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파병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북-러 혈맹, 韓 위험 고조

[특집 | 北 ‘폭풍군단’이 몰고 올 한반도 대폭풍] 북핵, 러 기술 업고 美 핵우산 빈틈 노린다

  •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前 합참 군사전략기획 담당 missionhero@naver.com

    입력2024-11-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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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 ICBM 등 러 발사체 기술 北 이전 중

    • 러시아제 극초음속미사일, 전투기 노리는 김정은

    • 파병으로 드론전 등 현대전 양상 배우는 북한군

    •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무기 실험장

    북한이 2023년 10월 21일 공개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발사 사진. [뉴스1]

    북한이 2023년 10월 21일 공개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발사 사진. [뉴스1]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은 단순히 병력 파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파병으로 6월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처음 실현됐다. 조약에는 전쟁 시 군사원조에 대한 내용이 있다. 사실상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동맹’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북한은 파병을 이유로 러시아에 군사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당면 목표는 김정은이 공언한 ‘전략무기 5대 과업’이다. 5대 과업의 내용은 △군사정찰위성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多彈頭) 개별유도기술(MIRV) △핵추진잠수함(SSBN)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등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을 통해 5대 과업 달성을 눈앞에 둘 공산이 크다.

    북한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반도는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이 핵 투발 수단까지 갖추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파병된 북한군이 현대전 참전 경험을 쌓는 것도 위협적이다.

    러시아 미사일 기술 이미 북한에 이전 중

    러시아는 이미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북한에 일부 넘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 수준의 정찰위성 기술을 갖춘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위성을 통해 한국군 전략 시설은 물론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 자산, 한미 전력 배치, 작전 상황, 주일미군과 전력 제공 역할을 하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일본 소재) 동향 등을 낱낱이 지켜볼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해 5월과 8월에는 실패했지만 3번 만에 성공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사 때도 러시아 기술진이 참관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때 러시아가 ‘안정성이 높은 석유 추진제로 바꾸라’고 조언하고 기술지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후 올해 5월 북한은 새로운 엔진 체계를 도입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으나 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국가정보원은 6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정찰위성의 신형 엔진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엔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고 보고했다. 러시아가 완제품 형태의 신형 엔진을 통째로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이때 처음 언급됐다. 10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현재 북한은 첨단 부품 도입,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지난 5월 실패한 정찰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월 1일 “김정은 동지께서 10월 31일 아침 공화국 전략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영구화하는 데서 획기적 이정표를 세우는 중대한 시험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시었다”라며 전날 발사한 ICBM의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11월 1일 “김정은 동지께서 10월 31일 아침 공화국 전략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영구화하는 데서 획기적 이정표를 세우는 중대한 시험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시었다”라며 전날 발사한 ICBM의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ICBM 역시 이미 러시아의 기술지원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까지 개발한 ICBM은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 14·15·17형과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 18형과 19형으로 구분된다. 북한은 10월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시험 발사했다. 발사 당일 북한은 화성–19형에 대해 “화성-18형과 함께 운용될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 주장했다.

    화성-19형은 러시아의 기술이전 첫 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화성-19형의 뭉툭한 탄두부는 러시아의 액체연료 ICBM RS-28 ‘사르맛’과 비슷하다. 1단 추진체는 러시아의 고체연료 ICBM인 RS-24 ‘야르스’와 모양이 비슷하다. 사르맛과 야르스는 러시아의 대표적 다탄두형 ICBM으로 대형 핵탄두 최대 10개와 소형 탄두 16개를 탑재한다.

    한국군도 이미 러시아 ICBM 기술이 북한에 일부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화성-19형 엔진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유용원 의원 질의에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개발도 시간문제다. MIRV는 로켓에 여러 탄두를 싣고 대기권 밖에서 분리시켜 각자 다른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다. MIRV는 ‘미사일방어체계(MD)의 숙적’이라 불린다. 여러 개 탄두를 실을 수 있으니 핵탄두와 함께 MD를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코이(Decoy·기만체)’를 발사한다. 미사일방어체계가 디코이를 공격하는 동안 핵탄두는 타격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야르스가 MIRV 기술을 도입한 ICBM이다. 북한이 이 기술을 이전받아 MIRV를 완성한다면 미국의 MD도 위협할 수 있다.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19호가 MIRV 탑재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 전문가 반 밴 디펜은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화성-19형의 추진 능력이 같은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보다 향상된 것은 미사일의 크기로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해사 34기)도 “머지않아 북한이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능력을 갖출 것”이라 예측했다.

