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현장취재

교리 다르다고 교회 건축 불허?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6-07-27 15: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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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나님의 교회가 신청한 건축물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를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월 2일 강원도 원주시청은 하나님의 교회가 지난해 11월 30일 신청한 건축물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시가 내세운 반려 이유는 ‘교통’과 ‘민원’. 그러나 교통은 명분이고 법적 하자가 없는데도 사실 확인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있는 ‘민원’을 내세워 반려 처분을 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교회 측이 시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는 지난해 7월 원주시 명륜동 소재 하나님의 교회 임차건물이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건물주인 원주향교 측은 공문을 통해 임대차계약 만료에 따른 명도 환원과 계약 해지 협조를 요청하면서 “건물의 건립 목적에 반하는 사용으로 원주시청으로부터 질타성 지적을 받게 되어 입장이 난처하다”고 명시했다. 하나님의 교회는 지난해 7월 원주시 명륜동 소재 하나님의 교회 임차건물 계약기간 만료 후 때마침 공실이 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옛 원주사옥과 토지를 매입해 이전하기로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건축위원회 심의 신청을 했다. 원주시는 ‘미관지구 내 건축물’로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곧바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라고 했고, 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원주시청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주시는 하나님의 교회가 지난해 12월 원주시 측이 요구한 1차 보완요청을 완료하자 올해 1월 20일엔 인근 지역 민원 등을 이유로 18개 항목에 대한 2차 보완요청을 통보했다. 교회는 2차 보완요청에도 적극 응했다.



    “원창묵 시장과 대화하라”

    하지만 원주시는 납득 못할 이유로 처리 기한을 연장하고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지역 주민’의 민원을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결국 원주시는 1월 처리 기한을 3개월 연장하겠다고 통보한 후 민원 등의 이유를 내세워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원주시가 처리기한을 연장하면서 억지에 가까운 보완요청을 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민원을 내세웠습니다. 민원 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 설득해야 하는지 물어도 ‘알아서 하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시청 건축과 담당공무원은 자신들은 힘이 없으니 시장님과 대화를 나눠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회 측은 담당 공무원의 말대로 원창묵 시장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면담 자체를 번번이 거절한 데다 어렵게 약속을 잡아도 약속 시간에서 3시간이나 지난 뒤에 형식적인 면담만 이뤄졌을 뿐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원주 하나님의 교회 신도들이 원주시청에 정식 항의를 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앞서 6월 2일 ‘종교단체의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고 지역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원주시가 교회 측이 신청한 건축허가를 반려 처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억지 주장을 하거나 관련 법규까지 무시한 것이다.

    5월 2일 원주시가 최종 건축허가 반려 처분을 통보한 공문을 보면 주된 반려 사유가 ‘교통’이다. 종교시설의 특성상 집회 시작과 종료 후에 차량 진출입이 집중되므로 심각한 교통 혼잡으로 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원주시의 주장이다.

    당초 하나님의 교회가 해당 건물의 용도변경 및 증축 허가 신청 시 신고한 법정 주차대수는 60대, 실제 수용 가능한 주차대수는 100대 수준이다. 현재 교회로 사용하는 원주시 향교교육원 건물의 법정 주차대수 20대의 3배에 달하는데도 원주시 측은 교회 규모와 주변 교통 환경에 비해 주차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김현중 목사는 “시청 측에서는 주차시설 규모에 대해 신도수가 1000명이면 주차대수도 1000대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건축법에도 없는 억지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는 갓난아이까지 차량을 운전할 것이라는 억측에서 나온 무리한 계산이다.  

    김 목사는 “휴일 기준으로 원주시 하나님의 교회를 이용하는 신도 수는 평균 500~600명 수준이다. 그나마 오전 9시와 오후 3시, 8시 3차례에 걸쳐 예배가 있어 실제 예배 때 교회를 방문하는 신도의 수는 200명 정도다. 그중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신도나 같은 차량을 타고 오는 가족 단위 신도, 차가 없는 청소년 신도의 수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주차시설만으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축법 등 관련 법규 무시

    교회 측에 따르면, 이밖에도 원주시의 조치가 관련법 및 조례에 어긋난다고 볼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위원회 심의는 건축허가 신청 전에 이행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무시하고 건축허가 신청 이후 시장이 건축 심의를 직권상정해 심의가 이뤄졌다. 이는 건축법 제4조의 2 제1항, 건축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5조의 7 제2항,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이하 심의기준) 제2조 4항·제7조1항을 위반한 것이다. ▲건축허가 신청 후 137일이 지나서 심의를 한다는 내용을 건축주에게 통보했다. 이는 법 규정보다 무려 4배나 늦어진 통보로 건축법 제4조 1항, 시행령 제5조의 7 제2항, 심의기준 제7조 1항, 제2조 4항, 제5조 2항을 위반한 것이다. ▲‘다중이용건축물’이 아닌 ‘준다중이용건축물’인데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켜 심의를 강행했다. 이는 시행령 제5조의 5 제1항, 심의기준 제6조 1항, 제6조 2항, 원주시 건축조례(이하 건축조례) 제7조 8항을 위반한 것이다. ▲건축위원회가 하자 없는 건축허가에 대해 ‘허가 보류’를 했다. 이는 건축위원회의 초법적 월권행위로 심의기준 제9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심의 후 7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문서로 통보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 ▲심의 결과 통보 없이 심의 한 달 후 허가 반려 처분을 해 재심의 청구권 및 청구기회를 박탈했다. 이는 건축법 제4조의 2 제3, 4항을 위반한 것이다.  

    이밖에도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 회의록을 제공해야 할 의무(시행령 제5조의 8 제1항, 심의기준 제5조 3, 4항)를 위반하고 건축주인 교회 측의 심의 회의록 열람 요청을 불허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변 종교단체와 (건축허가) 사전 조율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나타난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건축허가 신청과 관련해 주민센터와 원주시청이 공유한 공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를 비방해온 단체가 이 문서를 가지고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문제가 드러났다. 이 문서는 외부 유출 불가 문건이다.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는 시와 주민센터 양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측의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원주시 측의 검토 의견서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반려 사유가 ‘주민 여론’이다. 주민들이 하나님의 교회 입주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민 여론’이라는 것이 실상 원주시가 건축허가를 반려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판례상으로 볼 때 민원을 이유로 한 반려 처분은 무효라는 것이다.

    교회 측은 사실 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도시 괴담’ 수준의 소문을 가지고 원주시가 ‘주민 여론’ 운운하며 건축허가를 반려한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시가 건축허가 반려 이유로 든 민원은 핑계고, 사실은 교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적인 차별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원주시에 하나님의 교회가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아무런 문제나 민원이 제기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도시 괴담’과 같은 실체 없는 소문을 민원으로 둔갑시키더니 다른 종교단체의 민원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 확인도 없이 원주시가 건축허가를 반려했기 때문에 교회 신도들이 억울한 것입니다.”

    배동기 원주 하나님의 교회 성전건축추진위원회 위원의 말이다.

    한편 7월 13일 원주시 건축과 담당 공무원의 연락처를 입수해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요청하자 “통화가 어려우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 질문 내용을 첨부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다음 날까지 연락을 기다렸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주시청 공보과에도 취재를 요청했지만 공보과 직원 역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앞서 취재를 거절한 담당 공무원의 자리번호를 안내했다. 담당 공무원의 취재 거부로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설명하고 재협조를 요청했으나 공보과 직원은 “왜 기자가 취재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쓰려느냐”면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 결국 원주시 측으로부터는 기사 마감 직전까지 그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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