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F 두 건만 계약해도 10억원은 족히 챙기는 톱스타. 수십억 자산가인 그들의 ‘돈 굴리기 비법’을 취재했다.
1년에 40억원+α. 이효리는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썼을까. 비단 이효리만이 아니다. CF업계에서 ‘특급’ 대우를 받는 톱스타라면 한 해 2편의 CF만 계약해도 10억원은 족히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들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이효리는 MC 활동을 접고 솔로 활동을 준비하던 2003년 여름,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에 마당이 넓은 미니 2층 주택을 사들여 이사했다. 방배동 전원마을은 최상류층이 터잡고 사는 대표적인 지역. 한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오래 전부터 부가 세습되어온 곳인 만큼 다른 지역 부동산 시세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 아우내 장터
이효리는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검소하고 알뜰한 편이다. 1998년 대학 1학년 때 데뷔한 이래 수입은 모두 부모가 관리하고 있으며 일정액의 용돈을 타서 자동차(그랜저XG) 유지비 등에 쓴다. 명품이나 외제차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수입을 차곡차곡 모아 지난해 6월엔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장터 일대 토지 620평과 60평짜리 건물 2동(棟)을 매입했다. 현재 그 일대 토지는 평당 400만원 선에 거래돼 3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배우 송혜교(23), 장동건(33), 권상우(29)의 부동산 투자도 눈길을 끈다. 송혜교와 장동건은 지난 5월 국세청이 발표한 ‘2005년 공동주택 기준시가 정기고시’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평가된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움하우스 180평형의 기준시가는 28억8000만원. 매매가는 41억원에 달한다.
권상우는 지난해 초 대전의 60평대 아파트를 어머니에게 드리고, 그해 가을 서울 잠원동 롯데캐슬을 구입했다. 한남대교 남단에 위치한 롯데캐슬은 옛 설악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42·58평형 700여 가구가 2개 단지에 나뉘어 있다. 강남권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만한 규모의 대형 평형 단지가 드물어 지난해 입주 당시 3억~7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다. 권상우가 프리미엄을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건축시 소형 평형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대형 평형만으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의 가치가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MC로 활약하며 최근엔 영화 ‘가문의 위기’에 출연해 연기에 도전한 가수 탁재훈(37)도 부동산 투자로 탁월한 재테크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연예인 중 하나다. 탁재훈은 2002년 이촌동 삼성리버스위트 85평형을 매입해 살고 있다. 국세청 ‘2005년 공동주택 기준시가 정기고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기준시가 상승액 순위 1위다. 2004년 10억2600만원이던 것이 1년 만에 13억2700만원으로 3억100만원이 올랐다.
‘컨츄리꼬꼬’ 1집을 내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의 손해를 본 뒤로 탁재훈은 수입이 생길 때마다 은행에 넣는다. 매년 1억, 2억원짜리 정기적금을 부어 목돈이 마련되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데, 서울 한남동 한옥 주택, 경기도 토지, 해외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다.
대형 평형 공략은 계속된다
이들 외에도 많은 톱스타가 서울에 대형 평형의 아파트나 빌라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PB사업단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자산가에게 부동산은 원금을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안정적 투자대상으로 인식돼왔다. 또한 경제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에서 대형 평형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안 팀장은 또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넓은 평수의 집을 많이 갖고 있으면 조세 부담이 는다고 하지만, 프라이빗 뱅킹 고객 대부분이 대형 평형 아파트를 두 채 이상 갖고 있어도 당장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 조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집을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재건축시 소형 평형을 60% 정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해 강남권에 40평형 이상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므로 작은 평수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사람들도 큰 것 한 채로 옮겨가는 추세다”고 전했다.
대형 평형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므로 재테크 면에서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팀장은 또 “주택에 투자한 고액 자산가들이 그 다음에는 건물에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라며 드러나진 않아도 상당수 톱스타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장기적으로 자산가치 상승 효과가 있으면서 임대수입에 따른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강남의 빌딩에 관심이 많다는 것.
실제로 영화배우 하지원(26)은 최근 강남의 빌딩을 매입해 적잖은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서초동에 있는 예당빌딩을 26억원에 사들였다. 소속사에 따르면 26억원 중 12억원은 하지원이 모아둔 돈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건물에는 음반 및 연예기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는데, 빌딩 전 소유주인 이 회사 대표가 하지원 소속사 대표의 형이라 5년간 예당이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원이 예당으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월 3000만원.
비즈니스 확대 위한 사업 동반자
하지원은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에 투자해 2개월여 만에 10억원 가까운 차익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30일 DVD 제작업체인 스펙트럼DVD 주식 66만5000주(11.67%)를 주당 5560원에 사들였다가 그중 50%를 8월8일부터 11일까지 주당 8000원 정도에 처분한 것.