    “러시아, 북한에 SSBN 기술 넘길 수 있다”

    북한의 전술핵 공격 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노동신문]

    북한의 전술핵 공격 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노동신문]

    북한은 이미 SLBM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6일 중·단거리 SLBM 10발을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중형 잠수함인 ‘김군옥 영웅함’을 진수했다. 북한이 같은 해 9월 8일 공개한 진수식 사진을 보면 잠수함의 함교 부분에 10개가량의 SLBM 수직발사관이 보였다. 이 가운데 4개에는 중거리 SLBM인 ‘북극성-3·4·5’를, 나머지 6개에는 KN-23(이스칸데르) 개량 SLBM을 각각 탑재할 것으로 분석됐다.

    당면 과제는 SLBM을 실을 핵잠수함 SSBN이다. 북한이 SSBN을 확보한다면 한반도 해역을 넘어 하와이, 괌과 미(美) 서부 해안까지 넘보게 된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SSBN 건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0월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 관련 세미나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SSBN 관련 기술을 넘길 수 있다”며 “북한의 SSBN이 서태평양을 누비고 다닌다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이미 완성 단계다. 2021년 9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하면서 연료, 추력, 사거리 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4월에 발사한 화성포-16나형 극초음속미사일은 고체연료 엔진과 탄두부에 초음속이 가능한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를 사용해, 괌까지 사거리를 늘렸다. 화성포-16나는 ‘글라이더형 극초음속미사일’로 불규칙한 비행궤적을 갖고 있어 요격이 어렵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9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9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노동신문]

    ‌지난해 9월 16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전 국방장관 등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 크네비치 군비행장을 찾아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둘러봤다. 러시아어로 ‘단검’이란 뜻의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격 불가”라고 자랑한 최첨단무기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고, 최대 음속의 10배 이상으로 2000∼3000㎞를 날아간다. 당시 김정은은 허리를 굽혀 킨잘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미그-31의 기수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킨잘의 기술을 받아서 기습 핵타격용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 개량이나 공대지 발사용 개조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도 문제지만 러시아 무기가 북한에 직접 흘러들 공산도 크다. 북한군의 약점 중 하나가 제공권이다. 북한의 공군력은 한미 연합군은 물론 한국군에 비해서도 열세다. 북한의 주력기는 1980년대 초 도입된 미그-25. 미국의 주력 스텔스 전투기 F-35에 비해서는 성능이 한참 떨어진다. 한국 공군도 F-35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F-15K, KF-16을 계속 개조해 써왔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전시 상황에서 한반도 제공권을 확보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전투기 Su-35와 스텔스기 방공 체계인 S-400 미사일 포대, 러시아제 극초음속미사일 등의 무기체계를 공급받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북한은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방러 일정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Tu-160·95MS, Tu-22M3도 유심히 살펴봤다. 쇼이구 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일 미군 전력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북한군, 러시아에서 현대전 훈련 중

    기술이전이나 무기 거래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에는 위험 요소다. 파병은 북한이 현대전을 공부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월 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포병, 드론, 참호 공략을 포함한 기본 보병 훈련을 하고 있다”고 콕 집어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드론 기술도 일부 입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8월에 공개한 자폭 드론은 러시아의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을 닮아 있다. FPV 드론은 기존 드론에 자율 비행 및 타격 기능을 탑재한 기체다. 드론을 표적 인근 500~1000m까지 조종하면 이후 드론 탑재 AI가 자율 비행 및 타격으로 표적을 파괴한다. 조선중앙TV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무인기(드론) 개발에서 기술(FPV)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북한군의 무기 실험장 역할도 한다. 파병된 북한군은 자국 미사일의 전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은 10월 15일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대담에서 “39년간 군생활하면서 북한군이 실전을 통해 그들의 무기, 탄약, 기술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들이 유럽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런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호
    ● 합참 군사전략과 전략기획담당(중령)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대령)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과 교수(대령)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외교안보학과 교수
    ● 現 서울기독대학교 (글로벌AI융합대학)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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