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도업체가 속출하는 여행업계에서 하나투어는 차별화한 경영전략으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여행사로선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됐고, 매년 30%의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다양한 상품 기획력, 방대한 여행정보,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이 그 배경이다.
하나투어는 2001년 1월15일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하나투어 박상환(朴相煥·46)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박사장은 ‘투명경영’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여행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다양한 상품이 기획되니까요. 또한 사람, 즉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최우선 과제입니다. 성실하게 대리점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믿음을 주면서 질좋은 여행상품을 기획·판매해온 직원들 덕분에 하나투어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투어는 설립 초기부터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직원 모두가 주주로 참여하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직원들도 회사 업무를 자기 일처럼 여기리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급여체계는 철저한 연봉제와 성과급제다. 능력에 따라 연봉을 정하고 보너스를 준다. 보너스도 주식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투어의 현재 주가는 1주당 1만5000원선. 거래소, 코스닥 할 것 없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는 요즘에도 하나투어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추천종목으로 꼽을 만큼 안정된 면모를 보여준다.
경기 덜 타 성장 거듭
하나투어는 1993년 국일여행사의 자회사인 국진여행사로 출발했다. 그후 여행 도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1995년 국일여행사로부터 자본을 완전히 분리해 하나투어로 독립했다. 설립 당시부터 여행도매업(wholesale)을 표방했다. 하나투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패키지 여행상품은 업계에서 가장 구색이 다양하고 여행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행도매업이란 여행상품을 기획해서 소매 여행사와 대리점, 카드회사, 홈쇼핑 채널 등에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도매 여행사는 소매 여행사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소매 여행사나 대리점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므로 인건비와 광고비 부담이 훨씬 적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일반 여행업체의 경우 하루에도 몇 곳씩 도산할 만큼 경기의 흐름을 심하게 탄다. 불황이나 비수기에는 단체 여행객 모집이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매 여행사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기획상품보다는 도매 여행사에서 상품을 공급받아 관광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던 시기에 해외로 떠난 국내 여행객은 평소보다 줄었지만, 하나투어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은 오히려 10% 정도 늘었다. 미국의 9·11 테러나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 소매 여행사들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그러나 여행도매업을 전문으로 하는 하나투어는 이런 시기에도 매출액이 늘었다고 한다. 박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여행도매업을 할 수 있는 여행사는 세 곳 정도”라며 “수가 적다는 것은 도매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한다.
“소매업과 달리 도매업은 다른 여행사들과 탄탄한 신뢰관계 및 유통망을 구축하고, 조직력과 상품 기획력 등을 고루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미국, 유럽 등지의 선진국에서는 여행 도매업이 이미 뿌리를 내렸어요. 국내에서도 도매업이 자리를 잡게 되면 고객들은 훨씬 좋은 조건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하나투어는 지난 5년 내내 여행업계 중 최고의 매출액을 올렸다. 성장률도 매년 30%에 이른다.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도 석권할 만큼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 때는 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눈물겨운 나날을 보낸 적도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의 주식 가치가 폭락하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스스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다. 당시 박사장은 떠나는 직원들이 내놓은 주식을 고스란히 되샀고, 나중에 회사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자 직원들에게 이를 스톡옵션 등으로 나눠줬다.
하나투어 박상환 대표
그 무렵 박사장은 어떻게든 6개월만 버티면 여행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그의 예상대로 6개월 남짓 고비를 넘기자 해외 여행객 수가 점차 늘어났고, 하나투어는 때맞춰 자체 개발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이들 상품은 한동안 ‘목말랐던’ 여행객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신선하고 다양했다. 하나투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현지 네트워크로 서비스 개선
하나투어는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한편으로 서비스 개선에도 힘썼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행업계 최초로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 여행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점을 감안해 1999년 태국법인을 설립했고, 이어 사이판 괌 등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미주, 호주 등 모두 12곳에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올해 안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현지법인을 두고, 2010년까지는 세계 각국에 60여 개의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현지법인 중심의 네트워크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마련하려는 것은 일본의 JTB나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매머드급 경쟁자들과 맞설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또한 해외여행업은 양질의 서비스에 승부가 달린 만큼 현지법인을 통해 숙박이나 여행 가이드 알선, 여행 스케줄 조정 등에서 보다 발빠른 현지 대응으로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간 소매 여행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쇼핑 등 현지 일정에 대한 불만이 도매업체인 하나투어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하지만 과거에 이들 여행사에 의존했던 현지 서비스를 현지법인이 직접 하게 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여행지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죠.”
최근 하나투어는 하나투어와 해외법인 간, 해외법인과 해외법인 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투어토탈닷컴(www.tourtotal.com)’을 설립했다. 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온라인 여행 포털 사이트다. 하나투어는 이 비즈니스 모델로 벤처인증을 받기도 했다. 박사장은 “온라인 판매 수입은 아직 총 매출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10대 여행사 목표
투어토탈닷컴은 하나투어가 확보한 방대한 여행정보를 전국 소매 여행사들의 홈페이지에 연결시켜 공유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투어로서는 대리점과 영업인력을 줄일 수 있고, 대신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여행상품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통해 절감된 비용과 수익금을 상품기획과 개발에 더 투자할 생각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려면 현지 경험이 많은 여행 전문가의 세심한 배려와 상담, 알찬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목적으로 문을 연 투어토탈닷컴은 해외 여행객들에게 실속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하나투어의 매출 신장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투어토탈닷컴은 항공사 및 호텔 예약, 환율정보 서비스는 물론, 전세계 176개국 4만여 쪽에 달하는 생생한 여행정보와 실시간 날씨 예보, 1만여 장에 이르는 여행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서비스하고 있어 해외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나투어는 2010년까지 세계 10대 여행사로 성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호텔과 항공 비즈니스 등에도 진출할 계획인데, 특히 항공산업을 통해 새로운 관광지를 개척, 하나투어를 종합 여행그룹으로 키운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매출 목표도 지금보다 10배나 늘려 잡았다.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행업계에서 하나투어가 어떻게 최강의 자리를 지켜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