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선악체계와 과대망상증을 가진 반사회적 성격장애자’.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유영철을 이렇게 진단한다. 연쇄살인은 살아오면서 쌓인 그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읽힌다. 무엇이 그를 엄청난 분노로 몰아갔을까.
죄책감 따위는 전혀 없다. 잔혹한 범행수법을 늘어놓을 때는 숫제 ‘무용담’을 들려주는 분위기다. 그런 그도 딱 한 번 자신에게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사체를 절단하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는데 ‘하하하’ 웃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절단하는 일을 담담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었다. 순간 섬뜩했다고 한다.
“그건 내가 아니었어. 뿔 달린 악마였어….”
26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상식 밖의, 윤리 밖의 그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여성은 몸을 함부로 놀리지 말고 부유층은 각성하길 바란다”는 엉뚱한 자기합리화 너머에 감춰진 진짜 범행동기는 무엇인가. 일면식도 없는 노인과 윤락여성들을 ‘사냥감’으로 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끔찍한 범행이 온 천하에 알려졌는 데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심리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범죄 프로파일링을 담당했던 존 더글러스는 “연쇄살인범은 모든 강력범 중에서 가장 예측 불허하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유영철은 그저 그렇게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만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전담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동호 부장검사)는 8월13일 기소에 앞서 유영철의 범행동기를 밝히려 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기소 하루 전날인 8월12일 4∼5명의 심리학·정신의학 전문가와 유영철의 면담을 주선했다. 검찰이 궁금해한 것은 유영철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와 스스럼없이 범죄행각을 밝히는 진술의 진실성 여부였다. 짧은 면담시간 동안 그의 정신적·심리적 상태를 명확하게 진단하는 데 한계가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는 아니며, 반사회적 성격장애 징후를 보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유영철을 직·간접적으로 관찰한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그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진단한다. ‘정신병질자(精神病質者)’라는 뜻의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성격의 소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이코패스는 자제심, 양심, 도덕성 등 통제기제(control mechanism)가 미약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반도덕적·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다. 이 같은 사이코패스는 범죄자, 마약중독자, 알코올중독자, 신경증환자 중의 일부에서 발견된다. 특히 연쇄살인범들의 대표적인 공통점 중 하나가 사이코패스라고 하는데, 미국 연쇄살인범의 9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한림대 조은경 교수(심리학)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함 ▲애정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함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이 그것이다.
“사이코패스의 이런 특성은 주변 사람, 심지어 가족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이중성을 들키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하거든요. 이러한 특성은 자기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야 비로소 밖으로 드러납니다.”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유영철이 ‘신창원과 싸워서 이겼고, IQ 140이 넘는다’고 말한 것도 자신의 이미지를 과대 포장한 것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또 ‘나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영철이 황산성 변호사에게 변론을 맡기고 싶다고 한 것도 한때 범행 대상으로 삼은 상대가 자신을 두려워할 것이고 따라서 얼마든지 자기 목적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발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 의해 과대망상이 깨질 경우 사이코패스는 행동에 변화를 보인다. 유영철은 경찰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할 때마다 극렬하게 달려들었는데, 이러한 행동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유영철이 자백을 시작한 것은 경찰이 과대망상을 허무는 ‘어떤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코패스는 비윤리적·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정한 ‘선’과 ‘악’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도덕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유영철과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는 이 독특한 ‘선’의 영역 바깥에 존재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유영철은 이들을 해친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는다. 반면 “너를 배신했다는 아내와 애인은 왜 죽이지 않았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유영철은 “어떻게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을 죽여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스스로 정한 ‘선’의 범주를 결코 넘지 않는 행동패턴인 셈이다.
또 사이코패스는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든지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고, 허구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할 수도 있다. 사람을 속이는 데도 능숙해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친절한 사람으로 자신을 주변에 인식시킨다. 조 교수는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엔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살인행위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포장합니다. 유영철도 그렇습니다. 부유층과 윤락여성을 죽이면서 ‘나는 사회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유영철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가족을 끔찍하게 챙겼다고 말한다. 유영철의 한 친척은 “가족에게 용돈도 잘 주고, 제사 때는 직접 장도 봐오고 제기도 닦고 설거지까지 거든다”고 했다. 윤락여성을 빈번하게 살해하던 와중인 7월11일에도 유영철은 할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큰형 집을 찾았다.
