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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고참 소방관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

“쉽게 해줄 수 있는 소방검사, 돈 먹어야 해주는 풍토 사라져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최고참 소방관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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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 소방관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
‘분노의 역류(Backdraft)’가 아니더라도 소방관 세계를 다룬 영화는 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평범할 때가 더 많지만.

이기환(55) 소방방재청 차장(소방정감)은 현역 소방관 중 최고참이다. 1977년부터 근무했으니 올해로 34년째. 백발의 그는 중후하고 온화한 인상을 풍겼다. “사진보다 실물 인상이 한결 부드럽다”고 덕담을 건네자 “고맙다”며 웃는다. 연두색 넥타이와 백발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소방방재청은 3월6일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 ‘화재와의 전쟁’은 뭔가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시도소방본부장과 일선 소방서장 등 220명이 청사별관에 모여 워크숍을 했습니다. 소방정책을 바꿔 후진국형 화재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오전엔 사회저명인사의 강연을 듣고, 오후엔 발표 겸 토론회를 가졌지요. 마지막에 화재저감(低減)을 위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 저감 정책의 핵심은?



“지난해 12월4일 부산에서 발생한 실내사격장 화재처럼 다중이용업소 화재는 대부분 인명피해가 따릅니다. 그런 후진국형 화재는 관련자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입니다.”

▼ 관련자들에게 돌려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요.

“소방검사를, 영업주를 비롯한 관계인들에게 돌려주자는 거죠. 그들이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말입니다. 또 하나는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의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중이용업소는 의무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은 감소 추세

최고참 소방관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

노원소방서 종합상황실.

소방방재청은 2004년 6월 출범했다. 이 차장은 “1990년대부터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한 게 출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가 무너져 승객 32명이 죽고 17명이 부상했다. 이듬해 4월엔 대구 상인동 지하철공사장에서 일어난 대형 가스폭발사건으로 101명이 죽고 145명이 다쳤다. 그해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이후 재난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1995년 소방업무를 관장하던 내무부 민방위본부가 민방위재난통제본부로 바뀌면서 소방관의 업무영역이 넓어졌습니다. 2003년 대구 중앙로 지하철방화사건이 일어난 후 국가재난관리개선기획단이 설치됐습니다. 그 후 소방방재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지요. 소방방재청은 한마디로 국가의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정책기관이자 집행기관입니다.”

2009년에 발생한 화재는 총 4만7318건으로, 409명이 죽었고 2032명이 부상했다. 재산 피해액은 2518억5300만원. 화재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하면 부주의에 따른 실화가 가장 많고(2만2763건), 전기 관련이 1만786건이다. 방화는 756건이고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2605건이다. 하루 평균 화재발생건수는 129.6건. 그에 따른 인명피해는 6.7명, 재산손실액은 6억9000만원이다. 이는 2008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화재발생건수는 4.7%, 인명피해는 10.1%, 재산피해는 34.3% 줄었다.

화재 발생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줄었다. 화재가 감소하는 이유로 이 차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건물 현대화와 화재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

소방방재활동은 화재, 구조, 구급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화재는 줄었지만 구조와 구급은 증가 추세다. 구조의 경우 출동건수로 보면 2008년에 비해 2009년이 31.1% 늘었고(36만1483건), 처리건수는 41.1% 증가했다(25만7766건). 구조인원도 9만349명으로 6.8% 늘었다. 구급의 경우 1일 평균 이송인원이 9.3% 늘었고(3944명), 구급차 1대당 평균 이송인원도 11.6% 증가했다(1122명). 구조와 구급건수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이 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건물 붕괴시 피해자 구출과 같은 순수 구조활동이 아니라 생활안전사고에 따른 구조활동이 증가한 것이 주 원인입니다. 벌집 제거나 교통사고 구조가 많죠. 전체 소방업무를 분석해보면 구급이 40%, 화재가 25%, 구조가 15%를 차지하는데, 나머지 20%가 생활안전사고에 따른 구조입니다. 그걸 포함시키면 구조가 35%로 늘어나죠. 진정한 구조라고 할 순 없지만 현 체제에서는 신고가 들어오면 안 들어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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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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