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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 출신이 ‘전문의’ 포기하는 이유

“경쟁보다 자기계발, 워라밸 중시… 금수저 출신 한계도”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의전원 출신이 ‘전문의’ 포기하는 이유

  • ● 결원으로 업무 전가→업무 과중으로 ‘중포자’ 추가 발생
    ● 일반의·전문의 손익계산… “전문의 메리트 없다” 의견도
    ● 힘들면 미련 없이 수련 포기, 자기계발·워라밸 중시
    ● “어려운 관문 뚫고 전문의 되더라도 전망 밝지 않아”
    ● 환자한테 굴욕당하는 의사…“실력 있는 자만 살아남아”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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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8) 씨가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에 각종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의전원은 학부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마련된 과정이다. 기존 의과대학 학제는 ‘2+4’ 제도(의예과 2년, 의학과 4년)로 구성된 반면,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지원해 4년 동안 의학 수업을 받는 ‘4+4’ 제도(일반학부 4년, 의전원 4년)로 운영된다. 

과거 의사가 되는 방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정시)에서 상위 1% 이내 성적을 거둬 의대에 들어가는 길뿐이었다. 하지만 의전원이 도입되면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의학과 전혀 관련 없는 학부 전공자도 의학교육입문검사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시험과 면접을 치른 뒤 입학하면 의사가 될 수 있는 것.


의전원 정책 “사실상 실패”

당시 교육부가 내세운 의전원 도입 명분은 크게 네 가지다. ▲의술의 양성, ▲의사 되는 길 확대, ▲의과학자 양성, ▲의학 발달 등 의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의전원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돼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수 이공계 학생의 이탈, 의과학자보다는 임상의사로의 편중, 학생의 고령화, 학습 능력 저하, 군의관 수 부족 등이 주된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의사 면허가 등록된 우리나라 의사 수는 12만630명(2017년 기준, 통계청). 그중 의전원 출신 의사 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의료 현장 곳곳에 적지 않은 수의 의전원 출신 의사가 배치돼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 청문회를 계기로 의전원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으로 떠올랐다. 과연 의전원 출신 의사들을 바라보는 의사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신동아’는 대형 상급병원 소속 의사와 개원가 중견 의사들로부터 의전원 출신 의사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의사 수련 과정은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가정의학과, 외과 등은 3년)으로 운영된다. 인턴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로,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이자 수련의에 해당한다. 전공과목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여러 과를 돌아가며 수련을 받는다. 인턴을 마친 후에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특정 전공과목을 정한 상태로 임상 수련을 하는 레지던트 생활을 거치게 된다. 레지던트 과정만을 전공의라고 하는데, 수련이 끝나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수련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다. 특히 전공의는 환자 돌보랴 보고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식사시간에는 밥을 포기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1분이라도 쪽잠을 청한다. 이렇다 보니 대체로 레지던트 1년차 비(非)인기 과 전공의일수록 ‘그냥 수련을 중도 포기할까’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이 때문에 ‘인턴·레지던트 중도 포기자’를 뜻하는 ‘중포자’ 비율은 해당 과의 암울한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전문과목 레지던트 1년차 중도 포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사선종양학과가 18%로 전공의 중도 퇴직률이 가장 높다. 다음으로 핵의학과(17%), 진단검사의학과(15%), 외과 및 산부인과(10%)가 그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200명가량의 레지던트가 수련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련 중도 포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 의료 현장에서 중포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인턴 중포자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과거처럼 열악한 수련 환경이나 전공 과 부적응, 적성 불일치, 수련 병원의 경직된 조직 문화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이 중도 포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 의대를 다니고 2000년대 초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한 40대 정형외과 의사(전문의) 이모(남) 씨의 주변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3년 전 선발된 10명의 전공의 중 이런저런 사유로 수련을 도중에 그만둔 레지던트가 4명이나 된다. 그중 3명이 의전원 출신이다. 

