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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쿨’ 보수 자처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대기업 상생? 흉내만 내는 거지, 아직 멀었다”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쿨’ 보수 자처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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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동안 공적연기금의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까?

“우리나라 주주들이 얼마나 권리가 있는 건지 잘 모르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홍보가 잘 안돼 있었던 거지요. 이 문제를 제기한 뒤 언젠가 광화문의 한 ‘부대찌개’ 식당에 갔는데요. 그곳 주인아주머니가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강제로 국민연금 내라고 해서 내고 있다.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으니 그런 권한이 있으면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대기업의 힘이 워낙 세니까 주주권을 감히 행사하지 못한 거죠. 2008년에도 주주권 행사 방안이 논의됐는데 관치논란 때문에 진행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안이 나온 겁니다. 국민의 70%가 지지하는 사안이고,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가 달린 것이니까 꼭 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핵심이고, 법에 규정돼 있는데, 못할 이유가 없죠.”

기업들의 불안감

기업들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한상의의 최근 기업 대상 여론조사에서 65.5%가 반대의견을 냈고, 34.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에서는 경영권 간섭이라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연간 주주총회 1회, 월례 이사회 등에서 발언하고, 약간의 감시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장기투자를 강조할 겁니다. 경영권을 간섭할 권한도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시어머니 하나 더 생기니 귀찮을 수는 있겠죠.”

▼ 왜 지금 상황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는지요?

“자본주의는 항상 진화해왔어요. 국내외에서 이병철 정주영 카네기 록펠러 같은 창업자가 경제를 이끌던 때가 있었습니다. 창업자 자본주의 시대죠. 그 이후는 전문경영인 자본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폐단이 나타났어요. 특히 정부보다 더한 관료주의로 빠졌어요. 그래서 1970년대 경제학 교과서에 경영자 재량가설, 참호가설이라는 게 등장합니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자신의 직위 보호 및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만 매달린다는 겁니다. 요즘 그런 전문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당해에 보너스 많이 받고 효용 극대화에만 집착하려 합니다. 다음 시대가 펀드자본주의입니다. 펀드는 기업을 감시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려 합니다. 펀드는 혈액 같은 역할을 해서 경영을 투명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어요. 특정한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면 활력소도 되고, 견제와 감시를 통해 투명을 강조하게 됩니다. 이것이 선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펀드자본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 경영자 자본주의의 이점도 있는 것 아닌가요?

“경영자 자본주의는 효율성 개선에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창업자를 도와주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부적합해요. 장기적인 전망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고요.”

▼ 산업생태계가 뭐죠?

“이제는 실리콘밸리와 대한민국 생태계가 경쟁하는 시대이지, 개별 기업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앱 개발, 콘텐츠, 오퍼레이팅 시스템 등 산업 생태계간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진화된 자본주의에 빨리 따라가는 쪽은 계속 앞서갈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과점화돼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이 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습니다. 연기금 주주권이 그런 것을 촉발하는 데 제일 효율적이에요. 연기금은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니까요.”

기업이 더 세다

▼ 미국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 따르면 이미 2000년에 전세계적으로 100대 경제체(economic entities) 가운데 기업이 51개, 국가가 49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의 힘이 그만큼 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힘이 더 셉니까, 기업이 더 셉니까?

“기업의 힘이 훨씬 더 큽니다. 시장보다 강한 정부 없어요. 정부가 시장과 부딪쳐서 이길 순 없어요. 그건 자본주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기업의 힘이 커요. 정부는 경직성 예산 빼고 10조원 정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기업의 1·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이 넘는 곳이 있어요. 기업의 힘이 얼마나 센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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