5만명이 탈출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난민이 서부축선의 평개고속도로와 1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비무장지대 일부를 개방해 건설된 경의선 도로와 철도를 통과한 후 문산이나 고랑포 지역으로 남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부축선은 3번이나 43번 도로를 따라 동두천·포천·화천 지역으로, 동부축선은 7번이나 31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비무장지대 일부를 개방해 연결한 동해선을 통과해 속초·인제 지역으로 월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축선의 경의선과 동부축선의 동해선은 이미 연결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이므로, 철책과 지뢰가 설치된 비무장지대를 추가적인 작업 없이 비교적 용이하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상 탈출의 경우, 난민 1만1000명이 남하하게 될 서해에서는 황해남도 해주·옹진·연안 등 휴전선 인접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로 김포나 백령도, 한강하구 등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월남할 가능성이 높다. 용연 이북 해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큰 어선으로 인천·서산·군산 등을 향해 남하할 것으로 보인다. 동해는 원산을 중심으로 북쪽에 거주하는 함경남·북도 주민 3600명이 어선 90척을 이용해 일본으로, 원산 남쪽 강원도에 거주하는 주민 4000명은 어선 100척을 이용해 속초·강릉 방향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정리하자면 급변사태시 남한으로 넘어오게 될 난민의 대다수는 휴전선 서부축선의 경의선 도로와 철도를 타고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저지대로 평야가 발달한 북한의 서부지역에서 한국의 서부축선으로 유입되는 난민이 전체의 70%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의 대비계획 수립에서도 이 지역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원칙의 문제

    북한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그 파급은 방사형으로 주변국에 퍼져나가면서 지역 전체의 안보상황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각국은 급변사태 이후 전개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역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갑작스레 찾아온 통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었던 독일의 경우를 되새겨볼 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는 종합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종합계획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선 유엔이나 관련국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해 난민의 법적지위를 결정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과 구호, 신병처리 등을 진행해나가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한발 더 나가서는 남한으로 유입된 난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매년 1000명 규모로 발생하는 북한 이탈주민을 수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할 때,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전시 인구와 맞먹는 7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그 가운데 22만명이 한국으로 유입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조기경보의 운용과 대량난민을 위한 수용시설 편성방식, 식량 등 생필품의 조달방식 등에 대해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은 불문가지다.

    북한 급변사태시 난민 규모 & 탈출경로 시뮬레이션
    한 관 수

    1952년 출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석사(행정학), 단국대 박사(국제정치학)

    한미야전사 작전기획장교, 한미연합사 지구사 연합정보 분석실장, 3군사령부 정보수집 분석과장

    현 조선대 군사학부 교수

    논문 : ‘북한의 급변사태와 군사대비’ ‘북한군 기갑 및 기계화 부대 위협 분석’ 등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원칙의 문제다. 과연 북한에서 난민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는 이를 얼마나 받아들여야 하며 또 휴전선을 얼마나 개방해야 할까. 특히 난민이 휴전선을 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할 경우 과연 한국군이 이에 개입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량난민 발생이라는 사태는 이렇듯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질문들에 대해 명시적이고도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난민이 유입될 지역의 지자체와 군부대에 사전에 하달할 정부 차원의 결정사항을 마련해야 한다. 누구도 최악의 상황을 원치 않지만, 그에 대비하는 자만이 막상 현실로 닥쳤을 때 이를 관리해나갈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라는 동북아 최대의 위기가 민족 전체의 운명을 곤경에 몰아넣는 악몽의 시나리오 대신,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대한 기회로 바뀔 수 있도록 무엇보다 필요한 작업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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