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신사업으로 ‘내수 한화’에서 ‘글로벌 한화’로!

태양광, 바이오, 2차 전지… ‘제2도약’꿈꾸는 한화그룹

  • 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2011-11-23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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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그룹은 올 초 “2020년까지 태양광 등 핵심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리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 한화그룹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5년을 기준으로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변모할 계획이다.
    • 이를 위해 태양광과 바이오 의약품, 2차 전지 소재 등 신사업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사업으로 ‘내수 한화’에서 ‘글로벌 한화’로!

    한화솔라원 중국 치둥공장 전경.

    9월한화그룹은 2300여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태양광 전문기업 두 곳의 지분을 인수했다. 태양광 기술벤처기업인 ‘크리스털솔라(Crystal Solar)’와 ‘원루프에너지(OneRoof Energy)’다. 크리스털솔라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으며, 2~3년 내 상용화될 중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원루프에너지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일반 주택 지붕에 설치할 때 필요한 ‘리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화그룹은 원루프에너지 지분 인수를 통해 연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주 지역 주택용 태양광발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다.

    한화그룹은 두 기업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태양광사업 전 분야에서 완벽하게 수직 계열화된 체계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태세를 갖춰놓았다. 보통 태양전지 제조는 규소(실리콘) 성분을 함유한 원석에서 순도 높은 실리콘을 뽑아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작은 실리콘 결정체인 ‘폴리실리콘’이 빛을 전기로 변화시키는 태양전지의 원재료가 된다. 폴리실리콘은 원통형의 덩어리인 ‘잉곳’ 과정을 거쳐, 둥근 원판형의 ‘웨이퍼’가 된다. 이 웨이퍼를 가공한 것이 ‘태양전지 셀’이고, 셀을 판 형태로 붙인 것이 ‘모듈’, 모듈을 모아 설치하면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셀-모듈-태양광발전으로 이어지는 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끝냈다. 폴리실리콘은 한화케미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잉곳부터 웨이퍼, 태양전지 셀에서 모듈까지는 한화솔라원이 제조하며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화솔라에너지가 담당한다.

    한화케미칼 기점으로 본격 착수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2010년 1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 판매하며 시작됐다. 김승연 회장은 2010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이후 유럽과 미국의 태양광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태양광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올 신년사와 5월 핵심가치 선포식 연설에서도 한화그룹이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가기 위한 핵심 사업 부문의 하나로 태양광사업을 언급했다.



    2010년 8월 한화케미칼은 모듈 기준으로 세계 4위 규모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49.9%를 인수했다. 인수 후 12월에는 회사 명칭을 ‘한화솔라원(Hanwha Solarone)’으로 변경하면서 한화가 태양광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렸다. 2011년 3월 한화솔라원은 나스닥에 재상장됐다.

    현재 한화솔라원은 4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또한 태양전지 셀은 500MW, 모듈은 900MW 규모이며 올해 말까지 각각 1.3GW(기가와트), 1.5GW 수준으로 확대된다. 더불어 중국 난퉁시와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서 2단계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를 만들 계획이다.

    2011년 3월 한화케미칼은 신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화솔라아메리카(연구소)’를 설립했다. 한화솔라아메리카는 현재 차세대 태양전지 등 미래 태양광 기술을 선도할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써 한화는 한국, 중국, 미국을 잇는 연구개발(R·D)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화솔라아메리카 연구소장이자 한화그룹의 태양광부문 글로벌 최고기술경영자(CTO) 직에는 크리스 이버스파처(Chris Eberspacher) 박사가 영입됐다. 이버스파처 박사는 25년간 태양전지 공정기술 개발에 몸담아온 세계적인 학자다.

    전담기업 한화솔라에너지 설립

    한화그룹은 국내외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기업으로 올해 4월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한화솔라에너지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글로벌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망 업체와의 인수 합병 및 지분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015년까지 보유사업 규모를 1GW 이상 늘리고 연간 100MW 이상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라에너지 설립 이전인 올 1월에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발전사업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 기업인 ‘솔라몽키(Solar Mon-key)’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솔라몽키는 2006년 설립된 기업으로 미국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주거, 상업, 교육시설에 적용되는 태양광발전사업을 진행해왔다.

    한편 한화케미칼은 한화솔라에너지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2013년 하반기에 가동을 시작해 2014년부터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하면, 한화그룹 내부용 대부분이 확보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다.

