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2022년 윤석열과 2010년 한나라당 ‘마이너스’ 정치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보수의 가슴이 너무 뜨거워지면 민주당 선거운동 돕는다

  •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2-12-25 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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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대선 득표율 48.56%는 지지층 연합

    • 尹 국정에 가장 비판적 세대는 20대

    • 2010년 지방선거부터 ‘복지 정치 주류화’

    • 무상급식 이슈가 안보 쟁점화 막아내다

    • 권력 쥐려 노력하는 ‘51% 연합의 예술’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왼쪽 첫 번째)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왼쪽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왼쪽 첫 번째)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왼쪽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수 지배’다.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정당 및 후보의 정치 행위는 ‘51% 연합’을 달성하기 위해 정무·정책 이슈에 개입하는 행위다. 선거에는 상대 평가가 작동한다. 내가 못해도 상대방이 더 못하면 승리한다. 내가 잘해도 상대방이 더 잘하면 패배한다. 선거 승리에서 ‘반사이익’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이유다.

    우리는 정치 행위를 플러스(+), 제로(0), 마이너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집권 여당인 경우,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플러스(+) 정치 행위를 하면 선거 승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마이너스 행태를 통해 상대방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이너스’ 정치 행태를 통해 결과적으로 상대방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편의 ‘지지층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특정 이슈에 대한 ‘이념 편향적 접근’으로 인해 중도 유권자를 상대 정당에 넘겨주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와 직결된다. 후자의 경우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취임 2개월 만에 尹 정부 지지율 낮아진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특징은, 1987년 민주화 이래로 취임 이후 최단기간에 지지율이 30% 이하로 주저앉은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022년 7월 1주차 조사 당시 37%였다. 앞서 같은 해 6월 5주차는 42%였다. 그러니까 7월 1주차는 처음으로 국정운영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시점이다. 7월 1주~12월 1주의 기간에 총 21번의 조사가 있었다. 8번(38%)은 3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13번(62%)은 20%대 지지율에 머물렀다.

    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최단기간에 지지율이 20%대 후반~30%대 초반에 갇히게 됐을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정치 경험이 짧아 지지기반이 원래 취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7명의 대통령은 공히 국회의원 경험을 갖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정치를 했다. 정당정치에 기반한 핵심 지지기반을 알고 있었다. 반면 국회의원 경험 없이 ‘어쩌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기반도 취약하고 핵심 지지기반에 대한 이해도 취약한 편이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지지층 연합’을 부분적으로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8.56%였다. 득표수로는 1639만 표였다. 득표율 48.56%는 ‘단일한’ 지지층이 아니다. 지지층 연합의 성격을 갖는다. 이들은 어떤 그룹의 연합이었을까. 크게 네 덩어리의 연합이었다. ①박근혜 탄핵에 비판적이었고, 한미동맹과 안보 문제를 중시여기는 대구·경북의 보수 유권자 ②박근혜 탄핵에 찬성했고,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되, 경제 문제를 중시 여기는 부산·울산·경남의 보수 유권자 ③문재인 정부 기간, 부동산 가격 폭등과 과도한 세금 인상에 불만이 많은 수도권의 중도 성향 유권자 ④페미니즘과 젠더 이슈에 비판적이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호감을 갖고 있는 20·30대 남성 유권자층이다. 이를 재정렬해 보면, ①대구·경북 안보보수 ②부·울·경 경제보수 ③수도권 경제중도 ④20·30 남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8.56%였다. 한국갤럽 기준, 2022년 12월 첫째 주 지지율은 31%였다. 약 18% 포인트 차이만큼 지지층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지지층 연합’의 부분적 해체다. 가장 큰 덩어리는 ‘이준석 전 대표 찍어내기’ 과정에서 이탈한 20·30 남성 유권자들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이준석 밀어내기’를 시도했고, 이준석은 결국 대표에서 물러나게 됐다. 12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20대의 윤석열 정부 긍정 평가는 17%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20대의 긍정 평가가 ‘가장’ 낮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하고, 국민의힘에 가장 비판적인 세대는 40대다. 같은 조사에서 40대의 윤석열 정부 긍정 평가는 19%였다. 그런데 20대는 40대보다 더 낮은 17%에 불과하다.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2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 민주당은 26%, 무당층이 47%다.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31%, 민주당은 31%, 무당층은 32%다. 20대의 경우 무당층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 30대에서는 국민의힘, 민주당, 무당층이 3파전 양상을 보인다. 빠져나간 지지층을 다르게 표현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가로 ‘당겨올 수 있는’ 지지층 규모이기도 하다. 2024년 총선까지 바라볼 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관전 포인트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0년 한나라당의 실책

    2010년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한 정책협약식 및 토론회에서 당시 야5당 대표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배옥병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동아DB]

    2010년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한 정책협약식 및 토론회에서 당시 야5당 대표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배옥병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동아DB]

    한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진보건 보수건 가슴이 너무 뜨거워져서 상대방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수에 국한하면,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에 반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의 분기점이다. 동시에 한국의 복지국가 역사에서도 중대한 전환점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분기점으로 ‘복지 정치의 주류화’가 진행된다.