관념에 머무르는 가족애
조 교수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유영철을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행위는 ‘관념’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족을 자신만의 ‘선’의 영역에 두고 정성스럽게 돌보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거나 주변에 심어주는 이미지일 뿐 진정한 ‘관계 맺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연쇄살인사건의 유가족 중 한 명이 검찰에 ‘유영철을 용서하니 사형에 처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를 읽은 유영철은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써보냈다. 그러나 조 교수는 “그건 일종의 쇼”라며 “유영철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다”고 단정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이코패스 유발요인에 대한 정확한 이론은 없으며 단지 선·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가톨릭대 성한기 교수(심리학)는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등 아동기에 겪은 정서적 결핍, 그리고 자기 기분에 따라 아이를 칭찬하거나 혼을 내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가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의 폭발
현재까지 유영철에 대한 정신·심리학적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유영철이 사이코패스가 된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내기 어렵다. 단지 1993년 국립서울병원에서 받은 심리검사 결과가 유영철의 정신·심리상태를 엿보는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당시 유영철은 프린스 승용차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는데, “간질발작 후유증으로 절도 충동을 느꼈다”고 주장해 정신감정을 받게 됐다.
당시 심리검사 결과에 따르면 유영철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극단적인 불안반응을 나타냈다. 자아 기능과 수행 기능이 위축됐고, 자발적으로 부적당한 행동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었으며, 정신적인 퇴행이 나타났다. 그러나 뇌손상 등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는 없다는 결과였다. 가장 일반적인 간질 종류인 ‘측두엽 간질’이 보인다는 뇌파검사 결과도 나왔다(그러나 국립서울병원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나빠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다”며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연쇄살인범의 근본적인 범행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분노의 폭발이며, 다른 하나는 사디즘(sadism·가학적 변태 성욕)의 발로다. 충북대 박광배 교수(심리학)는 “유영철은 분노의 폭발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화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그림을 보라’는 말이 있다. 범죄자도 마찬가지다. 우선 범죄현장을 봐야 한다. 노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집 안에서 사람을 맞닥뜨리자마자 단호하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이는 엄청난 분노의 폭발로 읽힌다.
“사디스트(sadist)들은 사람을 단번에 죽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죽이죠. 유영철은 둔기를 이용해 단번에 살해했습니다. 사디스트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에요. 내적으로 쌓인 분노를 살인행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그토록 엄청난 분노를 쌓이게 했느냐, 그걸 찾아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상태로 몰아갔을까. 전주교도소에 갇혀 있을 때 전해진 이혼통고서일까, 아니면 청혼을 거절한 애인의 태도일까. 혹은 예술고등학교에 낙방한 경험? 화대를 지불하고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미성년자 강간·폭행죄로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일?
전문가들은 일련의 실패와 좌절의 경험에 앞서는 성장과정을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진술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도 중요한 단서다. 국립서울병원의 정신감정 자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유영철이 기억하는 지난날은 이러하다.
분노의 폭발.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유영철의 근본적인 범행동기를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 그리고 분노의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5∼6학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했다. 아버지를 따라가서 계모 밑에서 살았는데 계모에게 엄청 두들겨 맞았고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후로 어머니와 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화가 나면 잘 때렸고 잔소리 많고 우악스러운 성격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간질발작을 일으켜 의식을 잃고 양호실에 한두 시간 정도 누워 있었는데 아이들이 ‘바보’라며 놀려댔다. 그후 키가 크지 않은 편인 데도 일부러 맨 뒷자리에 앉았다. 중·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간질발작을 일으킬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중학교 때는 늘 골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색맹이라서 포기했다. 예술고등학교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크게 상심했다.
