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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혹한에도 산책 원해

맘껏 햇볕 쐬고 냄새 맡아야 행복

  •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 전문가 drm.seol@gmail.com

혹한에도 산책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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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채현 수의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수의사 겸 동물행동 전문가다. 건국대 수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UC데이비스와 미네소타대에서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했다. 동물 훈련사 양성기관으로 유명한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자격도 갖고 있다. 

    ‘신동아’는 그동안 많은 문제견을 진단하고 치료해온 그의 칼럼을 2018년 2월호부터 연재한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좋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참 야속하다. 추위가 이어지면서 반려견 보호자들이 하나같이 물어보는 게 하나 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산책을 해야 할까요?” 

내 대답은 한결같다. 

“네, 정말 너무너무 춥지 않다면 반려견과 산책하시는 게 좋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반려견 보호자가 산책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최근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하면서 ‘1일 1산책’이 강조되는 등 산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그 많던 강아지가 거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오죽하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궁금증 TOP 10’ 가운데 ‘겨울만 되면 한국의 반려견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포함돼 있다 한다. 달리 말하면 외국에서는 한겨울에도 반려견과 보호자가 산책을 쉬지 않는다는 얘기다.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다

그럼 이렇게 추워도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행동학 전문가인 수의사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다”이다. 우리나라 반려견은 너무 일이 없다. 피곤하지도 않다.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사람의 경우를 보자. 일을 잠시 쉴 때는 괜찮지만 오랫동안 쉬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해진다. 개도 마찬가지다. 

개는 사람과 살기 전에는 사람이 사는 주변을 돌면서 동료들과 놀이하고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살던 동물이었다. 그러다 개중 불안감이 적고 사람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개체들이 사람과 어울려 살게 됐다. 사람도 당시엔 개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를 키웠다. 당시 개들은 다른 야생동물로부터 사람을 지키거나, 사냥할 때 도움을 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즉 오랜 기간 개에게는 항상 자신만의 일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개의 전체 역사에서 정말 짧은 기간에 불과한 반려동물로서의 삶이 시작되면서 개는 일을 잃고 넘치는 에너지를 어쩌지 못하게 됐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각종 문제 행동의 원인이 된다. 반려견 산책이 필요한 한 가지 이유다. 

사실 첫 번째 이유는 납득하기 좀 쉽다. 이번에는 산책의 이유 중 듣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는 강아지의 후각이 매우 뛰어난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00만 배에서 최고 1억 배 정도까지 더 발달해 있다. 후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강아지는 물체의 냄새를 성분별로 하나하나 분리해 맡는 능력이 있으며 이에 따라 세상을 냄새로 판단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반면, 사람은 주로 시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귀엽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일부러 그런 것을 보러 찾아다닌다. 개의 경우 사람의 시각 같은 것이 후각이라는 얘기다. 반려견은 후각으로 세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냄새가 강아지의 기분과 정신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반려견을 위한 ‘nose work’, 즉 후각 훈련을 위한 각종 장난감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어떤 nose work 장난감도 산책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어떤 반려견 훈련사는 “산책할 때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면 공격성이 커질 수 있다”며 “냄새를 맡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이것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 지금까지 어떤 동물행동학 관련 논문에서도 산책 시 냄새 맡기와 공격성 증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집 개를 산책시킬 때도 나는 냄새를 최대한 많이 맡게 하며 그 기쁨을 즐기게 해주고 있다.

햇볕이 선물하는 세로토닌 합성 효과

사람이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리듯 개도 치매에 걸린다.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계속해서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어르신들께 화투놀이를 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개의 경우 뇌에 가장 큰 자극을 주는 게 후각이다. 그래서 나는 심지어 다리가 불편한 노령견도 개모차(강아지 유모차)에 태워 ‘콧바람’을 쐬게 해주라고 보호자에게 말한다. 

겨울에도 반려견과 산책을 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뇌의 호르몬 분비 현상 때문이다. 사람의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선 들어본 이가 많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몸이 무거워지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가을을 탄다’고 하는 이런 증상은 햇빛과 관련이 있다. 우리 뇌에는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감정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이라고도 불리며 많은 신경물질의 지휘자 구실을 한다. 세로토닌이 저하되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은 햇빛을 받아야 합성된다. 가을이 되면서 일조량이 점점 줄어들면 가뜩이나 사무실에서 생활하느라 해를 잘 보지 못하는 현대인의 세로토닌 합성이 더욱 저하되고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다. 

스스로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사람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불쌍한 우리 반려견 역시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불안 문제 및 공격성을 보이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강아지에 비해 세로토닌 농도가 낮았다. 겨울이 되면서 춥다는 이유로 밖에 나가지 않아 햇볕을 쬐지 못한 강아지는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지고, 그로 인해 우울 불안 예민 등으로 인한 각종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병원에서 보면 평소 별로 예민하지 않던 강아지들이 겨울에 문제 행동을 보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산책만으로 반려견의 모든 문제 행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산책은 반려견의 행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겨울에도 꼭 해야 하는 것이다! 겨울에는 특히 저녁보다는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낮에 산책할 것을 추천한다.

발바닥에 묻은 염화칼슘은 충분히 닦아내야

그렇다면 겨울철 산책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염화칼슘 같은 제설제를 주의해야 한다. 염화칼슘은 수분을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눈밭을 산책하면 강아지 발바닥에 물이 묻는데 이것이 염화칼슘을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강아지들의 발바닥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산책 후 반드시 잘 닦아주어야 한다. 산책 후에 강아지 발바닥에 묻은 염화칼슘을 잘 닦아주지 않으면 강아지들이 발바닥을 핥다가 염화칼슘을 먹게 될 수 있다. 염화칼슘을 먹으면 구토 등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강아지 신발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제품 중 상당수는 강아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 강아지의 보행법과 발의 해부학적 모양이 사람과 다른 데도 대부분 사람 신발과 아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강아지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것에 적응되지 않으면 자신의 몸에 무엇인가 걸쳐지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들도 처음 옷을 입힐 때면 싫어하지 않나. 게다가 강아지의 앞발은 매우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어 신발을 신기면 아주 어색해한다. 겨울 산책 시 염화칼슘이 뿌려진 곳을 지나야 한다면 강아지가 거부하지 않을 경우 신발을 신기고, 아니면 산책 후 발을 충분히 닦아주기를 조언한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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