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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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지자체 올해 복지사업 721개 신설

“옆 동네보다 더 주고, 또 주고”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3-20 1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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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전년 대비 9.3조 늘어

    • 아동수당, 기초연금만 총 4.4조 증가

    • 현금 뿌리는 전국 지자체, 아동수당에 ‘아기수당’은 덤

    • 17개 광역지자체 사회보장제도 키워드, 아동·청년·노인

    • 표 의식하고 남발한 정책, 수습이 관건

    •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현금 복지에 파탄 날라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469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9.5%(40조7000억 원) 늘었다. 증가폭으로 보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보건복지부 예산 역시 지난해보다 9조3500억 원(14.7%) 늘어 사상 처음으로 70조 원을 돌파했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은 그동안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됐으나 올해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올해 평균 247만 명이 아동수당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도 소득하위계층 위주로 지급액이 인상됐다.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한 달에 20만 원씩 지급되던 기초연금이 오는 4월부터는 월 30만 원으로 오른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액은 14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11조8000억 원에 비해 24.6% 증가했다.

    베끼기에 급급한 지자체 현금 복지

    2019년 1월 15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제1동 주민센터에 아동수당 신청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시스]

    2019년 1월 15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제1동 주민센터에 아동수당 신청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시스]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전국 지자체장들도 앞다퉈 현금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동아’가 3월 14일,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내용(2019년 2월 확정)’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복지부와 협의해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확대하려면 복지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930개의 협의안 중 올해 신설된 사업은 무려 721개다. 

    경기도가 101건으로 가장 많고, 전북 88개, 전남 83개, 강원 63개, 충남 61개, 경남 54개, 서울 48개, 인천 46개, 부산 33개, 경북 32개, 대구 22개, 충북 28개, 대전 24개, 울산 17개, 제주 12개, 광주 8개, 세종 1개 순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내놓은 사업도 상당수다. 기초지자체(시·군·구)가 복지부에 협의 요청한 사업들도 대부분 성격이 비슷하다. 소속 광역지자체 및 인근 기초지자체 복지사업을 그대로 본 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사업과 겹치는 내용도 많다. 

    최근 현금 복지 논란에 불씨를 댕긴 건 서울 중구다. 중구는 2월 25일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을 시작했다.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 1만1000여 명의 어르신에게 10만 원씩 연간 120만 원을 지역화폐(충전식 카드)로 지급하기 시작한 것. 당초 복지부로부터 “기초연금과 유사·중복된다”는 이유로 ‘재협의’ 통보를 받았지만 중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획대로 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현재 복지부는 중구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초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초연금과 비슷한 수당은 신설할 수 없게 돼 있다. 기초연금 도입 당시, 지자체의 각종 노인 대상 수당을 하나로 합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구가 끝까지 공로수당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기초연금 국고보조금과 교부세를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누군 받고, 누군 못 받고?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중구 인근의 성동구, 동대문구, 용산구가 난처한 상황이 됐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느냐”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동구의 한 아파트는 2개 동은 성동구, 1개 동은 중구로 주소가 돼 있어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희비가 갈리게 됐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힘들게 됐다. 중구는 인구수가 적어 어르신 수당 비용이 연간 160억 원 정도 되지만, 성동구는 인구가 많아 450억~500억 가까이 예산이 든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어르신 수당도 결국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데 같은 서울시민 사이에서 차별이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표를 의식한 선심성 사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성동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쏟아내는 복지정책 상당수가 포퓰리즘의 일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내용’을 살펴보면 ‘아동’ ‘청년’ ‘노동’ ‘출산’ 등 특정 키워드로 사업들이 분류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동·청년·노인 복지제도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지자체까지 나서 비슷한 제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아동수당과 유사 성격의 수당제도’ 자료에 따르면 충남 각 시·군과 경기도 안산·광주시, 강원도 정선군, 인천시 중구·강화군 등 20개 지자체가 아동수당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충청남도는 15개 시·군에서 태어난 13개월 이하의 모든 아기에게 매달 10만 원을 지급하는 ‘충남아기수당’을 실시 하고 있다. 그 외에 안산시 ‘다자녀가정 영유아 양육비(셋째부터 0~5세)’ 월 3만 원, 광주시 ‘셋째아 이상 자녀양육비(1년)’ 월 30만9000원, 정선군 ‘양육비(둘째까지는 1년, 셋째는 12세까지)’ 분기당 25만 원, 인천 중구 ‘다자녀 양육지원금(셋째부터 2년)’ 월 10만 원, 인천 강화군 양육비(1~3년) 월 10만~20만 원이 지급된다.

    청년수당으로 ‘청년 표’ 잡나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 홈페이지.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 홈페이지.

    복지부가 파악한 20개 지자체 외에도, 강원도는 올해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월 30만 원씩 4년간 양육기본수당을 지급하는 ‘육아기본수당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경북 봉화군은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일시금으로 100만 원을 주고, 5년간 월 10만 원씩 총 600만 원을 ‘출산육아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출산장려금 내지 축하금은 현재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시행하는 대표적인 현금 복지사업으로,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지급된다. 