    당시의 흐름을 약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범보수 후보의 합계 득표율은 65%였다. 2008년 총선 역시 보수 세력이 압승한다.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을 포함하면, 전체 299석 중에서 200석이 넘는 의석수를 가져간다. 반면 2008년 봄에는 광우병 시위가 있었다. 같은 해 가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09년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요약하면, 2010년 지방선거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의 압도적 우위, 사회적으로는 광우병 시위로 상징되는 대중적 저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시작된 참여정부 재평가 및 지지층 재결집,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성이 진행됐다.

    무상급식 논쟁은 2009년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의해 최초로 점화됐다. 당시 경기도의회 의석의 약 90%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당시 한나라당)이 점유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인 경기도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심지어 2009년 12월에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2010년 무상급식 예산안’을 부결했다.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안’을 부결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무상급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빨갱이스럽다’고 생각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이슈화했던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무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빨갱이’가 연상됐던 셈이다. 둘째, ‘진보’ 교육감이던 김상곤에게 정치적 성과를 주기 싫어서였다. 김상곤 교육감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회장 출신으로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김상곤 교육감의 무상급식에 동의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정치적 전리품’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앙정부를 장악하고 있고, 국회 역시 200석이 넘고, 경기도지사도 한나라당 소속이었고, 경기도의회 의석도 90%가 넘었다. 자신들의 행위가 안하무인, 오만방자 수준으로 하늘을 찌르고 민심을 거스르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 경우다.

    지방선거가 있는 2010년 1월이 되자,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주-진보 지방 연립정부’를 제안했다. 여당이던 한나라당에 맞서 야권 연대를 구상했다. 야권 연대는 상층의 정치 연합을 통한 유권자 다수파 연합의 성격을 갖게 됐다. 같은 해 3월 26일에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다. 46명이 전사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5월 24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남북교역을 중단하는 이른바 ‘5·24 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 운항 불허 △금강산 관광 중단 △북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보류였다. 사실상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관계를 중단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보 이슈’의 전면적 쟁점화를 위해서였다. 5월 24일이면 6·2 지방선거를 불과 9일 앞둔 날이다.

    결국 2010년 6·2 지방선거는 보수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안보 이슈’와 진보가 처음 시도해 보는 ‘복지 이슈’가 정면충돌한 최초의 선거가 됐다. 보수의 안보 이슈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었고, 진보의 복지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강(强) 대 강(强)의 대결, 안보 이슈와 복지 이슈의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복지 이슈가 안보 이슈를 제압했고, 무상급식 이슈가 천안함 이슈를 제압했다.

    열정의 동원과 ‘균형감각’ 사이에서

    무상급식 이슈 파워는 얼마나 강했을까? SBS,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0년 5월 4~6일 전화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 시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답변에 따르면, 우선순위대로 △무상급식(74.8%) △4대강 사업(63.3%) △세종시 사업(57.6%) △전교조 명단 공개(53.9%) △천안함 사건(48.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40.3%)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진보에 우호적인 이슈 비중이 우위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무상급식(74.8%)과 천안함 사건(48.1%)의 여론 격차가 눈에 띈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강원도(이광재), 충청남도(안희정), 충청북도(이시종), 경상남도(김두관)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됐다. 농촌 인구도 많고, 상대적으로 고령자도 많고, 전통적으로 보수 색깔이 강한 지역들이다. 민주당이 얼마나 선전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지역이기도 하다.

    정치는 권력장악을 목표로 한다. 정치가 사회운동 및 학문과 다른 결정적인 지점이다. 정치는 열정의 동원이다. 때로는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분노와 증오, 애국심의 동원 과정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정치에서는 특히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균형감각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핵심 목표는 ‘51% 연합’이다. 정치는 열정의 동원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고 노력하는, ‘51% 연합의 예술’이다.

    신동아 1월호 표지.

    신동아 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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