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eyedoll)’이라는, 눈 큰 여자인형을 즐겨 그리는 마리 킴은 화장품, 구두 등 상업 브랜드와 즐겨 협업하는 대중적인 작가다.
전시를 기획한 우정우(29) 학고재 큐레이터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어렵고 ‘있어 보이는’ 미술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미술이란 누구나 재밌고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리 킴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그저 예쁜 그림만은 아니고, 지구적 분쟁, 환경 오염 등 비판적 시각도 담겼다”며 “그래서인지 마리 킴 그림이 무섭다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씨는 학고재 창립자 우찬규 회장의 차남. 학창 시절 방학 때마다 갤러리에 나와 그림 포장과 운반 등 ‘잡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미술 세계를 익혔다.
고등학생 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라산 백록담을 그린 이름 모를 작가의 대형 그림에 사로잡혀 그 앞에 30분 넘게 서 있었고, 나중에 그것이 강요배 화백의 작품이며 그가 학고재 소속 작가임을 알게 됐다.
“아, 이런 게 인연이구나, 미술을 공부해도 좋겠다” 싶어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학업을 마치고 학고재에 합류한 지 4년여 만의 첫 단독 기획이다.
“상속자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4명의 큐레이터 중 막내일 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가볍지 않았다. “창립자의 방식 그대로 따르는 것은 발전이 아닌 유지잖아요. 학고창신(學古創新) 정신을 이어가며 젊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죠. 그 방법이 무엇인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