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우수 체육도시 선정, 집중지원으로 국민생활체육시대 연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0-04-02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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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과학 연구기지 ‘체육과학연구원’ 확대 개편
    • 성과중심 인사정책,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철밥통’ 타파
    • 기초생활수급자 등 체육 소외계층 지원 강화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우승자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이상화의 공통점은 뭘까. 그동안 아시아인에게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던 스피드스케이팅 장단거리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했다는 점 외에도 이들에겐 특별한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일찌감치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체육공단)의 ‘국가대표 후보 선수’로 뽑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았다는 점. 이승훈은 2001~04년, 모태범은 2004~05년, 이상화는 2001~03년까지 각각 지원금을 받으며 스케이트를 탔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국가대표 마크를 단 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제부터는 체육공단의 경기력 향상 연구기금(체육연금) 수혜대상이다. 이들은 앞으로 매달 100만원씩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는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종합 5위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6위)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고, 총 메달 수(14개)도 2006년 토리노 대회(11개)보다 3개가 많은 역대 최다다. 하지만 국민을 흥분시킨 건 단순한 메달 숫자가 아니다. 금메달 수 6개는 이미 토리노 올림픽에서도 획득한 적이 있다. 그때와 달라진 건 내용이다. 당시엔 6개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으나 이번엔 쇼트트랙(2개)과 스피드스케이팅(3개), 피겨스케이팅(1개)이 골고루 세계 정상에 올랐다.

    체육공단은 이 같은 ‘빙상 강국 대한민국’을 일군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세계 정상급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던 스피드스케이팅 등 비인기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 잉여금 3820억원을 기반으로 1989년 출범한 체육공단은 지난해까지 총 2조6024억원의 체육진흥기금을 운영하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 중 국가대표 후보 선수 지원 등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쓴 금액이 7419억원에 달한다. 출범 당시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난 체육진흥기금은 체육공단이 운영하는 경륜과 경정, 스포츠 토토 사업 수익금 등을 통해 마련했다. 김주훈(67) 체육공단 이사장은 “자체 사업을 통해 만든 공공재정을 기반으로 선수 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기관이 바로 체육공단”이라고 소개했다.

    밴쿠버 선전의 1등 공신

    ▼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관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기쁘고 자랑스럽지요. 특히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건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메달리스트들의 선전만 인상 깊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여 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규혁 선수의 열정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봅슬레이 선수들의 투혼에 큰 감동을 받았지요. 지난 4년 동안 피땀 어린 훈련을 거듭하고, 머나먼 밴쿠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준 모든 국가대표 선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태권도 9단으로 조선대 체육학과 교수를 거쳐 총장을 역임한 김 이사장은 “나 자신이 체육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8년 7월 체육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도 선수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지원이었다.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체육공단은 지난해 전국 125개 초등학교에 800만원씩 총 10억원을 지원했다. 12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09 초등학교 체육활성화 지원사업 지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김주훈 이사장(앞줄 가운데).

    ▼ 취임 후 바로 체육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을 찾은 점이 화제가 됐는데요.

    “체육학을 연구하면서 체육이야말로 정밀한 과학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스포츠과학입니다. 이러한 과학과 선수의 노력, 정신력이 결합돼야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체육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체육 분야 연구소입니다. 이곳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우리 체육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체육인들에게 ‘하면 된다’며 정신력만 강조하고 구태의연한 훈련방식을 거듭하던 시기는 이제 지났어요.”

    ▼ 체육과학연구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우선 박사급 연구 인력을 대폭 충원했습니다. 2007년 당시 30명이던 연구원이 현재는 36명으로 20% 늘었지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공공기관이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과학이 발전해야 우리나라 전문 체육이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밀어붙였지요. 연구 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학술지 논문게재 건수 목표를 전년 실적과 비교해 42% 높게 설정하고, 외국학술지 논문게재 실적의 평가 가중치도 두 배로 높였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밴쿠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고른 성적 향상을 보인 것은 연구원의 치밀한 분석과 기술처방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행 타파로 이룬 경영 효율화

    반면 다른 분야에서는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에 앞장섰다. 이사장 취임 일성으로 “신(神)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벗겠다”고 선언한 그는 ‘저비용·고효율 조직문화 완성, 철저한 사후평가시스템 도입’을 세부 목표로 내세웠다. 사실 체육공단은 우리나라 체육 발전에 큰 기여를 하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실적평가에서도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방만한 경영 문화를 바꾸기 위해 김 이사장이 처음 한 일은 조직과 인력 구조 개편. 경륜사업과 경정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체육공단이 운영하는 숙박시설 올림픽파크텔 운영본부와 스포츠레저 운영본부를 통합해 조직의 16.7%를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인원도 12.3%가 줄어들었다.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 인건비를 감축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동 연봉제를 도입해 연공서열 대신 업무 성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게 했다. 김 이사장은 “일련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2008년 경영실적평가에서 우리 공단이 드디어 중위권으로 도약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명예퇴직을 두 차례에 걸쳐 단행했습니다. 경주시설보호관리 업무를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기도 했고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사실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면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실적이 나쁜 팀장은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등 파격 인사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성과 중심의 인사정책이지요. 우리 공단에서 팀장 이상의 보직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좋은 성과를 내야 합니다. 현재 체육공단에는 간부직에 해당하는 1~3급이면서도 일반 평직원으로 일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이들을 보며 팀장 자리에 있는 분들은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요. 평직원으로 강등된 분들은 절치부심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요. 이 두 그룹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체육공단과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 직원들의 반발은 없습니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공단의 경영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직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의 개혁 방침에 잘 따라주고 있어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사장실 문을 늘 열어놓고 직원들과 만납니다. 구조조정을 할 때도 필요성과 공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의를 위해 고통을 기꺼이 감수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이지요.”

