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해외입양 중단운동 펼치는 국외입양인연대 대표 킴 스토커

  • 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10-06-04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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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입양 중단운동 펼치는 국외입양인연대 대표 킴 스토커
    한국은 어린이 해외 입양 분야에서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 국가다. 2009년 한 해에만 1125명의 어린이가 우리나라를 떠났다. 킴 스토커(Kim Stoker·38)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해외 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1972년 생후 3주 만에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다. 훌륭한 부모님 아래서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영어 잘하는 한국인’ 취급을 받으며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199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국 땅을 밟은 건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걸 보며 ‘내가 태어난 곳이 바로 여기구나’ 실감했지요.”

    하지만 ‘한국말 못 하는 한국인’의 삶도 편한 건 아니었다. 한국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을수록 점점 더 많은 장애물을 만났다. 결국 그는 1년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와이대학 아시아학과에 진학해 ‘모국어’인 영어로 ‘한국의 여성문화’를 연구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가 택한 곳은 다시 한국. 지금 스토커씨는 덕성여대 교양학부에서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기초적인 한국어는 가능하지만, 가장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말은 여전히 영어이기 때문이다.

    “입양인은 한국·미국 어디에도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한국이 어린이들을 키울 수 없는 나라라면 이 정도의 문제쯤은 감수해야겠지요. 하지만 지금 한국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잖아요. 자국의 시민을 돌볼 능력이 있고, 돌봐야만 합니다.”

    스토커씨가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을 비판하는 이유는 외국으로 보내지는 아이 대다수가 미혼모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해외입양아 10명 중 9명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스토커씨는 이를 근거로 “한국은 사회복지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도로 발전된 해외 입양 산업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국외입양인연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입양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최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미스맘마미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국회아동청소년미래포럼 등과 함께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섰다. 해외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해 짧게는 해외 입양이 ‘최후의 선택’이 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예 중단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한국의 미혼모가 주위의 눈총이나 경제적 어려움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 마련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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