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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절제와 극기 필요하지만 자율, 책임, 인권도 중요

육사 3금 제도

  •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육사 31기, 예비역 육군 소장) hjy20813@naver.com

절제와 극기 필요하지만 자율, 책임, 인권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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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와 극기 필요하지만 자율, 책임, 인권도 중요

3월 8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3군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육사 수석 졸업생 양주희 소위에게 계급장을 수여하고 있다.

잇따른 음주와 성(性) 문란 사건으로 육군사관학교(육사)의 3금 제도(금주·금연·금혼)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5월에는 교내에서 남자생도가 음주 후 동료 여자생도를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육사 교장이 성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역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최근엔 태국에서 봉사 활동하던 사관생도 다수가 유흥업소를 출입한 일이 적발된 데 이어 미성년자 성매매 사실이 발각되는 등 생도의 일탈이 끊이지 않는다. 근본 원인을 단지 생도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쳐 육사 교육의 내용과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육사는 사태 수습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8월 26일 ‘육사 제도·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생도의 3금 제도를 강화하고 교육체계를 개선하는 ‘육사 제도·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3금 제도를 한층 강력하게 시행해 정예 장교로서 요구되는 고도의 자기 절제능력을 배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육사는 이성교제는 허용하지만 1학년 생도, 같은 중대 생도, 지휘계선상의 생도, 생도와 교내 근무 장병·군무원 간의 이성교제는 금지하는 등 그 범위와 행동지침을 명확히 규정했다. 아울러 건전한 성 윤리의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양성평등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양성평등 동료상담자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육사는 창설 당시인 1952년(11기)부터 미국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제도를 도입해 3금 제도를 운영해왔다. 전통적으로 모든 생도에게 3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생도 내규에 이를 명시하고 어길 경우 퇴교 등의 조치를 내려왔다. 각군 사관학교는 교내 축제행사에서, 또는 훈육관이나 교수들이 통제하는 회식에서 일정량의 술을 마시는 것은 허용하지만 담배와 결혼은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러한 3금 제도 존폐 논의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1994년에는 ‘21세기를 지향하는 육사교육개혁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3금 제도의 폐지 혹은 완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역대 교장과 생도대장이 위원인 전통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이후에도 3금 제도의 폐지 및 완화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다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육사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를 계기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육사 출신을 포함한 많은 예비역 장교는 3금 제도가 육사의 좋은 전통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3금 제도가 군의 독자성과 사관학교의 전통을 계승하는 규제사항이며, 어려운 야전생활을 해나갈 생도들에게 4년 동안 절제하고 극기하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고 본다. 이들은 또 육사는 일반 대학과 달리 교내에서 집단 내무생활을 하며, 국가가 교육비를 전액 부담하는 학교기관이기 때문에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고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관생도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고 군과 사회에서 해온 과거 경험을 되돌아본다면 엄격한 규율과 자기희생으로 조국을 지킨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국가의 훌륭한 간성(干城)이 되려면 그 정도의 인내와 극기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기엔 ‘우리는 해냈는데 왜 후배들은 못하느냐’는 질타도 포함돼 있다.



반대로 3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우리가 도입할 때 모델로 삼은 웨스트포인트도 1960년대에 3금 제도를 폐지했고, 당시 웨스트포인트를 모방해 3금 제도를 유지하던 다른 국가의 사관학교도 이를 폐지해 이제 3금 제도를 유지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3금 제도는 그동안 변화해온 시대정신에 맞지 않고, 생도의 의식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생도를 쉽게 통제하려는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도가 허위 보고하는 기풍이 생긴 것도 비현실적인 3금 제도 탓이라는 것이다.

허위 보고와 양심 불량자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이 3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2008년 8월 육사의 3금 제도 위반에 대해 퇴교조치를 내리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해 국방부 장관에게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약혼녀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관생도에게 퇴학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전 육사생도 A씨가 육사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 재판부는 “국가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성의 개방 풍조는 막을 수 없는 사회변화”라면서 “A씨의 성관계가 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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