    Enjoy Sports, We Support

    이런 노력을 통해 차곡차곡 늘린 공단 재산은 어디에 쓸까. 김 이사장은 “생활체육 진흥을 위해 곳간을 활짝 열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국민의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이나 헬스클럽 등에서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국민체력 수준은 아직 생활체육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칩니다. 지난 1월 문화부에서 발표한 ‘2009 국민체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에 비해 20~30대 청년층의 비만율은 높아지고 체력 수준은 떨어졌어요.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인 셈이죠.”

    생활체육 활성화는 엘리트 체육 육성 못지않게 중요한 체육공단의 임무다. 김 이사장은 “국민들이 어려움 없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국 방방곡곡에 체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키 182㎝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씩 태권도를 수련하는 체육인.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한 뒤 한 번도 훈련을 거른 날이 없다고 한다. 김 이사장을 만난 날은 마침 그가 맹장수술을 한 뒤 불과 사흘이 지난 때였는데, 그는 “오늘도 배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을 하고 나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소 하던 스트레칭, 요가, 태권도 품새, 발차기 중에서 발차기만 안 했지요. 제가 운동을 매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탄탄한 근육과 강인한 정신력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저는 체험적으로 알고 있어요.”

    2009년 체육공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새로운 비전은 ‘Enjoy Sports, We Support’. 국민들이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우선 현재 국민 1인당 2.38㎡에 불과한 생활체육시설 면적을 적정수준인 5.7㎡까지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이 문을 열면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있습니까.

    “전국 234개 시·군·구에 최신 공공체육시설인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고 있지요. 체육공단이 일정액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예산을 보태는 방식인데, 이 사업을 통해 2009년까지 전국 138개 지자체에 국민체육센터를 지었어요. 올해도 새로 20개의 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전국 초·중·고교에 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설치하고, 체육관을 건립해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함께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어요.”

    ▼ 자전거 문화 확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자전거는 뛰어난 교통수단이면서 동시에 좋은 운동수단입니다. 게다가 아무 공해도 발생시키지 않고요. 우리 공단에서는 경륜 인프라를 활용한 자전거 강습교실, 소외계층 자전거 증정, 무료 자전거 대여 등의 사업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자전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년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전거 동호인들이 함께 전국을 질주하는 국제자전거대회 ‘뚜르 드 코리아’도 개최하고요. 앞으로 이 대회를 ‘뚜르 드 프랑스’ 못지않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켜 전국적인 자전거 붐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정비돼 자전거 하이킹을 통한 전국일주가 가능해지면 이러한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행복한 ‘체육특별시’

    김 이사장은 “하지만 공단의 힘만으로 전국적인 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의 노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활체육 분야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지방 정부를 변화시키기 위해 체육공단은 요즘 ‘우수체육도시’ 선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체육도시 선정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김 이사장이 마련한 비장의 카드. 골자는 전국 지자체의 체육시설 인프라, 생활체육 동호회 회원 수, 자전거 대중교통이용률 등 체육 관련 현황을 평가해 경쟁력 있는 도시를 우수체육도시로 선정해 시상하고 국민체육기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체육과학연구원 송명규 박사팀이 연구계획서를 발표하고 평가 항목과 인센티브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 우수체육도시 선정 사업이 진행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요.

    “생활체육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자체에 더 많은 지원이 집중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 사이에 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벌어져 우리나라의 체육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 걸음 나아가 지자체의 필요에 맞는 지원도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체육공단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수체육도시 선정을 위해 지역을 조사하면 해당 도시의 생활체육 환경을 파악할 수 있고, 주민들이 원하는 스포츠 시설, 지역의 체육활동 규모에 맞는 지원 수준 등을 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같은 맞춤형 지원을 통해 전국의 체육 환경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겠지요.”

