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박정희 다음으로 노무현 좋아하는 새로운 보수의 출현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지역구 국민의힘+비례 조국혁신당' 택한 사람들

  •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4-05-1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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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비례 지지율, 조국혁신당 이동

    • ‘이탈민주’와 ‘뉴보수’의 정체성

    • 뉴보수 양대 축 = ‘강남 중도우파’ + ‘민주보수’

    • 경제성장·민주주의·탈권위주의 중시

    • 이준석·천하람·유승민·안철수 상징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4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 방송사의 제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형기 동아일보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4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 방송사의 제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형기 동아일보 기자]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왜 참패했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왜 압승했는가. 조국혁신당 돌풍은 어떻게 볼 것인가. 선거는 51% 게임이다. 51%를 받으면 승리하고, 49%를 받으면 패배한다. 진보는 진보+중도연합을 통해 51%를 만들어야 하고, 보수는 보수+중도연합을 통해 51%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중도층’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에 참패했다. 민주당은 특히 조국혁신당 돌풍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총선의 중대 분기점 중 하나는 2월에 있던 ‘비명횡사 공천’ 국면이었다. 2월 5주차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40%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7%포인트 뒤졌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총선 패배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은 3월 3일 창당했다. 3월 첫째 주부터 각종 여론조사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조국혁신당, ‘비명횡사 국면’ 반전시키다

    2월이 ‘비명횡사 국면’이었다면, 3월은 ‘조국혁신당 돌풍’ 국면이었다. <표-1>은 조국혁신당 등장을 전후한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여준다. 3월 1주차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1%, 국민의힘 37%였다. 여전히 민주당은 6%포인트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6%를 차지하면서 ‘민주당+조국혁신당’ 합계 득표율과 비교하면 국민의힘과 동률이 됐다.

    3월 4주차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9%, 국민의힘 34%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5%포인트 뒤졌다. 조국혁신당은 12%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계는 41%다. 국민의힘 34%에 비해 오히려 7%포인트 높다. 조국혁신당이 등장하기 이전이던 2월 5주차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7%포인트 뒤졌다. 조국혁신당이 등장하고 총선이 다가온 3월 4주차에는 민주당+조국혁신당 득표율이 7%포인트 앞서는 상황으로 달라졌다. -7%포인트 격차가 +7%포인트 격차로 바뀌었다. 조국혁신당은 뒤지고 있는 민주당에 든든한 연합군 역할을 해줬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조국혁신당은 누구 표를 더 많이 뺏어왔는지다. 2월 5주차와 3월 4주차를 비교하면 유의미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은 6%포인트 빠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계 득표율은 8%포인트 늘었다. 민주당에서 약 절반, 국민의힘에서 약 절반을 빼앗아왔다고 추론할 수 있다.



    <표-1>이 전체 정당 지지율의 변동을 보여준다면, <표-2>는 ‘비례대표 투표정당’ 지지의향을 물은 것이다. 그중에서 이념 성향이 ‘중도층’인 유권자의 지지율 추이만을 정리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이념 성향은 보수, 중도, 진보, 모름/무응답 등 네 종류다. 통상 보수층 유권자가 더 많다. 3월 1주차의 경우 사례 수 1000명 중 보수 325명, 중도 286명, 진보 292명, 모름/무응답 96명이다. 3월 4주차에는 보수 310명, 중도 292명, 진보 299명, 모름/무응답 100명이다. <표-2>는 이 중에서 ‘중도층’ 유권자의 정당투표 지지 추이만을 정리한 내용이다.


    <표-2>를 보면 조국혁신당은 창당 직후인 3월 1주부터 13%의 정당투표 지지를 받는다. 이때부터 점점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른바 ‘조국혁신당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조국혁신당의 추가 지지율 상승이 ‘국민의힘 비례표’를 뺏어왔다는 점이다.

    3월 1주차와 3월 4주차의 중도층 정당투표 지지율 추이를 살피면 극적으로 드러난다. 중도층 유권자를 기준으로 3월 1주차와 4주차를 비교하면, 민주당 비례정당(더불어민주연합)의 정당투표 지지율 변동은 +1%포인트다. 국민의힘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의 정당투표 지지율 변동은 –10%포인트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변동은 +12%포인트다. 즉 조국혁신당이 추가로 얻은 12%포인트 중 10%포인트가 ‘국민의힘 비례정당’에서 이동해 왔다.

    서울 동작을 나경원 당선인(국민의힘)은 선거 당시 ‘지국비조’라는 표현을 썼다. 즉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택한 유권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국비조는 실재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조국혁신당 득표율이 더불어민주연합에 앞섰다. 강남구에서 조국혁신당 19.25%, 더불어민주연합 14.91%였다. 서초구에서는 조국혁신당 20.29%, 더불어민주연합 15.59%였다. 기존의 해석은 조국혁신당을 택한 강남 유권자를 ‘강남 좌파’로 해석했다. 그렇지 않다. 이들은 ‘강남 우파’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비례정당을 지지하다가 조국혁신당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들은 ‘강남 중도우파’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층으로 생각하되, 평소에는 국민의힘을 지지했으나 이번 총선 시기에 조국혁신당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이다.

