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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⑨

북한 젊은층의 사랑방정식 집중 분석

불시 소지품 검사 해보니 여학생 가방에서 피임약이 우수수…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젊은층의 사랑방정식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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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의 꿈은 남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앞에서 증언한 탈북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공주병에 걸린 여자도 많습니다. 제 처지는 생각도 안 하고 높은 곳만 바라보다가 좋은 대상을 다 놓치고 결국 한심한 대상자와 결혼하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제 후배 중엔 이런 사람도 있어요. 남자가 집안이 꽤 좋은데 모 외국 문화원 정보센터에서 하는 강습에 참가했다가 거기에서 여성 한 명과 연애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여자 부모들이 빨리 결혼하라고 강박하는 바람에 자기 부모들이 차려주는 잔칫상도 못 받고 23세에 졸지에 장가를 가 애아버지가 됐습니다. 그냥 여자 집에 당한 거죠. 실제로 제가 아는 여자 한 명도 시집을 못 가다가 1년 동안 그 정보센터를 다니더니 끝내 한 명을 붙잡아 28세에 시집을 갔지요.”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이 북한이라고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요즘 북한 젊은이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한다. 보는 것은 남한 드라마지만 사는 곳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 남한 드라마와 같은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 싶은데 북에서야 춤추러 갈 데도 없지, 개별 식사칸이나 노래방도 다 없애버렸지, 온전히 둘이 사이좋게 영화 볼 데도 없지, 드라이브는 꿈도 못 꾸지, 제 땅에 있는 명승지들도 마음대로 돌아볼 수 없고 신혼여행이라는 말조차 없으니 북의 연인들은 참 불쌍합니다. 한창 연애할 때는 꼭 붙어 다니고 싶은데 조용히 이야기 나눌 장소도 별로 없지요. 특히 겨울에는 식당들도 다 추우니 사람이 많은 지하철역에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거나 밖에서 벌벌 떨다 헤어져야 합니다. 여름에는 낮엔 덥지, 날은 천천히 어두워지니 키스조차 하기 힘들지요. 봄가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요.”



평양에서의 연애도 이렇게 힘드니 지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키스 문화는 남한 드라마가 유입되면서 연인임을 확인하는 의례처럼 돼버렸다고 한다.

연인의 징표, 키스

요즘엔 북한도 결혼 상대자를 찾는 기준이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한 제대군인 당원이 가장 으뜸가는 신랑감이었다. 즉 군복무 경력과 노동당원 자격증, 대학졸업증이 남자의 결혼 준비물인 셈이다. 거기에 남자 집안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제는 군복무 경력이나 노동당원 자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여성들에게는 남자의 재력이 가장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북한이 뇌물이면 뭐든지 다 통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돈만 있으면 노동당원이 되기도 식은 죽 먹기이고 심지어 대학졸업장도 음성적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남자들도 여성을 보는 기준이 재력으로 그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물론 북한에서도 여성의 미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재력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종합하면 남녀 모두 집안의 재력이 가장 중요한 셈인데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보다 돈에 대한 집착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재력이 중요시되면서 간부들 사이에 누가 호화롭게 결혼식을 하는지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자식들의 결혼식을 청류관 같은 고급식당이나 외화 식당 또는 봉사소에서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집에서 간단히 치른다.

일반적으로 부유층의 호화결혼식은 고급식당에서 3000~5000달러를 쓰며, 중산층의 결혼식은 결혼식전문식당에서 300~500달러를 쓴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평양에는 결혼식전문식당이 없었지만 최근에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것 역시 남한 드라마를 포함해 외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예식 문화의 유입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 살다온 부유층의 결혼식에는 간혹 웨딩드레스도 등장한다. 물론 이는 실내에서만 입는다. 당국의 눈에 띄어 처벌을 받을까봐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잘사는 집안의 결혼식에 가면 신부들이 남한처럼 결혼식 도중에 옷을 여러번 갈아입는다. 이것 역시 기자가 평양에 있던 10여 년 전에는 없던 일이다. 요즘은 웬만큼 살아도 2벌 정도는 기본이라고 한다. 신랑신부가 흰 장갑을 끼는 것도 유행이다. 2010년 현재 북한 신부의 한복 유행은 흰색 바탕의 치마저고리를 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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