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전망에 대한 현재의 논쟁을 촉발한 배경에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사업이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진행돼온 절차를 짚어보고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향후 예상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보금자리주택이 조명을 받고 있는 사이 소리 없이 묻힌 뉴타운사업의 그늘진 사정도 함께 들여다보았다.
2차 지구 사전예약은 1차 지구에 비해 분양 열기가 한결 덜했다. 부동산시장의 중심인 강남권의 세곡2와 내곡 지구는 인기를 끌었지만, 해당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1494호에 불과했기 때문. 지난해 9월 사전예약을 마친 1차 보금자리 지구는 전체 5만5041호의 물량에 서울의 강남과 서초가 각각 6921호와 3390호에 달해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밖에 고양 원흥 외에 특히 하남 미사 지구의 물량이 3만6229호에 달했다. 1차 사전 예약에서는 3자녀 가구 특별공급 물량이 평균 9.7대 1,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6.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19.8대 1로 첫날 1순위를 마감하기도 했다. 일반 공급은 3.2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위례 신도시에 배정된 보금자리주택 물량 1999호에 대한 사전예약 경쟁률은 더 높았다. 신도시가 서울 송파, 경기 성남과 하남에 걸쳐 있어서 입지 조건이 탁월했던 것. 올해 3월 신청을 받은 결과 평균 1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공급이 6.7대 1, 신혼부부 특별공급 23.6대 1, 3자녀 가구 특별공급 21.1대 1, 생애최초 특별공급 20.9대 1을 나타냈다.
2012년 첫 입주 가능한가
애초 보금자리주택 공급 방안은 2008년 9월 윤곽을 드러냈다. 국토해양부는 2018년까지 무주택서민과 저소득층에 총 150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것이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에만 100만호를 짓겠다고 나섰다. 30만호의 보금자리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 외에도 도심재개발추진 지역 등지에 20만호, 신도시 공공택지에 50만호를 건설한다는 내용이었다. 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고, 택지 실시계획과 건설 인허가를 정부가 수행하며, 보상가 산정시점도 주민공람 공고일로 잡아 입주까지 6년 정도 걸리던 기간을 4년가량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하반기에는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체 계획은 2018년까지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공급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기 위해 초반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때마침 지난해 10월 보금자리주택의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LH공사로 합쳐지면서 약간의 잡음도 흘러나왔고, L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끌어갈 자금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뒤따랐다.
적어도 보금자리주택사업에 한해서 지금까지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보금자리 1차와 2차 지구의 사전예약이 끝나고 올해 3월 3차 서울 항동, 인천 구월, 광명 시흥, 하남 감일, 성남 고등의 5개 지구가 선정된 현재까지 큰 일정변동 없이 진행 중이다. 아직은 시행 초기다 보니, 일정이 미뤄질 만한 요인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건설과 입주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지는 올해 말로 예정된 1차 지구에 대한 본 청약이 실시된 후에야 판단 가능하다.
일정에 있어서는 주민과의 토지보상 협의가 관건이다. LH공사는 1차 강남과 서초 지구가 가장 빠르게 진척돼 5월11일 현재 협의 보상률이 각각 66.1%, 87.4%라고 밝혔다. 이어 1차의 하남 미사 지구가 토지보상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듯 보였으나 해결이 됐다. 하남 미사 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3월 말 토지보상 공고가 주민 반대로 못 나갔지만 현재는 협의가 돼서 지장물 조사가 절반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남 미사는 9월, 고양 원흥은 6월, 그리고 2차 지구는 12월부터 보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분양가, 과연 얼마나 쌀까
보금자리주택이 주목을 받은 것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가격기준으로 시세보다 15%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점에서다. 분납, 10년형 등 공공임대주택도 주변 전세가보다 저렴했지만, 무엇보다 공공분양 물량이 무주택서민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1차 시범지구의 경우 서울 강남과 서초는 전용면적 60~85㎡는 3.3㎡당 1150만원, 고양 원흥 850만원, 하남 미사 970만원이 추정 분양가로 제시됐다. 전용면적 60㎡ 이하 추정 분양가는 3.3㎡당 강남과 서초가 1030만원, 고양 원흥 800만원, 하남 미사 930만원이었다.
1차 이후에는 추정 분양가가 슬금슬금 오르는 추세다. 위례 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 추정 분양가는 3.3㎡당 1190만~1280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변 시세 대비 65% 수준으로 1차 강남과 서초 지구보다는 약간 높았다. 2차 보금자리로 넘어가면서 추정 분양가격이 더욱 올라갔다. 서울 내곡과 세곡2 지구가 3.3㎡당 1140만원에서 1340만원 선으로 책정된 것이다. 경기도의 남양주 진건과 부천 옥길 지구는 850만~890만원, 구리 갈매 990만원, 시흥 은계가 750만~820만원으로 발표됐다.
실제 분양가격을 매길 때는 방향, 층수, 설계 타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블록당 평균가격이 책정된 추정 가격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기에 예상보다 분양가가 약간 높아진다고 해도 사전예약자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금자리주택은 거주 목적을 가진 실수요자에게는 확실히 싼 주택이다.