하지원측은 “소속사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변종은 사장이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과 함께 스펙트럼DVD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하지원이 여유자금이 있어 지분을 확보했다가 양측의 이해관계가 틀어지면서 주식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져 되팔았다”고 설명했다.
하지원은 당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나머지 주식은 보호예수(일정기간 보유만 할 뿐 매매할 수 없는 형태의 주식)로 묶여 있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두 달새 10억원을 벌었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나머지 50%를 팔 때 주가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기 때문. 그러나 하지원이 지분을 확보한 후 주가가 급등해 두 달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라 크게 손해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우회 상장이 잇따르고 기존 상장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연예인의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탤런트 이동건(25)과 권상우도 소속사가 코스닥에 우회 등록하면서 보너스 형식으로 주식을 받았다. 가수 강타는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하면서 계약금 일부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2만주를 취득했다. 강타가 투자한 금액은 주당 1만4500원씩 총 2억9000만원. 소속사측은 “대(對)중국 사업 및 아시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사업 동반자 관계를 다지기 위해 강타가 주식을 취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느 주식 투자와 차원이 다르다
한류 스타 배용준(33)도 최근 자신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IMX(인터랙티브미디어믹스)에 25억원을 투자했다. IMX는 일본에서 최초로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 드라마 배급 사업을 시작한 업체로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올 상반기에 6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배용준이 투자를 결정할 당시 일본 소프트뱅크(대표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코리아(대표 문규학)도 각각 86억원과 21억원을 투자, 이 회사 자본금이 급격히 늘었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을 통해 500만 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경쟁력 있고 우수한 한류 콘텐츠를 발굴해 일본 및 아시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배용준은 IMX 지분 약 6%를 보유하게 됐으며 일본 소프트뱅크는 20.5%, 소프트뱅크 코리아는 5.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됐다. 배용준은 지분 보유에 대해 “재테크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콘텐츠 교류를 위한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수입이 늘수록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스타들도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여자 톱스타 K가 객장에 나타났다’는 식의 이야기가 증권가에 계속 흘러나오는 걸 보면 톱스타들이 직접투자를 전혀 안 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연예인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여느 주식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기업이나 기업 경영진과 특수관계다 보니 습득하는 정보의 질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한 연예인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에는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서정광 팀장(투자전략 담당)은 “연예인들이 여러 기업의 정보를 비교해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 ‘내가 잘 아는 일’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처럼 장·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신의’에서 돈을 맡겨두는 의미에 가깝다. 또한 장기적으로 후배를 양성하거나 경영에 참여해 사업가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110분 동안 6억원 매출
엔터테인먼트 이외의 분야에서 지분 참여와 동시에 직접 경영에 나선 톱스타도 적지 않다. 영화배우 정준호(35)는 지난해 3월 미국 하와이의 하와이아나 호텔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와이아나 호텔은 객실 100여 개를 보유한 콘도형 호텔로, 정준호는 이 회사의 1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다. 호텔 인수 후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장동건안재욱 등 한류 스타들이 묵고 간 객실을 ‘스타의 방’으로 꾸며 일본인 관광객은 물론 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과거엔 ‘연예인 부업’ 하면 카페나 레스토랑이 대종을 이뤘으나 최근엔 분야가 매우 다양해지고, 규모도 기업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엔 홈쇼핑이 촉매로 작용했다. 지난해 3월 가수 출신 탤런트 이혜영이 패션 브랜드 ‘미싱 도로시’를 론칭해 CJ홈쇼핑에서 지난해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상반기에도 60억원어치를 팔았다. 배우 황신혜도 지난해 9월 속옷 브랜드 ‘엘리프리’를 출시해 현대홈쇼핑에서 월 8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모델 변정수가 토털 패션 브랜드 ‘엘라호야’를 론칭해 9월3일 현대홈쇼핑 첫 방송에서 110분간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변정수는 엘라호야 브랜드 제조·유통 업체인 패션엔터테인먼트에 주주로 참여하는 동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최초 컨셉트부터 옷감 소재, 디자인, 판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전반을 관리한다.
현대홈쇼핑 오형주 주임은 “홈쇼핑 업체로선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연예인을 활용함으로써 저가 전략에 치우쳤던 패션 부문을 고급화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효과가 있다. 연예인으로선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에서 몇 달에 걸쳐 팔 분량을 단번에 팔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연예인의 홈쇼핑 진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1년간 한 경제주간지에 ‘스타 재테크’를 연재하며 여러 연예인을 만난 하나은행 김성엽 분당백궁지점장은 “연예인 하면 보통 ‘많이 벌어 많이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신용카드 한두 개를 사용한다. 서너 개 이상 갖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기가 언제 식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 관리로 미래에 대비한다는 이야기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인기와 고수입을 기반으로 더 많은 돈을 모으려고 무리하게 애쓰다가 일순간 날개 없는 추락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중견 연기자가 김 지점장에게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연예활동에 충실해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나의 유일한 재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