    경기도 성남시는 정부가 주는 아동수당 10만 원에 시비 2만 원을 더 얹어주는 ‘아동수당 플러스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급 대상은 성남시에 사는 만 6세 미만 아동 4만2565명으로 5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어린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도 추진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어린이에 한해 병원비가 100만 원이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을 시에서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만약 해당 사업이 추진되면 성남시내 15만6000여 명의 아동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는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소요 재원 등을 확인하고 기존 사업과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사업에 드는 예산은 입원, 외래, 약제비 등을 포함해 15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 수당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청년구직활동 지원금과 별개로 서울·경기도·부산·전남 등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수당·청년배당(청년 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만의 미취업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총 6개월간 총 300만 원을 지원해준다.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무상교복 사업

    2019년 2월 14일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에서 학부모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2019년 2월 14일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에서 학부모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청년배당은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의 청년 모두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는 사업이다. 또 전라남도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중위소득 150% 미만 등의 장기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부산시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이하,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등의 미취업 청년을 지원한다. 금액은 동일하게 매달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된다. 

    강원도는 각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정착지원형 교통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청년에게 맞춤형 일자리와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역정착 지원형, 창업투자 생태계 조성형, 민간취업 연계형 등 총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올해 예산은 지난해(83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오른 259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중·고교생 무상교복, 초·중등생 수학여행비 지원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복지도 지자체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때마다 ‘광역단체 중 최초’ ‘조례안 압도적 지지로 통과’ 등의 문구를 내걸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무상교복의 포문을 연 경기도 성남시는 올해 자체 사업비 28억5000만 원을 투입해 고등학교 신입생 9500명에게 교복비를 지원한다.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 사업은 당초 소득기준 등을 마련해 차등 지원하라는 중앙정부의 요구가 있었지만 사회보장협의회를 통과하면서 차등 없이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단 올해는 중학생 교복지원은 경기도교육청 사업으로 통합되고, 고등학생에 대한 교복비만 성남시가 1인당 30만 원씩 지원한다. 2020년에는 고등학생 교복비도 교육청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용인시도 성남시와 같은 형태로 교복지원사업을 펼친다. 

    그 밖에도 서울 강동구·마포구·중구, 강원도 삼척시·태백시·화천군·양구군·횡성군, 경기도 평택시·군포시·가평군, 경남 창원시·고성군·함안군, 경북 포항시, 대구 달성구, 부산 북구·사상구·수영구·기장군, 세종시, 인천시(인천시교육청), 전남 여수시·고흥군·곡성군·영광군·영암군·장성군, 전북 순창군, 충남 공주시, 충북 음성군 등이 올해부터 무상교복 사업을 진행한다.

    재정자립도 최하위권 강원도, 현금복지 블랙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2019년 3월 1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2019년 3월 1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노인과 노인을 모시는 가족을 위한 지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 경기도 광명·의왕시, 강원도 원주시, 충북 충주시, 세종시 등에서 시행하는 ‘효행장려금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강동구는 구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만 100세 이상의 부모를 부양하는 가정에 월 10만 원을 지급한다. 또 광명시는 만 75세 이상 부모를 부양하는 4대 이상 가족에게 매년 50만 원의 ‘효행장려금’을 준다. 원주시는 85세 이상 노인을 모시는 가족에게 분기별로 5만 원, 연 20만 원의 효행장려금을, 충주시는 만 70세 이상 부모·조부모 등을 부양하는 4대 이상 가족에게 매달 10만 원을 지급한다. 세종시는 3대 이상 가족이 세종시에 거주하기만 해도 부양자 혹은 피부양자에게 월 10만 원씩을 지원한다. 또 ‘사회활동장려수당’으로 만 8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5만 원을 지급한다. 

    이처럼 각종 명목으로 현금 복지제도를 신설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던 단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대구광역시를 들 수 있다. 대구는 그동안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복지예산 편성에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주변 지자체들이 복지사업 신설에 열을 올리자, 올해는 20여 개의 새로운 복지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중 현금 복지는 ‘청년사회진입활동 지원금’과 ‘청년 희망적금’ 등 2건이다. 성남발(發)로 시작된 청년 복지가 전국적으로 퍼진 상태에서 젊은 층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방위로 확대된 현금 복지가 결국 지방재정을 좀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많은 복지 전문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에 속하는 강원도(25.8%, 2018년 기준)는 제주도, 광역시를 제외한 지자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만큼 ‘현금 복지로 인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육아기본수당 등이 예산을 빨아들이는 불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첫 시행 해인 지난해 예산은 148억 원인 데 비해 앞으로 3년 뒤인 2022년에는 1065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기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들도 재정 여력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복지 선진국들이 현금 복지 줄이는 이유

    ‘퍼주기식’ 현금 복지는 지방재정 악화 차원을 넘어 사회구조와 시민 의식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하기 힘든 노인 같은 취약 계층은 현금 복지가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한창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청년들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일할 수 있는 기회이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강도 높은 ‘복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1995~2014) 북유럽 4개국은 현금성 복지지출을 대폭 줄였다. 과거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복지 비율이 20%를 넘었던 핀란드는 18%로, 16%대였던 스웨덴과 덴마크는 각각 12%, 14%선으로 떨어졌다. 노르웨이도 11%밖에 안 된다. 

    이유는 실업수당·병가수당·기초연금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재정을 긴축할 수밖에 없자 급기야 현금 복지에 메스를 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핀란드는 북유럽 복지의 자랑거리였던 병가수당까지 손볼 요량이다. 스웨덴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던 보편적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 한해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던 복지 선진국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현금 복지에서 서비스 복지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자체 간의 재정 불균형이 심한 나라는 재원은 중앙정부에서 확보하고, 지자체는 현장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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