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자동차

전기차는 과연 친환경적인가

‘탈석탄발전 가속화해야 전기차도 친환경’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9-08-30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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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발유차 대비 온실가스 53%, 미세먼지 92.7% 배출

    • “공해 발생 장소를 발전소에서 전기차로 옮겨놓은 것뿐”

    • 국내 전기차 1년 만에 두배 성장 7만2814대(6월 말 현재)

    • 형평성 차원 전기차의 도로교통이용세 주장도

    # 직장인 A씨는 자신이 전기차(EV) 소유자임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평소에도 지구 환경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인 그는 배출가스가 없는 친환경차를 이용한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기차 구매를 독려한다. 친환경성뿐 아니라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큰 차이가 없는 점, 우월한 가속 성능, 저렴한 차량 유지비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도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는 전기차도 오염을 유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됐느냐에 따라 친환경 차량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충전했다면 생산과정에서 그만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내뿜었기 때문에 친환경성이 약해진다. 결국 우리나라 전력 생산체계에 따라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A씨는 전기차가 도로를 지배하는 세상을 앞당기려면 바로 이 아킬레스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환경차, 전체 등록차량의 1.7%

    주행시간 45분가량의 배터리 성능, 최고속도 280km/h의 경주용 전기차 ‘Gen2’. [뉴시스]

    주행시간 45분가량의 배터리 성능, 최고속도 280km/h의 경주용 전기차 ‘Gen2’. [뉴시스]

    친환경 자동차가 인기다. 그만큼 소비자의 환경 의식이 높아진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FCEV), 심지어 연비를 극도로 높인 내연기관 차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7만2814대로 1년 만에 2배 늘었다. 수소차는 2353대로 약 6.6배, 하이브리드차는 45만5288대로 약 1.3배 늘어났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우리나라 전체 등록차량 2344만4165대 가운데 약 1.7%에 이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친환경 트렌드 및 연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이에 맞춰 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자동차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7년 세계자원기구(WRI)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가운데 교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따라서 친환경차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들어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인식 그대로 전기차는 운행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자동차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친환경성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연료 산지에서부터 운행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전과정분석(LCA·Life Cycle Analysis 혹은 WTW·Well-to-Wheel Analysis)을 보면 전기차도 환경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TW는 연료 공급 단계(원유 추출, 원유 수입, 석유 정제, 국내 분배)와 자동차 운행 단계로 나뉘어 분석된다. 



    2015년 송한호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WTW를 통해 연료별,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초자료를 구축했는데,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km 이동 시 94g CO2-e(equivalent·환산), 하이브리드차 141g CO2-e, 경유차 189g CO2-e, 휘발유차 192g CO2-e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적용된 2014년 국내 발전 믹스(에너지원별 발전 비중)를 보면 석탄화력발전이 39%, 천연가스가 23%, 기타 9%였다. 

    2014년 발전 믹스와 대부분 비슷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1.5% 높아진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는 1km 주행 시 휘발유차의 53% 정도의 온실가스를 내뿜었다. 올해 1분기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38.5%, LNG 26.4%, 원자력발전 25.8%, 신재생에너지 7.5% 순이었다. 1년 전에 비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각각 6.9%포인트, 2%포인트씩 늘었고, 석탄과 LNG는 5.2%포인트, 3%포인트씩 줄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더 높아지겠지만 화석연료 발전이 높은 현재로선 “공해 발생 장소를 발전소에서 전기차로 옮겨놓은 것뿐”(김영창 전 아주대 교수)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전기차 대기오염물질 무배출 차량 아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특히 미세먼지(PM10)의 경우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92.7% 수준을 배출했다.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같이 브레이크 패드나 타이어 마모에 따라 비산먼지를 양산하며,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전기차가 간접 배출하는 것으로 감안해야 한다. 

    이에 송한호 교수팀과 협업했던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 측은 1월 2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과정(WTW) 중 국내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는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급정책(특히 구매보조금 제도)의 법적 근거인 대기환경보전법 제58조 제3항 제1호는 전기차를 ‘제1종 저공해자동차’, 즉 ‘무배출 차량’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차량 배기구를 통한 직접 배출만 고려하고, 전기차 충전용 전기 생산과정 등에서의 간접 배출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에경연은 더욱이 내연기관차 이용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교통·환경·에너지세 중 도로 인프라 재원 기여분(휘발유 182~207.4원/ℓ, 경유 129~147원/ℓ)을 내고 있는데, 전기차 이용자는 같은 도로를 이용하면서도 이를 면제받고 있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미시간 등 10개 주에서 연간 50~200달러에 이르는 전기차세(EV fee)를 부과하고 있다.

    ‘전기차 환경 영향 긍정적? 재고해야’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 따라 전기차의 오염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 2016년 미국 에너지부에서 연료와 각 주당 전기 생산 데이터를 이용해 전기차의 연간 이산화탄소(정확히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 배출량을 추정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발전 방식이 달라 친환경 에너지 발전이 주를 이루는 버몬트에서 전기차가 가장 적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원자력, 수력,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광과 같은 깨끗한 에너지가 대부분이고 오일과 가스는 전력 에너지원 가운데 1.2%에 불과한 곳이다. 이곳에선 전기차 1대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파운드 CO2-e 이하였다. 하지만 전력의 95.7%가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웨스트버지니아의 경우 같은 전기차가 4815파운드 CO2-e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휘발유차의 연평균 배출량은 1만1435파운드 CO2-e였다. 

    우종렬 MIT 박사, 안중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쓴 2017년 논문 ‘발전 믹스에 기초한 전기차의 온실가스 WTW 분석’에 따르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률이 높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온실가스 배출에 더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이들 나라에서 전기차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고 정책을 세웠다면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 대를 보급하고, 현재 7%대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대로 대폭 높일 계획이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만약 달성된다면 비로소 국내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질 듯하다. A씨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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