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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여당 대표 ‘불통 女帝’에 천군만마

친박 르네상스!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 song@yeongnam.com

‘근본 없는’ 여당 대표 ‘불통 女帝’에 천군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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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헌신적인 분”

‘근본 없는’ 여당 대표  ‘불통 女帝’에 천군만마

박근혜 대통령이 8월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말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공동취재]

먼저, 박 대통령이 내리는 ‘오더’를 이 대표가 어느 정도까지 흡수할 지가 관건이다. 이 대목은 여권의 앞날에 가장 중요하다. 벌써부터 야당은 “여당 대표실이 청와대의 여의도 부속실이 될 것”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8월 11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함께 한 오찬에서부터 여러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노동개혁, 김영란법, 원격의료, 청년취업 등에 대한 여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 대통령님이 이끄는 이 정부가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 일체가 되고 동지가 돼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특히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를 대통령의 내시(內侍)라고 해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 대표가 대통령의 오더에만 충실할 경우 정국 파행은 불가피해진다. ‘포스트 박근혜’ 구도와 관련해 이 대표가 경선 관리 역할을 넘어 ‘친박계 후보 킹메이커’를 자임하면 여권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대표, 원내대표가 각 세우면…

두 번째 ‘산’인 여당 비주류와 관련해선,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불화 가능성이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여소야대 체제에서 거야(巨野)와의 협상에 나서야 할 정 원내대표와 순혈 친박계인 이 대표 사이엔 간극이 있다.



더구나 정 원내대표는 ‘나는 이정현과 차별화해야 앞날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4선, 이 대표는 3선이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는 물론 원내수석부대표를 해본 경험도 없다. 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고 이번에 원내대표가 돼 국회 원 구성 협상을 해봤다.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리더십을 어느   선까지 따라줄지가 관건이다. 정 원내대표가 “대표가 현장의 어려움을 아느냐”고 이 대표에게 대들 수도 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낀박’이라고 자칭한 정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이 대표와 각을 세운다면 새로운 갈등 구도가 형성된다.

당청 관계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대표와 ‘직거래’를 할 경우에도 당내에서 분란이 일 수 있다. 김 수석이 취임 축하 인사차 이 대표를 찾았을 때 두 사람은 긴밀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이 대표가 “밤늦게라도 전화할 테니 휴대전화를 항상 켜놔라”고 했고, 김 수석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시죠”라고 했다. 청와대 오찬 회동을 앞두고 김 수석은 의전 방식도 조언했다.

당청 관계에도 룰이 있다. 보통 당 대표는 대통령비서실장, 국무총리와 호흡을 맞춘다. 여기서 큰 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조율한다. 각론은 여당 원내대표, 청와대 정무수석,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협의한다. 여당 대표와 정무수석이 직거래하면 스텝이 엉킨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도 이 대표에겐 간단치 않다. 유일한 비주류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 최고위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중동고 후배로 최측근이다. 회의를 ‘김무성 메시지’의 대외창구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없애고 완전 비공개로 바꿨다. 샅바싸움이 시작된 것일까. 강 최고위원은 8월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만만찮은 각오를 밝혔다.

▼ 새 지도부는 당청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나.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 고집불통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 스타일의 문제다. 박 대통령의 고집불통이 애국애족의 한 방식이라고 누군가는 얘기한다. 그러나 애국애족하는 마음은 친박이나 비박이나 야당이나 다 같다. 애국애족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해야 한다.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에서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는 일단 지켜봐야 되겠지만 좀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



“김무성이라면 뒤집어졌다”

▼ 앞으로 당청이 수직적 관계가 된다고 보는 건가.

“다만 이 대표에게 장점은 있다. 대표가 되고 나서 대통령과 처음 만나서 통 큰 사면과 탕평 인사를 얘기 했는데,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검토하겠다’고 했다. 만일 김무성 대표가 그런 건의를 했다면 박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아마 뒤집어졌을 거다. 이정현 대표가 건의하니까 대통령의 그런 반응이 가능한 거다. 사전에 김재원 정무수석과 발언 수위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걸로 본다. 이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정제’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일단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에 소통은 된다고 봐야 한다.”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최고위원은 김성회 전 의원 회유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부터, 국민의 민생부터 살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거부한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내각 개편, 전기료 인하, 사드, 추경 같은 현안이 있으니 이 부분들을 먼저 진행하고 녹취록 파문 같은 당내 문제는 천천히 풀자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공천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덮어둘 순 없다. 한번은 털고 가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공천 공방 2라운드를 예고한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비주류 유일의 지도부 멤버로서 자신의 역할을 ‘포장 벗기기’에 비유했다.

“자칫 이정현 대표가 너무 청와대 옹호론으로 갈 수 있다. 청와대가 10개를 잘했을 때 이 대표는 20개를 잘했다고 포장할지 모른다. 과장하지 말라며 포장을 벗기는 역할을 내가 하겠다.”

이 대표 앞의 세 번째 산인 야당은 더 거칠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7일 선출되는 더민주당 지도부는 ‘강적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추미애, 이종걸, 김상곤 후보 모두 ‘박근혜라면 치를 떨 것 같은 골수 원리주의자’로 평가돼왔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비교조차 안 된다.

9월 정기국회는 이 대표의 첫 시험대다.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공조해 정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을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요청을 국회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



“밀어붙이면 밀려야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업적을 남기려고 서두를 것이다.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고 여당에 요구할 것이다. 야당은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박 대통령을 돕지 않을 것 같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서슴지 않을 듯하다. 여소야대 지형이므로 야당의 집권 가능성은 꽤 높아졌다.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관료조직은 초조한 박 대통령과 달리 피동적으로 느긋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에 대해 ‘우려 반, 기대 반’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당 대표 시절의 당·정·청 엇박자는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이정현 체제에서 이 엇박자가 해소될까. 그러기엔 이 대표는 대통령과 너무 가깝다. 그가 때로는 청와대를 설득하고 때로는 정부를 독려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일부 인사들은 이정현의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 ‘민생 속으로’ 메시지에 주목한다. 한 여권 인사는 “이정현은 ‘집 나간 토끼(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보수·중도 층)’를 다시 불러들일 어떤 ‘프레임’을 만들 줄 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정현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낀다는 사람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그는 대표가 되자마자 고향인 전남 순천을 찾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보수 성향 시민들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화합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안도감을 느낀다. 여소야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밀려야지. 새누리당에 실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얻는 것이 더 중요한데, ‘고만고만한 정치인’으로 인식되던 이정현이 대표가 되더니 이 일을 놀랍도록 잘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정현에게 비주류·야당과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신동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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