    누가 ‘민주보수’ 유권자인가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당선자총회’에서 국민의힘 당선인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당선자총회’에서 국민의힘 당선인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강남 중도우파’의 한 덩어리는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었다. 강남 중도우파와 구분되는 새로운 보수의 한 축은 ‘민주보수’다. 이들은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2022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 계열로 ‘새롭게’ 합류한 유권자들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잔류민주와 이탈민주, 올드보수와 뉴보수라는 분석틀로 이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2022년 ‘동향과 전망’ 통권 115호에 실린 논문 ‘5년 만의 정권교체와 탄핵정치연합의 해체 요인 분석: 이탈민주와 뉴보수층의 지지 변동 요인을 중심으로’다. 정 원장의 글을 중심으로 이탈민주와 뉴보수의 특성을 살펴보자.

    잔류민주와 구분되는 ‘이탈민주’도 흥미롭고, 올드보수와 구분되는 ‘뉴보수’도 흥미롭다. 먼저 이탈민주의 특성을 살펴보자. 2020년 총선에 민주당을 지지하고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비중은 62%다. 반대로 38% 유권자가 이탈했다.

    잔류민주와 이탈민주 각각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좋아하는 사람을 물었다. 답변은 매우 흥미로운데 순서와 수치를 유념하고 봐야 한다. 대통령 호칭은 모두 생략한다. 잔류민주는 ① 노무현(0.94) ② 문재인(0.87) ③ 김대중(0.86) ④ 박정희(0.25) 순서다. 노무현, 문재인, 김대중은 모두 0.8을 넘고 박정희는 0.25에 불과하다.

    이탈민주는 달랐다. 순위도 바뀌고, 강도도 바뀌었다. ① 노무현(0.78) ② 김대중(0.68) ③ 문재인(0.40) ④ 박정희(0.38) 순서다. 노무현 1위, 김대중 2위다. 문재인(0.40)-박정희(0.38)는 공동 3위에 가깝다. 문재인-박정희는 동급이었다. 문재인과 박정희가 동급이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문재인에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바로 직전에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어서 그럴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박정희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호감도에 대한 올드보수와 뉴보수의 비교 역시 흥미롭다. 올드보수는 2020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계열을 지지한 유권자층이다. 뉴보수는 2020년 총선 시기에는 보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새로 합류한’ 유권자층이다.

    역대 대통령 호감도에 대한 올드보수의 답변은 ①박정희(0.90) ②박근혜(0.62) ③이명박(0.53) ④이승만(0.51)이다. 전형적인 보수층이다. ⑤노무현(0.45) ⑥김대중(0.35) ⑦문재인(0.05) 순서다. 노무현과 김대중은 박근혜, 이명박, 이승만보다 후순위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뉴보수의 답변이다. 순서대로 살펴보면 ①박정희(0.69)가 1순위다. 다만 강도가 다르다. 올드보수는 0.9였는데 뉴보수는 0.69다. 2순위부터가 재밌다. ②노무현(0.61) ③김대중(0.54)이다. 박근혜, 이명박, 이승만은 4~6순위로 밀린다. 이탈민주는 문재인(0.40)과 박정희(0.38)를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했다. 뉴보수는 박정희 다음으로 노무현과 김대중을 좋아했다. 박정희, 노무현, 김대중에 대한 호감 수치도 엇비슷했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정희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상징한다. 노무현은 탈권위주의를 상징한다. 김대중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뉴 보수는 한마디로 ‘민주보수’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경제성장을 중시하되,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중시하는 보수’를 의미한다.

    군부독재 권위주의와의 단절

    새로운 보수 유권자가 출현했다. 이들은 태극기 부대, 반공우파, 애국보수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보수 유권자다. 얼핏 보면 ‘강남 좌파’처럼 보이는 ‘강남 중도우파’ 유권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스스로를 중도라고 규정하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2022년 대선 때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여기에는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을 찍은 유권자도 상당수 포함된다. 새로운 보수의 양대 축은 ‘강남 중도우파’와 ‘민주보수’다.

    한국 현대사는 냉전적 체제 대결의 시대를 겪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대결했다. 박정희를 좋아하던 사람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싫어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좋아하던 사람은 박정희를 싫어했다.

    이탈민주와 뉴보수는 생각이 다르다. 이들은 산업화, 경제성장, 기업경쟁력도 중시하면서도 민주화와 탈권위주의 역시 중시한다. 국민의힘이 민주화 성과를 부정하며 ‘냉전보수’ 성향을 강화하면 뉴보수와 이탈민주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국민의힘 계열에서 탈냉전 스마트 보수를 상징했던 정치인은 이준석과 천하람, 유승민, 안철수 등이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이런저런 불이익을 받았다. 이준석과 천하람은 탈당했고, 개혁신당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김대중·노무현의 업적을 적극 인정하고, 군부독재 시절의 권위주의와 단절해야 한다. ‘탈냉전 + 따뜻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 이 글에 소개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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