그러나 3차, 4차 등 후차로 갈수록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높아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택지조성 비용, 토지보상 비용, 보금자리 설계 등 제반 비용이 인상될 것이므로 후차로 갈수록 추정 분양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 지구 선정 후 도심 그린벨트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주변시세도 문제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지난해 10월 2차 보금자리 지구 지정 이후 4월까지 인근 지역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이 기간 서울 강남구 수서동과 일원동, 서초구 우면동은 각각 0.15%, 0.90%, 1.41% 올랐다. 반면 경기도의 남양주시 도농동, 부천시 범박동, 시흥시 은행동은 각각 1.39%, 1.51%, 0.65% 하락했다. 입지가 좋은 강남권은 보금자리와 상관없이 실수요자가 있었지만, 경기도권은 기존 아파트 수요를 보금자리주택이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는 잠잠 전세는 펄펄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주변의 중소형 아파트 시세가 보합권에 머물거나 하락하면 보금자리주택의 저가 경쟁력이 떨어져 본 청약을 포기하는 예약자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리서치 팀장은 “현재의 추정 분양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인근 아파트 시세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금자리 가격이 싸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금자리 하나만이 아니라 전체 부동산시장을 봐야 가격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보금자리주택은 실수요자를 위한 방안이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는 구입이 힘들다.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7년으로 정했고, 분양가가 인근 주택 매매가격의 70% 미만인 경우에는 10년 동안이나 전매가 제한된다.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의무조건도 붙어 있다. 일러도 사전예약 후 2~3년이 지나야 입주한다고 놓고 볼 때, 12년 정도를 기다려야 매매가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혹시라도 시세차익을 생각한 투자자가 있다면 본 청약을 포기할 확률이 높다.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을 맡고 있는 안명숙 부부장은 “강남 지역 보금자리주택은 투자 가치가 있겠지만, 경기권은 주변에 비슷한 가격의 주택이 많아서 그다지 이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 부부장은 “보금자리주택이 당장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도 입주가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입주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집값 안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은 요즘 보금자리주택이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기수요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기다리며 적절한 매수시기를 따져보는 수요층이 두터워졌다는 것. 반면 본 청약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므로 그냥 전세에 머물러 있는 가구도 많다. 한편에는 보금자리를 차치하고라도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살피며 조용히 관망하는 대기자들도 있다. 이 때문에 매매 거래는 없는데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허덕이는 민간 분양시장
또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수도권의 국민임대주택 단지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주택 매입을 포함해 전국에 18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수도권에 14만호, 지방권에 4만호 정도다. 이 때문에 기존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경쟁력이 없는 지방의 보금자리주택이 또 다른 미분양 사태를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보금자리에 밀려 민간 건설사들이 택지 분양을 받아놓고도 아파트를 못 짓거나 분양을 제대로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럴 바에야 분양받은 토지를 반납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 보금자리로 인해 주택 공급은 늘었지만 민간 분양 물량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보금자리주택사업이 발표된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보금자리와 민간주택은 각각 청약저축, 청약예부금 가입자 대상으로 수요층이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보금자리 지구 내 25% 수준의 민간 주택사업 용지를 공급함으로써 민간 부문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영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등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도 밝혔다. 결국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지구 개발로 시중에 풀릴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리라는 예측도 할 수 있다. 일례로 1차 보금자리 지구 4곳의 토지보상비(용지비)는 모두 7조824억원, 2차 6곳은 5조4682억원이 책정됐다. 보금자리주택 외에도 인천 검단 신도시, 평택 고덕국제도시, 파주 운정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만 총 20조원의 보상금이 예상된다. 4대강 개발 관련한 보상금까지 합치면 올해 토지보상금 규모가 4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나왔다.
‘보상금 돈잔치’라는 말도 있지만, 이 돈이 부동산시장을 상승세로 돌아서게 만들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대부분의 토지보상비는 대토(보상을 현금이나 채권이 아닌 해당 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로 받는 것) 형식으로 지급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침체 상태의 부동산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보상비가 토지와 주택구입 자금에 무조건 재투자되리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차질 없나
보금자리주택에 이목이 쏠린 와중에 이전부터 추진 중인 도시재정비촉진(뉴타운)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뉴타운 내 중소형 주택은 보금자리와 수요층이 맞물려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뉴타운 사업 자체의 문제로 시끌벅적한 형편이다. 제일 큰 문제는 이권과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다. ‘부동산써브’의 윤지해 연구원은 “뉴타운은 워낙 다수가 관련된 대규모 개발이라서 이전의 재개발에 비해 분쟁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서울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 인가 무효 판결을 들 수 있다. 현재 ‘왕십리뉴타운 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항소해 2심을 다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남권 뉴타운인 송파의 거여·마천 뉴타운도 조합의 내분과 임원의 뇌물수수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경기도는 뉴타운 사업 지구 23곳 가운데 부천 소사, 광명 등에서 12건의 지구 지정 취소 소송에 걸려 있다. 군포 금정 뉴타운은 주민 공청회조차 재차 무산될 정도다. 시는 재추진하겠다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뉴타운 지구 지정 후 한껏 꿈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내홍에다 부동산시장 환경까지 받쳐주지 않아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일정이 지연될수록 조합원의 분담금은 늘어나게 된다.
시장의 온도차
이달 말부터는 미아와 길음 뉴타운의 본격적인 입주, 왕십리 2구역 뉴타운의 분양이 시작된다.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때다. 현재로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뉴타운의 노른자위로 불리던 서울 동작 흑석뉴타운과 용산 한남뉴타운의 지분가격마저 하락하는 추세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요인은 복합적이다. 보금자리주택이 빚어내는 대기수요가 매매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해도, 그 하나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단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수요가 강남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에만 몰리는 부동산의 고질적인 현상을 깨뜨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알짜배기로 불리는 입지에만 사전예약이 집중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심에 사는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보급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어느 정도 살릴지 미지수다.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사업의 추이를 들여다봐도, 부동산 매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수요자 혹은 투자자라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결론은 마찬가지다. 전체 시장이 요지부동인 상황임에도 사람이 몰려드는 곳에는 확실한 동인이 있게 마련이다. 현재는 투자 가치가 있는 곳과 아닌 곳의 온도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보금자리나 뉴타운 같은 이름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거주나 투자 목적에 맞는 입지를 고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