국내 유수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이런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빅(Big) 5’ 병원 중 한 곳인 대형 상급병원에서 교육수련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의사는 “인턴·레지던트 불문하고 10명 중 많게는 7명, 적게는 2명 정도가 수련을 중간에 포기한다. 이들 대부분이 의전원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개인 입장에서는 인턴·레지던트 수련 기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 그치지만, 병원에서는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전공의 과정, 필수 아닌 선택

“중포자로 인해 결원이 발생하면 해당 업무가 다른 전공의에게 전가된다.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 업무를 맡는 일도 부지기수다. 보통 그 나이는 결혼 적령기라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남은 전공의마저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병원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원으로 인한 업무 전가→업무 과중으로 인한 중포자 추가 발생’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씨는 “매년 가을 전공의 모집 시기에 맞춰 ‘전공의 티오(TO) 세일즈’에 나서는 병원이 적지 않다. 특히 비인기 과나 지방 병원의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걸까. 한 국립병원 수련교육부 담당자는 “요즘 젊은 의사들은 수련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는 세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40대인, 1970년대생들만 해도 수련은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어요. 그 과정을 완수하지 못하면 어떤 의미로든 의사 사회에서 낙오자 취급을 받았고요. 하지만 요즘 젊은 의사들에게 수련은 선택의 카드일 뿐입니다. 선배들의 사례를 두루 살펴보면서 일반의와 전문의 중 무엇이 나의 삶에 플러스가 될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거죠. 가정의학과나 피부과 정도면 굳이 전문의가 아니어도, 일반의 자격증으로도 충분히 환자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대학병원의 전공의 모집 때 이른바 피성안(피부과·성형외과·안과)’ ‘정재영(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경쟁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돈이 되는 과’이기도 하지만 금수저 출신에겐 여차하면 그만두고 일반의로 살아가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되기 때문인 거죠.” 

유독 의전원 출신의 수련생활 중도 포기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에 대해, 의사국가고시 전문학원 대표 A씨는 “금수저 등 출신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의전원생 중에는 소위 ‘좀 산다’는 부유층이나 사회지도층 집안의 자제가 많은 편이다. 이어지는 A씨의 말이다. 

“상위층에 속하는 이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교육을 통해 안전하게 기득권을 대물림받기를 원해요. 부모의 풍족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녀는 경쟁 사회에서 또래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죠. 실제로 의사 집안에서는 의사가 계속 나오기 마련인데, 간혹 의대 갈 실력이 안 될 때는 일반대로 입학했다가 의전원으로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과정에서 부모의 재력이나 인맥이 가동하지 않을 리 없죠.” 

의전원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은 의전원 도입 초기부터 있어왔다. 의전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금수저들의 사회적 지위 확보를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는 비판이다. A씨는 “부모가 깔아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의사 직분에 비교적 쉽게 오른 이들이 수련이라는 고단함까지 감수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페이닥터 하며 안정, 워라밸, 소확행 추구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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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신모 씨는 “의전원 출신 모두가 부잣집 자제는 아니다”라면서 “의사를 최고로 쳐주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많은 이를 의전원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의전원 출신 대부분은 유년 시절에 IMF금융위기(1997)를 겪으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고통을 온몸으로 체감했어요. 이후 고용 불안이 지속되면서 직업 선택 시 ‘경제적 안정’을 가장 큰 조건으로 여기게 됐죠. 공무원과 함께 전문직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이유입니다. 의전원 출신들이 뒤늦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는 ‘지금이라도 의사에 도전해보라’는 부모의 권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요.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앞서 직업이 주는 안락함을 더 높게 치는 거죠.” 