    한화솔라에너지 김현중 대표이사(부회장)는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에서부터 태양광발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분야에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며 “여기에 한화금융네트워크의 전문적인 금융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접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2010년 10월에 지분을 인수한 미국의 태양광 벤처 기업 ‘1366테크놀로지’는 잉곳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폴리실리콘에서 직접 웨이퍼를 생산하는 ‘다이렉트 웨이퍼(Direct Wafer)’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화솔라에너지가 올 9월 지분을 인수한 ‘크리스털솔라’ 역시 폴리실리콘과 잉곳 공정을 생략하고 실란 가스에서 바로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원가가 혁신적으로 절감되고 웨이퍼의 박막(薄膜)화가 이뤄진다.

    유럽 축구 유벤투스, 함부르크SV, 볼턴 후원

    태양광 산업은 일반 개인 소비자와 바로 접촉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한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솔라’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외에 신성장 동력을 알리고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실질적인 최종 소비자가 유럽 시장임을 감안해 선진국 중심 홍보 전략을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마케팅이다. 유럽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서 각국의 명문 구단들과 스폰서 협약을 맺어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의 유벤투스 등이 한화그룹과 스폰서 협약을 맺었다. 미국에서는 한화골프단이 화제다. 7월 열린 미국LPGA 유에스오픈에서 한화 소속의 유소연 선수가 연장전 역전 우승하면서 한화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한화이글스 야구단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화솔라’ 브랜드 옥외광고를 볼 수 있다. 한화는 그리스 아테네 공항도로와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옥외광고판을 설치한 데 이어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태양광 전시회가 개최되는 국가의 도시마다 옥외광고를 해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며 공항도로 등에 옥외광고를 진행 중이다.

    신제품과 신기술이 소개되는 태양광 전시회는 마케팅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공간이다. 올 2월 말 열린 세계 3대 태양광 전시회 중 하나인 중국 상하이 태양광발전 전시회(SNEC PV Power EXPO)에는 김승연 회장이 직접 부스를 방문해 태양광 신제품과 기술 동향을 챙겼다. 올 한 해 총 14개 전시회에 참가한 한화는 내년에도 20여 개 이상의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하다. 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음악 축제인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서는 태양광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모바일을 통해 사진과 공연 관람 후기를 공모했다. 현장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만 총 3400명이다.

    도움의 손길을 나누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무료 설치해주는 ‘해피선샤인(Happy Sunshine)’ 캠페인이 그것이다. 한화는 향후 10년간 50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투자비만 해도 150억원이다. 올 한 해 30개 복지시설에 이미 시설을 확충했다. 한화 임직원들이 직접 힘을 보태 더욱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2차전지 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

    신사업으로 ‘내수 한화’에서 ‘글로벌 한화’로!

    한화케미칼이 개발한 관절염 치료제 ‘HD203’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외에도 바이오 의약품, 2차 전지 소재, 나노 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성과가 돋보였다. 올 7월 바이오 시밀러인 ‘HD203’ 기술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HD203은 한화케미칼이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erck)’와 공동개발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엔브렐’인데, 특허가 2013년 만료되기 때문에 복제품인 ‘바이오 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가 활발히 판매될 것이다.

    그중 한화케미칼의 HD203은 임상 속도가 가장 빨라 기대를 모은다. 한화케미칼은 2007년부터 대전 중앙연구소에서 항체 신약 물질과 바이오 시밀러 연구를 시작했다. 2009년 개발한 ‘HD203’은 세포주 개발부터 배양, 정제, 제형화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공정을 모두 한화케미칼에서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HD203’ 수출 계약 체결 이후 김승연 회장은 한화케미칼에 포상금 20여억원을 지급했다. 공로가 큰 임직원 네 명에게는 각 1억원을 건넸다.

    한화케미칼은 HD203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방암 치료제 등 바이오 시밀러와 천식치료제, 폐암치료제 등의 바이오 항체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건설 중인 생산공장은 2012년 하반기부터 바이오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2차 전지 재료도 한화케미칼의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 분야다. 2차 전지는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환경친화적 전지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부터 자동차, 에너지 저장 등 중대형까지 활용할 수 있다. 경제성이 뛰어난 만큼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2차 전지의 소재사업이 급성장 중이다.

    한화케미칼은 2차 전지 소재 사업에서도 자체 기술력으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2차 전지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소재인 양극재 개발에 성공한 덕분이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회사에서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인 단계다.

    한화케미칼이 개발한 양극재인 LFP(리툼인산철)는 자연에 많이 존재하는 철을 주원료로 하고 있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이다. 기존 양극재 시장은 LCO(리튬 코발트 산화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울산2공장 내에 LFP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 건설을 마쳤고, 이를 계기로 연간 약 12만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2차 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의 LFP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수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한화그룹 ‘제2의 도약’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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