    김 이사장은 빠르면 내년부터 우수체육도시 선정 작업을 시작해 현재 34.2%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선진국 수준인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위한 스포츠 바우처 사업, 장애인 체육 지원 등을 확대하겠다고도 하셨죠.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한 저소득층에게 체육활동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관리로 인한 의료비 절감, 활기찬 기분 함양 등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서 지난해 3월부터 운동이 꼭 필요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구의 만 7~19세 유소년 및 청소년에게 ‘스포츠 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죠. 매월 스포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주고, 스포츠 용품 구입비도 지원하는 겁니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경영난을 겪는 동네 태권도장 같은 곳도 수강생을 더 유치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또 다른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체육공단은 이외에도 어르신 생활체육활동 지원, 소외계층 운동용품 보내기 사업 등을 통해 여러 분야의 체육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건설되는 장애인종합훈련원 공사와 일반인과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어울림생활체육대회’ 등에도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한다. 특히 장애인 체육활동에 대한 지원액은 기금 지원을 시작한 2006년 70억원에서 2010년 22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체육 문화 바꾸는 ‘공공 사행산업’

    체육공단이 벌이는 이런 사업의 재원은 널리 알려졌듯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사업.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사행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은 게 현실이다.

    ▼ 공기업이 돈벌이에 급급해 도박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죠.

    “그런 문제제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박’이라는 단어에 얽매여 경륜, 경정의 본모습을 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경륜장이라고 하면 자욱한 담배연기와 초라한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시죠. 하지만 지금 광명스피돔에 한번 가보세요.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이 구비돼 있고, 가족북카페, 스피돔갤러리 같은 문화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을 위한 레저 문화 시설로 탈바꿈했어요.”

    김 이사장은 체육공단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1인 구매한도를 넘겨 경주권을 판매한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매한도를 위반해 경주권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기업의 경우 경주권을 많이 판매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편법을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공기업은 정부에서 정한 인건비 이상을 줄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굳이 경주권을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구매한도를 위반했다가 적발이라도 당하면 경륜, 경정 건전화를 위해 이제껏 체육공단이 기울여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장외지점 등 현장을 순회할 때마다 항상 구매한도 준수를 당부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믿으셔도 좋습니다.”

    ▼ 체육공단이 여러 구설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사업 종목을 바꾸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행심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아닙니까. 이런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공공영역에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출구를 만들어주지 않고 억압만 할 경우 사행산업은 블랙마켓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1920년 미국의 금주법이 밀주업자를 양산하며 실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건 공공 사행산업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해 건전한 레저로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스포츠 축제의 중심

    김 이사장은 “체육공단이 경륜, 경정 등을 통해 번 수익금을 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공공 사행산업의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스포츠 축제가 이어지는 올해는 체육공단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는 “지원이 부족해서 성적이 부진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최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국가대표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특별훈련을 지원할 겁니다. 양궁, 유도, 수영 등 13개 중점 종목을 대상으로 국외 특별훈련을 시행하고 외국인 코치도 초청합니다. 메달리스트에게 지급되는 체육연금 등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체육인복지 예산도 사상 최초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책정해뒀습니다.”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두 차례 겨울올림픽 유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평창에 체육공단은 각각 67억원과 80억원을 지원한 적이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위해 35억원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평창이 두 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내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평창의 노력에 우리 공단은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이 유치를 선언한 겨울올림픽이 88서울올림픽 30주년인 2018년에 개최된다는 점도 의미 깊습니다. 평창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해 30년 전 이 땅을 밝혔던 성화가 다시 타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체육공단은 충북 진천에 건설 중인 국가대표종합훈련장 공사도 지원하고 있다. 진천훈련장은 1966년 문을 연 태릉선수촌의 훈련, 숙박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공간으로, 수영·핸드볼·사격·조정·카누 등의 실내훈련시설과 소프트볼·럭비·야구용 다목적필드, 정구장, 클레이사격장 등 실외 훈련시설이 들어선다. 체력단련장, 선수교육회관, 지도자와 선수 숙소, 스포츠의과학실 등 지원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STEP Toward Vision 2012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스포츠산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스포츠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미래의 성장 동력인데,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관련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산업 관련 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융자해주고, 스포츠산업기술개발(R·D) 분야에는 올해만 70억원의 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 3월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국제스포츠레저박람회(SPOEX)를 열기도 했다. 스포츠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0.16%에서 2007년에는 2.58%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체육공단의 올해 경영목표는 ‘STEP Toward Vision 2012’. STEP은 각각 Support, Target, Efficiency, Premium Service의 약자다.

    “Support는 체육발전을 위한 지원을 뜻합니다. 올해는 공단 창립 이래 최대 지원액인 5300억원의 기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오는 10월 전남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을 차질 없이 개최하도록 지원하는 데 막대한 기금이 투입됩니다. 이렇게 많은 지원액을 감당하려면 기금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STEP 가운데 두 번째 단어 Target은 우리 공단의 매출목표액을 뜻합니다. 올해는 각종 사업을 통해 4조3114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fficiency는 지속적인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2010년 경영실적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Premium Service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체육공단의 의지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Vision 2012’에는 2012년까지 누적 체육진흥기금 지원액 4조원을 달성해 많은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그 결과로 정부의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그동안 체육공단의 업무는 기금을 모으고 관리하는 데 치중한 면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 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모든 사람이 체육을 즐기는 ‘건강하고 활기찬 스포츠 복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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