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각기 다른 소리진동수에 의해 특유의 음을 만들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치와 박치는 타고난 것이며 구제불능이라고 여겼다. 이제 보컬 트레이너나 목소리를 다루는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성대에 본래 이상이 있어 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음치가 음치인 이유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고르게 내뱉어야 한다. 성대를 진동시키는 법을 터득하고 올바른 자세를 취하며 목과 입속의 모양을 알맞게 배치함으로써 성도에서 필요한 음만을 증폭시켜야 한다. 또 입술 모양과 벌어지는 크기 및 혀의 위치를 조절해 정확한 발음으로 원하는 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퍼지게 하면 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그러나 얼마든지 음치를 극복할 기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김연우는 어느 순간 반주를 끄고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부른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윤도현은 요란한 소리의 전자기타를 비롯해 밴드가 연주하는 와중에 노래를 부른다. 그래도 그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에 묻히지 않는다. 가수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마이크를 조절한 덕분도 있지만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도 가수의 목소리는 묻히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우리가 대화할 때 옆에서 피아노만 쳐도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데 말이다.
과학자들은 진동수의 차이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대개 진동수 500㎐ 근방에서 최대 소리를 낸다. 사람의 귀는 20~2만㎐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3000~4000㎐ 소리에 가장 민감하다. 평소 말할 때 내는 소리의 진동수는 100~220㎐다. 즉 성대가 떨리면서 내는 이른바 기본 진동수가 이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말할 때는 목소리가 주위의 악기 소리에 묻히기 쉽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내는 소리는 다르다. 진동수가 말할 때보다 더 높게 나온다. 소프라노는 1500㎐까지 낼 수 있다. 성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 법칙에 따라 모든 울림통은 공명할 때 원래 음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음들도 낸다. 소프라노가 성대로만 1500㎐의 소리를 내면 성도는 3000㎐의 배음을 만들어낸다. 이런 배음은 소리에 힘을 불어넣는다. 가수는 연습을 통해 이 둘이 조합을 이루어 입 밖으로 나오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악기 소리보다 훨씬 더 잘 들리는 소리를 낸다.
여기에다 목소리 특유의 음색과 떨림도 주위를 사로잡는 구실을 한다. 임재범의 거친 목소리, 박정현의 비브라토는 악기 소리보다 더 집중하게 만든다.
임재범의 거칠고 굵은 목소리와 김연우의 흔들림 없는 깔끔한 목소리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람의 목은 다 비슷비슷한데 어떻게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모든 악기는 저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만 소리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기타는 피아노 소리를 낼 수 없다. 비슷한 모양의 현악기라도 바이올린과 첼로는 소리가 다르다. 게다가 악기 소리는 음을 내는 기구의 특성과 울림통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 낮고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를 내려면 울림통이 크고 현이 길어야 한다. 높고 새된 소리를 내려면 울림통이 작아야 한다.
반면 사람의 목은 다양한 소리를 낸다. ‘성대모사’의 달인은 피아노 소리뿐 아니라 첼로 소리, 북소리, 피리소리까지 흉내 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의 목소리 과학자인 잉고 티체는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