최근 들어 불고 있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바람도 무시할 수 없다. 2015년까지 지방 한 의전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전 대학병원 교수 김모 씨는 “선배 의사들이 전문의 자격 취득을 중시한 것과 달리 이들(의전원 출신들)은 일반의로서 ‘페이닥터(월급 의사)’ 생활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지방의 한 의전원을 졸업한 30대 중반 의사 최모 씨는 6년 전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합격했다. 주변에선 최씨가 정형외과 의사인 아버지에 이어 전문의로서 의술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재 그는 수도권에 위치한 소규모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일반의로 일한다. 레지던트 2년차에 수련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주 4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며 월 급여 680만 원(세후 기준)가량을 받고 있다. 

최씨는 “아버지가 주 6~7일 밤낮없이 진료에 매진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고 밤샘 근무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전문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지 오래다. 나의 삶과 의사로서의 직업 간 균형을 맞추면서 살고 싶었다”며 “다만 선배 의사가 ‘전공의로 2년 정도 훈련을 받아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딱 2년을 채우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기업 산하 연구원을 다니다 의전원에 진학해 의사가 된 30대 후반 김모 씨도 워라밸을 추구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생활 1년을 남기고 병원을 나온 김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소규모 병원에서 주 5일 ‘오전근무’만 하고, 월급으로 400만 원 정도 받는다. 그는 “부모님과 남편은 그동안 전공의로 수련하느라 고생한 게 아깝지 않으냐고 하지만, 나는 지금의 삶이 좋다”고 잘라 말했다.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전문의를 취득하고 대학병원 의사 되는 모습을 상상하죠.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사실 저도 의사로서 전문의나 대학병원 교수 타이틀을 높게 평가하지만, 직장 다닐 때 야간 근무에 시달렸던 터라 사회적 지위나 돈보다는 시간적인 여유를 누리고 싶어 페이닥터 생활을 택하게 됐어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전문의가 된다고 해도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사도 많다. 페이닥터 시장에서는 전문의 메리트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의전원 출신 피부과 의사 김모 씨는 “학자금 대출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의전원 다니면서 진 빚이 수억 원이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인데,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따려면 월 300만 원 받고 4년을 보내야 한다. 요즘 대학병원 의사들도 연봉이 1억 초반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에는 교수들도 영업 압박에 시달려 탈(脫)대학병원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요즘 병원은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될 뿐, 전문의 자격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전원 명맥 계속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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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의전원 출신 일반의 수가 늘면서 의료 시장 인건비가 떨어지고 있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의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싼값에 일하는 의사들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자신을 가정의학과 일반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소규모 병원들이 의전원 출신 일반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연봉을 제안해 의료 시장 전체 가격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의전원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째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탓에 현재 의전원은 사실상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2005년 가천의대, 제주대, 건국대, 차의과학대, 동국대가 첫 신입생을 받은 뒤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27개 대학이 의전원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 의전원으로 남아 있는 곳은 겨우 5곳에 불과하다. 그중 동국대와 제주대는 각각 2020년과 2021학년도부터 의전원을 폐지하고 의예과 신입생만 뽑는다. 강원대도 이르면 2021학년도부터 의예과 신입생을 뽑겠다는 계획을 갖고 의전원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의전원 체제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대학은 건국대와 차의과대 2곳뿐이다. 강원대까지 의대 전환이 확정되면 2021학년도 기준 의전원 모집 정원은 80명으로, 1687명에 달했던 2011학년도에 비해 모집 정원이 무려 95%나 감소할 전망이다. 

일부 의전원 출신 의사들은 자신의 의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회의감을 토로한다.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일반의 권모 씨는 어느 날 한 환자로부터 “의전원 출신 일반의의 술기 수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당신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술이나 수술은 못 하지 않느냐. 그러니 진료비 좀 깎아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권씨는 “환자가 어느 과를 전공했느냐고 물어보면 난감하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의전원 출신 의사와 의대 출신 의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도 돌아다닌다”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형외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만큼 지금이라도 다시 전공의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의전원 출신 의사 대부분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취재 중에 접촉한 복수의 의전원 출신 일반의들은 “환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잘나가는 의사도 있고, 일반 병원에서 퇴짜 맞아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의전원 출신 일반의도 있다”며 “결국 실력 있는 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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