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인 항공기 중 대표적인 기종은 ‘프레데터’와 ‘리퍼’다. 프레데터는 리퍼의 전 모델로 최고 비행기록은 40.5시간이다. 1t이 안 되는 무게로 시속 130㎞까지 비행할 수 있다. 보스니아에 최초로 실전 투입됐던 기종도 이 프레데터였다. 말하자면 무인 항공기의 시조인 것이다. 프레데터는 기체의 전방에 센서포드가 장착되어 주야를 불문하고 지상을 감시할 수 있고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장착해 지상목표에 대해 폭탄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프레데터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서 지휘관이 전장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화질도 뛰어나 자동차 앞좌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지상에 있는 사람은 이 무인 항공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무인 항공기가 엄청난 고도의 상공에서 촬영하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아프간 상공을 배회하던 프레데터는 SEAL대원이 탄 헬기가 지상에 추락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당시 아나콘다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아프간 타쿠가 산에 투입되었던 SEAL 대원들이 탄 헬기는 탈레반의 RPG(견착로켓포) 공격을 받고 추락했다. 그때 생존자였던 닐 로버츠 대원은 탈레반에게 생포되어 처형당했다. 프레데터는 이 장면을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미군 병사가 탈레반에게 처형되는 장면은 미국 본토의 지휘관에게 생생하게 전송됐다. 이처럼 프레데터는 24시간 내내 아프간 곳곳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일어난 빈 라덴 사망 사건을 주도했던 미군 특수부대도 이 무인 항공기를 주축으로 작전을 벌였다. 그래서 무인 항공기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동안에도 빈 라덴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인 항공기는 그 외에도 도로 폭탄 매설을 감시하는 등 미군 첩보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무인 항공기는 생생한 정보를 미 본토로 전달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미군이 전쟁을 쉽고 편리하게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프레데터의 후속작 ‘리퍼’는 이 같은 무인 비행기의 최첨단 진화를 보여주었다. 전장 36피트(10.8m)에 날개 길이 66피트, 총중량 5t의 ‘리퍼’는 프레데터보다 5배나 무겁지만 두 배나 빨리 비행할 수 있으며 두 배 이상 높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프레데터가 겨우 2기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적재하는 데 비해 리퍼는 14기의 공대지 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다. 네바다 크리크 공군기지의 조 과셀라 공군대령은 “리퍼는 말 그대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공격용 전투기이며 게릴라전에 적합한 로봇”이라고 극찬했다.
무인 항공기는 실전배치의 전제 조건인 정밀타격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데이비드 뎁툴라 공군중장은 현재까지 프레데터가 아프간에서 발사한 미사일 600여 기 중 95%가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제 미군은 이 무인 항공기가 없으면 군사작전이 불가능한 상황에 와 있다. 2008년 필자는 이라크 바쿠바에서 미군의 알카에다 수색작전 중 가장 큰 규모의 작전에 참가했다. 대규모 군사작전인 만큼 3개 여단과 1개 사단이 동원됐다. 지상에서 모든 작전 준비가 끝나고 중무장을 한 채 작전 개시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데터와 리퍼
하지만 작전 개시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고, 필자와 작전에 참여하는 병사들은 더운 날씨에 활주로에 누워 하염없이 명령만 기다렸다. 그렇게 3일을 기다리다가 작전이 지연되는 이유를 지휘관에게 물어보자 지휘관은 “프레데터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새 이 프레데터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우리도 순번 대기 중이다. 프레데터 없이 작전은 불가능하므로 우리는 무조건 프레데터가 우리 작전에 출격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프레데터 없으면 알카에다 수색작전도 없다”라고 대답했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장에서 프레데터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프레데터가 출격하지 못하면 작전은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프레데터는 이라크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6년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알 자르카위를 사살한 작전의 최고 공신도 바로 이 프레데터였다. 프레데터는 이라크나 아프간의 게릴라전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실 그전에는 미국 공군에 이런 시대가 오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소련과 냉전을 치르던 시절 누가 더 성능 좋은 전투기를 만드느냐와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를 가지고 있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었다. 그 결과 미 공군이 전력질주해서 만들어낸 것이 F-22였다. 이 전투기는 대당 가격이 4억1200만달러(약 44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2005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정식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다. F-22가 절실히 필요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구 개발해 활주로를 박차고 비상할 때는 이미 소련과의 냉전이 끝난 뒤였다. 나라와 나라가 경쟁하는 전쟁의 시대에는 F-22 같은 전투기가 어울렸다면, 아프간에서와 같은 게릴라전 시대에는 값싸고 기동력과 정보전에 능한 무인 항공기가 더욱 적합했던 것이다. 지난 10년간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르며 막대한 전비를 지출한 미국 입장에서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의 등장은 그야말로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한 대 만드는 데 5억달러 이상 투입된 F35가 조종사가 탑승하는 마지막 전투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 무인 항공기와 F-22의 대결에서 무인 항공기의 손을 전적으로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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