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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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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게임 체인저’

ECB 수장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에 금융시장은 반색했다. 그의 발언 직후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가 5~6%씩 폭등했고, 유럽 주요국의 국채 가격도 올랐으며, 무엇보다 유로화 가치가 상승했다. 지난해 7월 1.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로/달러 환율은 드라기 발언 후 지난해 연말 1.31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그러자 파이낸셜타임스는 ‘2012년 올해의 인물’로 드라기 총재를 선정하며 “그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유로를 구했다”며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어떤 일의 결과나 흐름, 판도를 뒤집을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라고 치켜세웠다.

드라기 총재의 존재감과 위상은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6월 19일 미 연준이 내년 중반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소위 출구전략(Exit Strategy)를 언급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아직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유럽 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단 드라기 총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이고 과감한 발언으로 유럽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7월 4일 발언에서 보듯 ECB의 저금리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실물경기 회복 조짐에 근거한 반면, 유럽은 아직 실물경기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섣불리 미국의 출구전략을 따라 했다가는 경기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심지어 새로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유럽 경제의 어려운 상황은 경제지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공식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올해 5월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비해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로존 경제는 2011년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6개 분기(1년 반)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만 이어져도 ‘경기침체(recession)’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 경제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유로존 GDP가 0.6% 감소한 이후 올해 초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여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으나 1분기 통계를 보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완연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지금까지는 드라기 총재가 성공적으로 ECB 수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가 직면한 어려움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우선 부동산시장 붕괴와 금융시스템 문제가 경제위기의 주원인인 미국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기 회복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었다.

반면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불거진 유럽 경제위기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그리스 시위 사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의 한국에서 보듯 이 방법은 국민의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기에 시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결국 이런 한계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일 국가, 단일 통화를 쓰는 미국과 달리 무려 28개국이 가입해 있고, 그중 17개국만 유로를 쓰는 EU의 복잡한 현실도 문제다. 다음의 농담은 이런 유럽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 사람, 포르투갈 사람, 그리스 사람이 술집에 갔다. 과연 술값은 누가 냈을까?” 정답은 ‘독일사람’이다.

재정위기 발발 후 유럽 각국은 유로안정화기구(ESM),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라는 구제기금을 마련해 부도 위기에 놓인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식으로 급한 불을 꺼왔다. 문제는 이 기금 마련이 독일, 프랑스 등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약 7500억 유로(1092조 원)에 달하는 두 기금의 최대 출연국인 독일에서는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다 부도위기를 맞은 그리스 사람들을 위해 왜 우리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높다.

유럽 재정위기의 또 다른 해결 수단으로 평가받는 ‘유로본드(유로존 국가가 공동 발행하는 국채)’에 대해 독일이 떨떠름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규모와 정부 재정 상태가 판이한 독일과 그리스가 발행한 국채가 동일한 금리를 지닌다는 것은 경제학 논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각 나라가 같이 유로본드를 발행해도 결국 궁극적인 상환 위험은 독일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금리 인하나 국채 매입과 같은 ECB의 통화정책 또한 물가 안정이 근본 임무인 중앙은행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막대한 돈을 풀어 일시적인 시간을 벌어줄 뿐 본질적인 시스템 개혁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땜질 처방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고 유럽 경제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드라기 총재가 슈퍼마리오라는 별명에 걸맞은 새로운 해법으로 유럽 경제를 구할 수 있을까. 드라기는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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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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