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제1 소득원이 될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현재 49.5%다. 국민연금 출범 초기의 소득 대체율이 70%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 대체율은 앞으로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는 은퇴 직전의 소득 기준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 기간 평균 임금의 49.5%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 남성이 은퇴 후 월 100만원의 수입이 더 있으면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저금리 시대인 요즘으로서는 꽤 높은 이율인 6%를 가정해도 은행에 2억원을 예치해야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은퇴 시점에 현금 자산 2억원이 없다면 부부가 원하는 노후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자녀, 부동산과의 결별

부동산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이 손에 쥔 노후자금이 없거나 노후자금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는 배경에는 자녀가 자리 잡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은 지금 20~30대다. 이 세대의 현실은 ‘청년 실업’ ‘88만원 세대’, 일하면서도 가난한 ‘워킹 푸어’ 등의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 당장은 자식을 위하는 길 같아도 그로 인한 노후 부담이 자녀에게 부메랑처럼 전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이관석 재테크 팀장은 “상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녀를 비롯한 가족과 은퇴 후 자산관리에 대해 합의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이들은 부동산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세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념이 부질없고도 맹목적이라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월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장기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수도권 아파트가 장기 상승했던 시기의 원인 중 하나로 실수요 계층인 1차 베이비붐 세대가 30~40대였다는 점을 꼽는다. 하락 가능성의 원인 역시 저출산 풍조에 따라 앞으로 30~40대 실수요 인구가 점차 감소한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사정이 이럴진대 다른 지역의 일반 주택 사정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부동산의 급격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떨어지지 않더라도 더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까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이끌어온 것이고, 그들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줄 여력이 있는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은퇴를 위해서는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산을 동산으로 옮기는 재분배를 시작해야 한다. 임대소득을 기대할 수 없거나 살고 있는 중대형 주택 한 채만 소유하고 있다면, 부부가 살 수 있는 중소형으로 주택을 옮기는 등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것이 좋다. 집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는 은퇴자에게는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연금이 노후자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주택을 담보로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이 상품은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을뿐더러 주택 가격이 대출 잔액보다 높을 경우에는 상속도 된다. 반면 대출 잔액이 더 높을 때는 상속인에게 채무로 남지 않는다. 그러나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에 한하고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은퇴 시점인 55세 이후 몇 년 동안 소득을 창출할 여력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