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엎치락뒤치락… 손보업계 2위 싸움 ‘점입가경’

[금융 인사이드] 지난해 메리츠화재 웃고, 올해 DB손보 웃고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10-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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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화재, 지난해 DB손보 꺾고 2위 등극

    • 임직원 질책 DB손보 정종표 “대응 못해 목표 미달”

    • DB손보, 신계약 CSM으로 올해 상반기 2위 재탈환

    • 메리츠 “정확한 1발보다 맞을 때까지 100발로 승부”

    [Gettyimage]

    [Gettyimage]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에서 메리츠화재를 앞지르며 손해보험업계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2위 자리를 내준 지 6개월 만의 재역전이다. 손보업계에선 그간 DB손보가 삼성화재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부터 메리츠화재가 DB손보를 매섭게 추격하며 치열한 2위 싸움이 벌어진 상태다.

    DB손보, 새 회계제도 도입에 실적 급감

    서울 강남구 삼성동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서울 강남구 삼성동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지난해 DB손보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1조5367억 원으로 2022년(1조9467억 원) 대비 2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168억 원으로 21.8% 줄었다. 장기보험 보험 손익은 1조3510억 원으로 20.3% 감소했고, 보험사의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도 5000억 원 감소한 1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반 보험은 1220억 원의 손실을 냈고 손해율이 85.5%를 기록하며 12.5%포인트 증가했다.

    DB손보의 실적이 급감한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이다. 2005년 5월 국제증권감독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규정한 회계기준을 세계 단일 기준으로 채택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부터 이를 도입하는 것이 추세가 됐다.

    IFRS17은 보험사의 재무제표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지고 이익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보험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자산보다 부채 가치가 더 커져 순자산이 줄어든다. 그만큼 요구 자본이 늘고 지급여력비율(옛 RBC·현 K-ICS)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자본 확충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지표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의 가늠자다.

    지난해 IFRS17 도입 후 보험업계에선 IFRS17 적용 방식인 전진법과 소급법을 두고 갈등이 확산했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 연도와 이후 기간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방식이다.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되는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 전체에 반영한다. 전진법의 경우 실적이 반영 전 대비 감소하는 반면, 소급법은 엇비슷하게 나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회계 작성 시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인 전진법과 소급법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전진법을 원칙으로 하되 2023년까지만 소급법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전진법 적용 실적은 지난해 6월 결산부터, 소급법 적용은 9월 결산부터 적용됐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전부터 전진법을 적용한 경쟁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는 IFRS17 도입 후에도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계속해서 소급법을 적용해 온 DB손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3분기부터 전진법과 소급법의 절충안인 ‘수정 소급법’을 도입하자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DB손보의 누적 순이익은 2022년 3분기 대비 8.2% 감소한 1조26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마저 전진법을 적용하면 9820억 원으로 수정 소급법 적용 실적보다 22% 더 떨어진다.

    여기에 지난해 괌 태풍, 하와이 산불 사고 등으로 해외 일반 보험 부문에서 700억 원가량 손실도 났다. 금리상승 등 이유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FVPL)에서 발생한 평가손실 500억 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이에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우리 회사는 장기손해율 상승, 대사고, 글로벌 경제 변동성 등의 영향으로 일부 목표에 미달했다”며 임직원들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사전에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사후에 더 치밀한 대응을 했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아쉬움을 쏟아냈다.

    정 대표가 채찍을 들고 나선 데엔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이 DB손보를 뛰어넘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메리츠화재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1조5748억 원을 기록하며 DB손보를 앞섰다. 영업이익도 2조1065억 원을 거둬 DB손보의 그것보다 더 많았다. DB손보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메리츠화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메리츠화재]

    메리츠 “통할 때까지 지속적 물량 공세”

    올해 상반기엔 DB손보가 메리츠화재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 메리츠화재가 다시 DB손보를 쫓는 형국이 됐다. 업계에선 “DB손보가 칼을 갈았다”는 말이 나왔다. DB손보의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12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8% 증가한 1조4720억 원, 매출액은 6.3% 증가한 9조31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보험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1조972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말 CSM는 12조9450억 원으로 1분기 말(12조4440억 원) 대비 5010억 원 증가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운전자보험, 간편보험 등 상품경쟁력 기반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성장으로 CSM이 증가한 가운데 의료 파업 등의 영향으로 장기 위험 손해율이 개선됐다”며 “일반 보험은 우량 물건 중심의 인수심사 강화와 괌 태풍 사고 기저효과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9977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8% 증가한 수치로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DB손보의 그것엔 1264억 원 못 미쳤다. 영업이익과 매출액도 각각 1조3371억 원, 5조7558억 원으로 뒤졌다. 상반기 보험손익은 9411억 원으로 집계됐고 CSM은 10조6632억 원으로 DB손보보다 2조2818억 원이나 차이가 났다.

    DB손보가 메리츠화재를 다시 제칠 수 있었던 요인은 ‘신계약 CSM’이다. DB손보의 상반기 신계약 CSM은 1조4075억 원으로 집계된 반면 메리츠화재의 그것은 7100억 원으로 DB손보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DB손보의 신계약 CSM배수는 손보사 상위 5개사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였다. CSM배수는 신계약 CSM(월납환산보험료 × CSM배수)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신계약이 CSM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CSM배수가 높을수록 상품 판매이익이 높다.

    상반기 DB손보의 신계약 CSM배수는 17.0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 1위인 삼성화재(16.2)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배수는 14.6에 그쳤다. DB손보가 CSM배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고효율 중심의 상품 구조와 이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영향력 덕분이다.

    이 같은 성과는 정 대표가 올해 제시한 전략이 적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올해 전략으로 △CSM 확대를 위한 채널별 성장전략 추진 △회사 가치 증대를 위한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수익성 관점의 계약·보상 효율관리 강화와 사업비 효율체계 재정립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 추진 및 자산운용 전문성 강화를 통한 구조적 이익 확대를 꼽았다.

    그러면서 “장기보험 CSM 확대를 위해 컨설팅전문가(PA·Prime Agent) 채널에서는 조직체력 성장 기반으로 1위사(社) 대비 격차를 축소해야 하며, GA(보험대리점) 채널에선 철저한 수익성 전제로 적정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별화된 신상품 발굴 및 포트폴리오 운영을 통해 CSM 성장을 견인하고 낮은 가치의 계약을 리모델링해 신계약 수익성을 강화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시 추격자가 된 메리츠화재는 갈 길이 바빠졌다. 세분 시장별로 여러 개의 상품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지속하는 한편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채널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메리츠화재]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메리츠화재]

    ‌8월 14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새로운 시장과 사업 모델은 공동재보험, 인수합병(M&A) 등과 같이 보험 본업과 연관된 추가 성장 옵션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채널은 전통적인 전속영업채널(TA), 법인보험대리점(GA), 텔레마케팅(TM) 채널 외 새로운 성장 채널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발을 정확히 쏘는 것보다 맞을 때까지 많이 쏘는 전략”이라며 “새로운 상품은 하나의 히트 상품보다는 고객의 수요를 꾸준히 자극할 수 있는 10개, 100개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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