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모(毛) 난 사람 되고 싶은가, 꾸준하게 약 먹어라!

탈모로 우는 젊은 아빠들을 위한 제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04-19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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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毛) 난 사람 되고 싶은가, 꾸준하게 약 먹어라!
    “아빠 이제 학교 오지마!”

    기자는 올 3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이의 학부모회의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전학 때문에 잔뜩 주눅이 든 아이가 친구들의 아빠들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아빠가 창피스러웠던 것. 원인은 한껏 위로 올라간 앞이마와 몇 올 남지 않은 윗머리 때문이었다. 얼굴에는 검버섯 같은 여드름 흉터까지 있으니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할아버지랑 왔느냐는 놀림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평균 탈모 발병 시기 31.6세

    기자는 단 몇 달 사이에 몸무게 24㎏을 한꺼번에 빼면서 머리가 시쳇말로 하루에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친한 피부과 원장은 “무리한 다이어트와 휴지기 탈모가 겹쳤는데 유전성 탈모이기 때문에 약 처방을 받지 않고서는 치료가 어렵다”며 치료를 권했다. 6개월간 꾸준히 약을 먹어보고 효과가 없으면 그때 모발이식을 하자고 권했다.

    남성의 초혼 연령이 지난 10년 동안 27.9세에서 31.8세로 네 살 가까이 늦춰지는 만혼 추세가 계속되면서,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로 고민하는 늦둥이 아빠 수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진료기록에 의하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미성년 자녀를 둔 아버지 세대인 30~50대 남성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져 7년 사이 1.7배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버지모임, 아버지교실과 같이 아버지들이 학교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기자처럼 탈모치료를 받는 남성이 많은 실정이다.



    국내의 잠재적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대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잠재적 탈모환자라는 말이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탈모 환자는 24.8%나 증가했다. 남성 환자의 평균 탈모 발병 시기 또한 2006년 34.1세에서 2010년 31.6세로 4년간 2.5세 낮아졌다.

    탈모는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질환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사회가 탈모인에게 가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실로 막대하다. 2010년 한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가 회원 1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탈모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탈모환자가 91.1%에 달했고, 48.9%는 대인기피증을, 34.1%는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모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남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탈모 관련 치료 시장 역시 해마다 20~30%씩 성장해 현재 2조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잘못된 속설과 정보가 난무해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탈모 치료법을 시도하다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탈모는 치료 가능 질환

    모(毛) 난 사람 되고 싶은가, 꾸준하게 약 먹어라!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의 허가를 받은 경구용 치료제인 프로페시아

    특히 기자처럼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머리숱이 줄어드는 탈모는 대부분 유전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남성형 탈모다. 젊은 아빠들을 고민에 빠뜨리는 이 유전성 탈모의 원인은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변화되어 생성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밝혀졌다. 이 호르몬은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모낭을 위축시켜 굵고 튼튼한 성모의 수를 감소시킴으로써 탈모를 일으킨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의 증가, 서구식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남성형 탈모 환자의 발병 연령이 빨라지는 추세. 따라서 DHT의 발생만 줄일 수 있다면 탈모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사계절 내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계절이나 다이어트의 영향을 받아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기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특히 해가 길어져 일조량이 많고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기 쉽고, 건조해진 날씨와 함께 황사가 찾아오는 봄철은 탈모 관리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꾸준함이 성패 가른다

    탈모는 유전적 질환이긴 하지만 의학적 치료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탈모 초기에는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데, 약물 치료로는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의 허가를 받은 경구용 치료제인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약)가 대표적이다. 프로페시아는 DHT 농도를 낮추므로 하루 한 알씩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할 경우 탈모의 진행이 억제되고 발모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실제 5년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대상자 중 90%가 탈모 진행이 멈췄고, 그중 70%가 새로운 모발이 자라나는 효과를 보았다.

    여기에서 탈모 탈피의 성패는 약을 얼마나 제대로 먹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한 알씩이지만 ‘6개월 이상 꾸준히’ 먹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바르는 약의 끈적거림을 고려하면 하루 한 알 먹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 꾸준함이 결국 6개월 후 웃는 자와 우는 자를 결정지을 것이다.

    모(毛) 난 사람 되고 싶은가, 꾸준하게 약 먹어라!
    초기에 탈모 치료시기를 놓쳐 대부분의 머리가 빠진 중기 이상의 환자라면 모발이식으로 탈모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모발이식은 탈모가 잘 일어나지 않는 후두부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식 후 3~6개월 정도 지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번 이식한 모발 부위는 다시 대머리가 될 염려가 없지만,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다른 부위에서는 탈모가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탈모 진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후즈후 피부과 오세웅 원장은 “최근 자녀를 위해 탈모 치료를 결심한 늦둥이 아빠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탈모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탈모가 의심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와 정확한 진단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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