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보다 PT가 한층 부드러워진 것은 맞는 거 같아요.
“IOC 위원별 맞춤 전략이었어요. 위원들 성향을 분석하면서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했죠. 자문 결과는 ‘대한민국은 (PT가) 시리어스하다, 캐주얼하게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대변인, 김연아, 강광배, 토비 도슨 등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어요. 최민경씨도 그렇고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경씨는 유치위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6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초로 대한체육회 공채에 합격했다.
▼ 남북한 공동개최에 대한 얘기도 있었는데요. 개회식 남북한 선수 공동입장이나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 긴장 완화, 교류 활성화 등은 좋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도 언급했듯이 IOC 헌장에 어긋나 불가능해요. 단일팀 등도 전례로 보아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자크 로게 위원장은 7월14일 기자회견에서 “IOC는 한 국가의 한 도시에 올림픽 개최권을 준다. 두 나라가 분산 개최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에 맞지 않는다”며 “올림픽 헌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개회식 공동 입장이나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 달성
▼ 부산은 평창 유치 성공으로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 계획을 수정했는데요.
“그럴 겁니다. IOC 헌장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이란 정서가 있으니까요. 2018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2년 만에 아시아에 올림픽 개최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겁니다. 2024년 올림픽 개최지는 2017년 IOC 총회에서 결정되는데, 이때도 쉽지 않을 거예요. 부산 하계올림픽은 장기간 준비를 통해 우리가 자신 있을 때, 국력을 총동원해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기 때문에 전략을 잘 세우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최 사무총장이 말한 ‘스포츠 그랜드슬램’은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말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러시아(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뿐이었다.
한편 2020부산하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7월8일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의 유치 성공으로 부산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24년을 포함해 장기적인 유치전략을 마련해 대한체육회와 정부, 시민의 뜻을 모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은 9월1일까지다. 부산과 일본 도쿄, 이탈리아 로마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평창의 유치 성공으로 부산과 도쿄가 일단 발을 뺐다. 이로 인해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스페인 마드리드가 가세할 것으로 알려져 2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스포츠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보도는 많았습니다만, 여전히 한국 체육계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데요.
“체육계 부정부패, 비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 네. 최근 프로축구 승부조작 비리부터 양궁장비 납품 리베이트 문제, 인천 트라이애슬론연맹 임원의 보조금 빼돌리기, 선수 폭력 등 많은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국력이 점프할 때,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단합할 수 있도록 한 게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국가 전체 인프라로 보면 아직 체육 선진국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어두운 잔재가 드러나게 돼 있어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한국 스포츠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비인권적인 (성)폭력, 둘째는 각종 재정 비리입니다.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는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재무비리와 뒷거래가 횡행하고, 가맹단체는 현금 위주로 관리하고. 그리고 까드깡, 리베이트, 스카우트 비리, 대표선발의 불공정성 등이 대표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박용성 KOC 회장 취임 이후 연맹별로 복식부기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어요. 선수권익보호팀과 스포츠인(人) 권익센터도 만들었습니다. 학교체육 문제도 학교 재정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학부모들에게 운영비를 지원받다 보니 문제가 생겨요. 또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을 만들려면 법 제정도 시급해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학교체육법과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발의한) 학교체육진흥법 등이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법안에는 공부와 학교체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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