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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 황일도 shamora@donga.com

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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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출신 위원들이 많아 과연 중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회의에 들어가니 전원 합의 과정을 거쳐서 고발결정을 내리더군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위원들이 서로를 견제합니다. 문제가 있는데 괜히 아니라고 했다가는 다른 위원들의 눈총을 각오해야 합니다.”

사건심사를 담당했던 신고심사국의 김상식 심사관은 이렇게 말한다.

“감사원도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비위사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지난 50년 동안 단 한건도 안했습니다. 그걸 출범 두 달도 안된 우리가 해낸 거죠. 부방위가 기존의 사정기관과는 다르다는 걸 입증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 신고인을 만났습니다. 분통을 터뜨리더군요. ‘부방위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줄 알았으면 내가 검찰로 바로 갔지 왜 부방위로 왔겠느냐. 검찰에 가서 피신고인을 만났다. 신원 비밀 보장해준다더니 이게 뭐냐’고 말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부방위의 구조적인 강점과 제도적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 셈입니다.”

검사들의 분노



부방위의 고발에 대해 법무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부패방지법(이하 부방법)에는 현직 공무원만 적용대상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 건에는 전직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이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한 법무부는 일단 사건을 접수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검사 개개인의 불만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부방위가 근거도 부족한 사건을 함부로 발표해 당사자들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검찰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중순에는 한 지방 지청장이 “부방위가 공직자들의 인권과 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된다. 검사의 인권이 너무나 쉽게 무시되는 현실이 서글펐다”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한 부장급 검사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정리했다.

“부방위가 고의적으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버’한 부분은 있었죠. 첫 사건인 데다 그 다음달 대통령 보고를 앞두고 있었다고 하니까요. 불기소가 결정된 후 시민단체들이 의혹을 제기한 것 역시 부방위와의 사전교감에 따른 거라고 봅니다. 위원장이 경실련 출신 아닙니까.”

‘문서싸움’의 전말

부방위의 한 간부는 한창 논란중이었던 7월 초 ‘문서싸움’에 대해 아직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검찰이 기분 나쁜 건 알겠다 이겁니다. 그렇다고 법에 있는 의무까지 무시하면 됩니까.”

문서철을 꺼내 들어 보여준 것은 7월4일 부방위가 서울지검에 보낸 공문. 내부적으로 재정신청 방침을 확정한 후였다. 내용은 “검찰보존사무규칙과 부방법 21조 1항에 따라 해당사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한다”는 것. 검찰은 7월8일 “부방법 21조 2항 두번째 항목에 따라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이 회신을 보고 부방위에 있는 법조인들 여럿이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수사재판 및 형집행의 당부에 관한 사항은 자료제출이나 관련자 출석증언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게 21조 2항 두번째 항목입니다. 이건 ‘검사가 뇌물 받고 엉터리로 수사했다. 이를 밝혀달라’, 이런 신고를 조사할 때는 사건 기록을 보여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수사검사를 조사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재정신청 준비과정에서 우리 조사결과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는 뭐가 틀렸는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불기소 결정을 내렸으면 이유를 알려줘야 할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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