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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정국이 북·미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여론은 낙관론보다 비관론 우세

  • 로스앤젤레스=안태형 미주민주참여포럼 사무국장·대변인(국제관계학 박사)

트럼프 탄핵 정국이 북·미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 ● 美 하원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착수
    ● 민주당 “헌법 위반”, 트럼프 “마녀사냥”
    ● 탄핵 이슈에 북·미협상 뒷전 밀려날 가능성
    ● 北, 궁지 몰린 트럼프 이용할 수도
[뉴시스]

[뉴시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노력’이 없었다면 열리기 어려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미국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관계를 어렵게 할 ‘상황’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트럼프의 관계개선 의지 약화, 전격적인 대북정책 방향 전환,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사임을 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는 이런 ‘상황’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북·미 핵협상의 중대한 국면에서 미국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 빠졌기 때문이다. 향후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크라이나 의혹’…탄핵 소용돌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뉴시스]

탄핵 조사는 미국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탄핵 조사를 촉발한 정치적 배경은 일명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내용은 이렇다. 올해 7월 25일 트럼프가 군사원조 중단을 무기로 미국 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가 뒷조사를 요구했다고 알려진 야당 유력 정치인은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과 아들 헌터. 

헌터는 2014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회사 브리스마홀딩스 이사가 됐다. 2016년 3월 현직에 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의 10억 달러(약 2조2070억 원) 보증 철회를 거론하며, 브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9월 중순 미국 언론들이 정보기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토대로 트럼프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사를 종용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통화 며칠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자 통화 녹취록 공개를 결정했다. 9월 25일 트럼프는 녹취록 공개 직후 뉴욕 유엔 총회 기자회견에서 “어쨌든 압력은 없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이라는 기존 견해를 반복했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군사원조 중단을 무기로 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미국 하원은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위반”이라며 공식 탄핵 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녹취록 그 자체가 ‘스모킹 건’”이라며 “만약 대통령 측근들이 이런 사건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일로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위험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핵 조사 전격 개시 민주당 속내

전문가들도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탄핵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미국 외교잡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트럼프 탄핵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직 수행과 자신의 부동산 사업 사이에서 수많은 이해충돌을 일으켰는데, 바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그 정점을 찍은 사례”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외교 문제를 국익이 아닌 사익(대통령선거 재선)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는 당연히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 여론, 탄핵 절차를 고려할 때 트럼프가 실제 탄핵당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하원의 과반수, 상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확률은 매우 높다. 과반인 218명만 찬성하면 된다. 현재 민주당 하원의원은 235명.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은 202명이다(9월 26일 현재). 나머지 33명 중 16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그러나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결의하더라도 탄핵을 최종 결정하는 곳은 상원이다. 3분의 2 이상이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하면 탄핵을 가결한다. 그런데 상원은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7석, 무소속 2석이다. 

관건은 탄핵 추진 과정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트럼프와 민주당 간 극단적 대립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을 끝낼 수도 있지만, 되레 민주당에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양측 모두 정치적 명운을 걸고 벼랑 끝 일전을 펼치게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 조사를 전격 개시한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지도력 공백)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고, 그로 인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보다는 트럼프가 겪을 정치적 ‘출혈’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큰 양보’ 하기엔 정치적 부담 커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이 10월 2일 동해상 수중에 설치된 시험발사용 바지선에서 발사돼 해수면 위로 솟구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이 10월 2일 동해상 수중에 설치된 시험발사용 바지선에서 발사돼 해수면 위로 솟구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탄핵 카드는 한반도와 북·미관계에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전망은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나뉜다. 워싱턴 정가가 탄핵 소용돌이에 휩쓸리면 북·미 실무협상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덕 밴도우 미국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외교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가 집권 초에는 임기 안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트럼프 임기 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미국 정치권이 탄핵 정국으로 급선회하면서 북·미 협상 등 대외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도 협상 판은 깨지 않겠다는 기조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이 더욱 엇나가는 형국이다. 북한은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결국 결렬시켰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과 회담을 끝낸 뒤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미국이 협상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연말까지 더 숙고해볼 것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워싱턴앤드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는 이인엽 교수는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트럼프가 싱가포르 북·미 합의 때처럼 북한과의 협상에서 또다시 ‘큰 양보’를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또다시 양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협상 결렬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의회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북한에 ‘성급한 양보’를 했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바 있다. 올해 6월 11일 워싱턴에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주최로 열린 개성공단 설명회에서 몇몇 의원은 개성공단의 정치적 상징성과 재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문제가 ‘제재와 연계된 대북 거래’라는 포괄적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3차 정상회담으로 외교 치적 부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10월 2일 북한이 SLBM 시험발사를 단행하자 미국 의회에서 강경론이 또다시 대두하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은 10월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미국인들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썼다. 그는 “지금까지 구체적 비핵화 시도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하찮은 독재자와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어떤 노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릭 스콧 의원도 이날 미국 뉴스 프로그램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살인적인 폭군’인 김정은과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북·미협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 이를 외교적 치적으로 부각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면, 탄핵 정국이 한반도 정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내 한인 민간공공외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는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를 돌파구로 삼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고, 북한 또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화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북한의 태도다.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트럼프와의 협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최대 관건이다.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북한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북한은 1994년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맺은 제네바 합의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으로 2002년 결국 무효화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대북협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을 근거로 북한의 적극적 협상 참여 가능성을 점친다. 또 트럼프가 어느 때보다 외교 성과가 절실하다는 점을 간파한 북한이 자신에 유리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적극 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北, 트럼프 ‘협상의 기술’ 역으로 이용?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뉴스1]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뉴스1]

트럼프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미국 언론인 마크 포럽캔스키(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국제 에디터)는 미국 비영리 언론이자 온라인 매체 ‘민포스트’ 9월 30일자 기사에서 “김정은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트럼프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을 역으로 이용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탄핵 정국이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 탄핵 조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트럼프에 대한 북한의 태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미국 내 여론이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탄핵 정국이 북·미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안태형
● 1968년생
● 서울대 서양사학과 학·석사, 플로리다국제대학교(FIU) 국제관계학 석·박사
● 前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前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 現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사무국장 및 대변인
● 논문 : ‘위기의 정치 : 대통령, 의회, 미국의 대북정책’ 外




신동아 2019년 11월호

로스앤젤레스=안태형 미주민주참여포럼 사무국장·대변인(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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