아내는 첫사랑이다. 정말 사랑했다. 아내도 가난한 집 딸이라서 서로 잘 이해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려운 생활 때문에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결혼 후에도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세 번째까지는 아내가 잘 참아줬다. 하지만 네 번째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 아내는 이혼소송을 냈다. 교도소 안에서 이혼통고서를 받아들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엄지’를 찾아서
박광배 교수는 “유영철이 가지는 분노의 원천은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따뜻한 사랑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가족이나 아내, 애인 등에게서 조건 없는 사랑을 원했지만, 그걸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인 연쇄살인사건도, 꼭 부유층을 골랐다기보다는 밖에서 보기에 단란해 보이는 집을 침입한 것으로 보여요. 잘 가꿔진 넓은 마당과 예쁜 2층 양옥집, 단단한 울타리 등 ‘사냥감’은 한결같이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였죠. 질투가 작용한 듯싶습니다.”
박 교수는 윤락여성들이 희생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했다. 가난하고, 어머니가 없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가진 것 하나 없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에게 늘 자신을 믿으며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엄지가 있듯이, ‘이현세 마니아’ 유영철도 무의식적으로 자신만의 ‘엄지’를 찾아 윤락여성들을 집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윤락여성에게 유영철은 그저 ‘고객’일 뿐입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돈을 받은 뒤 또 다른 고객을 만나야 하니까요. 그런 윤락여성들의 태도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엄지’를 찾는 유영철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비즈니스 상대’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살인 충동을 느꼈을 것입니다.”
윤락여성들은 매춘행위 도중 고객에 의해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일이 많다. 이에 1980년대 미국의 한 사회학자는 뉴욕 매춘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원인을 연구한 바 있다. 결론은 ‘여성의 미묘한 신호(cue)가 남성 고객의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것. 미묘한 신호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남성 고객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표정과 말투를 통해 ‘너 같은 남자는 시시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둘째는 남성 고객과 정서적으로 동화하지 않고 냉담하게 대하거나 비즈니스 상대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신호를 감지하면 남성 고객들은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성한기 교수는 “유영철은 엄청난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자신을 좌절시킨 상대가 모호하거나 너무 강할 경우 만만한 타자(他者)를 공격대상으로 삼게 된다”고 말했다. 유영철에게 그런 대상은 무방비의 노인과 윤락여성이었던 셈.
가족을 끔찍이 위하고, 집안 제사를 잘 챙기고, 틈만 나면 네댓 시간이 걸리는 아버지 산소까지 내려갔다 오는 유영철의 행동을 박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한 간절한 노력으로 해석했다. 박 교수는 또 “교도소에서 일방적으로 통고받은 이혼과 애인과의 결별이 폭력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이고 무의식적인 범행동기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보다는 결핍감과 열등감,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분노가 어려서부터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유영철이 지난해 출소한 뒤 ‘1818’이란 숫자를 즐겨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대상이 없는 분노를 밖으로 드러낸 반사회적 징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존 더글러스는 저서 ‘마음의 사냥꾼(Mindhunter)’에서 연쇄살인범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연쇄살인범은 잡힐 때까지 범행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살인 건수가 늘어감에 따라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해 살인행각이 점점 노련해지고, 살인 시나리오는 더욱 완벽해진다. 많은 성범죄 살인범이 사체에서 기념품을 가져와 아는 여자들에게 나눠준다. 그 여자들을 언제라도 제압할 수 있는 자기만의 표시로서, 혹은 살인 순간의 스릴을 다시 경험하는 은밀한 장치로서.’
유영철도 이러한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살인을 거듭할수록 살해수법과 사체처리 방법은 점차 정교해졌으며, 완벽한 알리바이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시계와 발찌 등 ‘전리품’을 소지함으로써 경찰의 심문에 항복했다.
그리고 남은 게임
앞서 말했듯이 유영철은 여전히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범행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혈안이 된 수사기관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자신을 ‘머리 좋고 능수능란한 사람’의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광배 교수는 “유영철은 아직도 해야 할 ‘게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게임이란 바로 법정이지요. ‘재판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어낼까’ 하는 게임을 즐기려는 겁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사를 혼란시키려는 수작도 할 것이고, 언론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꺼내 자신이 잘났다는 뉘앙스를 유포하려고 할 것입니다. 유영철에게 심리적 전환이 찾아온다면, 혹은 그간의 범행을 뉘우친다면 그건 재판이 끝난 후가 되겠지요. 벌써부터 참회를 기대하는 건 유영철 같은 유형의 인간에겐 너무 성급한 요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